당신은 당신의 생각에 대해 얼마나 믿으십니까?
'생각에 관한 생각'
다음은 책에 나온 몇 가지 간단한 문제이다.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직관에 귀 기울여 보자. 답은 마지막에 명시하였다.
Q1. 야구 방망이와 공 세트가 만 천 원이다.
방망이는 공보다 만원 비싸다.
공은 얼마겠는가?
Q2. 호수에 수련 잎이 한 무더기 떠 있다. 수련 잎이 차지하는 면적은 날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수련 잎이 호수 전체를 뒤덮는 데 48일이 걸렸다면, 호수 절반을 뒤덮는 데는 며칠이 걸리겠는가?
만약 첫 번째 문제에서 천 원, 두 번째 문제에서 24일이라고 답했다면, 미안하지만 정답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틀린 답을 제시한다. 이렇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틀린 답을 제시하는 사람의 직관, 생각의 오류에 대해 연구한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2002년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이다. 저자는 책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을 통해 사람의 직관은 매우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발달했지만 이로 인해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인지적 편향과 오류들이 많으며 이를 알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연구된 모든 종류들의 인지적 편향과 오류들을 수많은 예시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설명하는 인지적 편향과 오류들은 다음과 같이 매우 많다.
점화효과, 기억착각, 진실착각, 인지적 편안함, 단순노출효과, 후광효과, 보이는 것이 전부다, 과신, 틀짜기 효과(좁은 틀짜기, 넓은 틀짜기, 좋은 틀짜기), 기저율 무시, 기초평가(세기 짝짓기), 머릿속 산탄총, 바꿔치기, 어림짐작, 회상용이성 어림짐작, 감정 어림짐작, 회상용이성 폭포, 대표성 어림짐작, 적은 게 많은 것이다, 전망이론(중립적 준거점, 손실회피), 소유효과, 결정 가중치 오류, 심리적 계좌, 매몰비용 오류, 소수법칙, 기준점 효과, 이해착각, 서사오류, 사후판단 편향, 결과편향, 후광효과, 타당성 착각, 전문가의 착각, 낙관편향 등
저자는 이런 편향과 오류들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인간의 사고 시스템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나눠서 볼 것을 제안한다.
시스템 1: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혹은 전혀 필요치 않은 사고 시스템.
시스템 2: 느리게 작동하며 복잡한 계산 등 노력이 필요한 사고 시스템. 매우 게으르다.
앞서 대답한 직관적인 답이 정답이 아니었던 이유는 이러한 사고 시스템의 특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천 원, 그리고 24일이라고 답한 사람은 그 답이 맞는지 적극적으로 점검하지 않았으며 잠깐만 생각해보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는 직관적 답(시스템 1)을 시스템 2가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 및 선택을 하는 의사결정 방식인 '어림짐작(heuristic)'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인지적 오류들을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5초 안에 한 문제씩 두 문제를 빠르게 읽고 답을 내야 한다는 '인지적 부담'으로 인해 매우 게으른 시스템 2는 시스템 1에게 결정권을 위임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서, 만약 다른 복잡한 일로 머리가 바쁜 상황에서 첫 번째 문제를 억지로 풀어야 했다면 두 번째 문제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발휘할 의지나 능력이 줄어들어 '자아 고갈'효과가 나타나고 이 글을 읽어야겠다는 동기 상실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여러 가지 생각으로 시스템 2가 바쁠 때는 시스템 1의 영향력이 커진다. 머릿속이 바쁘면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성차별적 언어를 쓰고, 사회적 상황에서 피상적인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다. p.69
자아고갈은 포도당 섭취로 만회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보면, 정신없고 바쁠 때 실수하지 않으려면 초콜릿이나 사탕을 항상 준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거 같다.
두 번째로, 만 천 원과 천원은 만원 차이라서 천원이 답이라는 시스템 1이 만든 틀리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를 믿고 확신하는 '의심보다 확신을 편애하는 편향'과, 그럴듯하고 편하기 때문에 타당하다 생각하는 '타당성 착각'이 나타났다. 그리고 48은 2로 나누기 쉽다는 '인지적 편안함'에 따른 편향도 나타났다.
시스템 1은 여러 사건의 인과관계를, 더러는 그 관계가 가짜일 때도, 힘 안 들이고 저절로 찾아내는 데 도사다. p.168
타당성 착각: 판단에 대한 주관적 확신은 그 판단이 옳을 확률을 합리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아니라, 해당 정보가 조리 있고 처리하기 편안해서 생기는 느낌일 뿐이다. p.318
세 번째로, 이러한 인지적 편안함으로 인한 친숙함으로 친숙함은 곧잘 진실과 혼동된다는 '진실 착각'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옆에 있던 똑똑하다 생각되는 사람도 같은 답을 말했다면 그 사람은 이 문제도 정답을 맞힐 것이라는 '후광효과'로 인해 자신의 답을 '과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과신한 자신의 답이 틀리다는 것을 알고 나면 사실 답이 아닐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고 하는 '사후판단 편향'과 '결과편향'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도 관심 가질 만한 인지적 오류로는 점화효과, 회상용이성 심리가 있다.
'점화효과'란 앞서 접한 정보가 다음에 접하는 정보의 해석ㆍ이해에 영향을 주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잠깐 노인과 관련한 '대머리', '회색', '주름' 등의 단어를 사용했을 뿐인데 자신도 모르게 걸음걸이가 느려졌다던지, 단순히 '돈'사진을 잠깐 봤을 뿐인데 평소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인 실험 결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점화효과'는 환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려주며, 조직이나 정부에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나온 책이 '넛지'이다.
'회상용이성 심리'란 해당 사례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도로 크기나 빈도를 판단하는 과정을 말한다. 비행기 추락 사고가 지난달 우연히 두 건 발생한 뒤로 기차만 고집하는 사례나 연달아 성공을 거둔 탓에 실패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 최고경영자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현재 권력이 있거나, 있었을 때를 상기시키기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을 더욱 신뢰한다. 권력구조가 확실한 '군'이나 민간에게 용역을 주고 지시하는 위치인 '정부' 등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인지적 오류인 것이다. 이를 발전시켜 최근에 나온 책이 '팩트풀니스'이다.
여기에 저자는 '행복'과 관련한 관심사가 다른 두 자아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도 추가로 설명하고 있다. '기억하는 자아'과 '경험하는 자아'가 그것이다. 인생이나 어떤 경험을 뒤돌아 볼 때 몇 가지 중요한 순간들, 특히 시작, 정점, 종점이 중심이 되고 시간이 무시되는 '기억하는 자아'가 '경험하는 자아'를 압도한다. 때문에 경험하는 자아에 관심을 더 기울일 때 행복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음반을 틀어놓고 긴 교향곡을 넋을 놓고 듣고 있었는데, 곡이 끝날 무렵 음반 흠집으로 깜짝 놀랄 잡음이 나는 바람에 "음악 감상을 통째로 망쳤다"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감상을 망친 게 아니라 감상의 기억을 망쳤을 뿐이다. 한마디로 기억하는 자아의 횡포다. p.557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에서 강조되어 왔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나의 직관과 생각을 사용했지만 과연 나는 '나의 직관과 생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저자 역시 직관에 관해 연구하면서 어떤 상황이 오류에 빠지기 쉬운지를 더 잘 알게 되었을 뿐, 막상 자신이 오류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남이 저지르는 오류들 더 잘 알아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내 생각이 떠오르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한 오류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서로 상대방의 판단과정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실수가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조직 내 환경이나 시스템의 변화 등을 통해 편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좋은 틀짜기)을 모색해 나간다면, 보다 원활한 관계를 기초로 한 조직과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성공 혹은 실패에서 운이 미친 영향이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금 내가 한 생각이 단순 직관에 의한 것인지 통계적 사고에 의해 나온 것인지 고려해 보자. 전문가의 특징은 오랜 시간 고민과 실수의 반복을 통해 그 분야에 있어서 게으른 시스템 2가 시스템 1처럼 작용한다는 점이다. 행동과 말의 시작점인 내 '생각'에 대해 '시스템 2의 시스템 1화' 한다면 보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지적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점점 복잡해 지는 사회에서 이런 '의식적 노력'은 나 자신을 위한 최고의 웰빙 치료제가 될 것이다.
문제의 정답
Q1: 500원 / Q2: 47일
추가생각
군에서 지휘관의 결심 때도 마찬가지이다. '자아고갈'이 지속 일어나는 무작위 예측불가 상황에서 계속 올바른 결심을 내리긴 힘들다. 올바른 결심을 위임하던가, 지속적 당 보충을 하던가 해야 한다. 지휘관의 상태를 판단하는 객관적 방법(동공 크기, 포도당 함유량) 등도 발달할 수 있을 듯하다.
심리검사에서도 얼마나 쉽게 생각났느냐로 내 성격에 답한다.
심리학을 제대로 배웠는지 알아보려면,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는 시각이 달라졌는지를 봐야지, 단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는지를 봐서는 안 된다. 통계를 이해하는 것과 개별 사례를 이해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인과관계 해석이 들어간 통계는 인과관계와 무관한 정보보다 우리 사고에 더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인 사람들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듣기보다 자신의 행동에 나타난 놀라운 점을 찾아낼 때 무언가를 배울 확률이 높다. 깜짝 놀랄 개별 사례는 그 효과가 막강해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p.264
평균회귀: 평균 자체를 올리면 되지 않는가? 평균은 어떻게 아는가? 과거를 통해 알지 않는가? 실력 자체가 올랐다면. 계속 높은 수준일 수 있다. 평균으로 떨어질 것이다 라고면 생각하기보다는 성과가 좋을 때 계속 좋으려 하고, 나쁠 때는 벗어나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평균회귀 할테니 노력 안 해도 된다라고 오해되기 쉽다.
위험관리 정책: 적절한 위험의 장점! 투자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손실을 안아야 어디서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손실 있는 부, 실, 과를 성과가 없다고 하면 안 된다. 실패를 꾸짖지 말고 도전하지 않음을 꾸짖어라.
고통스러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자.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수술을 중단하라고 애원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기억상실을 유도하는 약을 투여해 수술 기억을 완전히 지워주겠다고 약속받는다. 대다수가 놀랄 정도로 무심했다. p.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