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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Dec 07. 2023

내 멋대로 유럽(5)

아름다운 초겨울의 프라하(Prague)


오늘은 4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체코 프라하로 이동해야 했기에 어김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이른 아침 조금 차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뉘른베르크 중앙역 앞을 지나쳤다. 아침엔 대게 날씨가 맑아 상쾌한 기분으로 여정을 시작하기에 좋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모여 있는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내가 탈 버스를 찾아 기사의 도움으로 짐을 싣고 미리 예약한 좌석을 찾아 들어갔다.


옆자리 여성은 동양인이었는데, 내게 초콜릿을 권하다가 슬그머니 한국인인지 물어왔다. 맞다고 대답하니 무척 반가워했다.


사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굳이 한인 민박을 잡거나 한국인 동행을 구하지는 않았는데, 당시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그다지 한국인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도 같다.


나는 나의 모국을 사랑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경직된 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사회역사적 흐름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하나의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틀을 선호하며,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몹시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나고 자란 사회의 대중적 인식과 보편적 가치관에 익숙해져 있다.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결코 그 익숙함에서 쉽사리 벗어나지도 못한다.


나이로 구분 짓는 역할과 한계 같은 것들 말이다.


몇 살 때는 이런 것들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의 불확실성을 불안해하는 삶.


요즘 내 안의 서로 다른 이중적 잣대와 모순적 갈등이 종종 나를 괴롭게 한다.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안정적인 삶, 그것이 지루하고 때로는 의미 없이 느껴지다가도 이를 벗어나면 찾아올 불안함이 두렵다.

  


어느새 눈발이 날리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훌쩍 시간이 흘러 곧 프라하에 도착했다.



도착한 버스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미리 예약한 숙소를 찾아갔다. 매번 새로운 지역에서 첫 숙소를 찾아갈 때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좋다.


  


프라하에서 묵은 숙소의 이름은 루마 테라 프라하(Luma Terra Praha) 호스텔. 여행 중 머물렀던 숙소 중 가장 시설이 좋았는데, 여성 전용 도미토리에서 운 좋게 따로 떨어져 있는 침대를 쓸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 거리를 좀 걸어보았다. 건물의 색감이나 장식에서 독일과 체코, 두 국가의 차이가 느껴졌다.


독일의 건물은 더 정제되고 우아한 멋이 있는 반면, 프라하의 건물들은 더 화려하고 고전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던  배가 고파 근처 한식당을 찾아가 점심을 먹었다. 이번 여행  유일한 한식이었는데, 며칠 만에 맛본 김치찌개로 신체적, 정신적 허기짐을 모두 채울  있었다.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고는 배부른   식사를 마쳤다.



소화도 시킬 겸 본격적으로 프라하 시내 구경에 나섰다.


구시가지로 향하던 중 발견한 국립 박물관은 건물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이 있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개성 있는 인형과 소품들을 판매하는 상점을 구경하기도 하고, 눈길을 끄는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에도 시선이 갔다.



그러다 발견한 초콜릿 가게 앞에선 달콤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었다. 알록달록한 수많은 종류의 초콜릿들이 두 눈을 즐겁게 했다.


 


가게를 나서며 핫초콜릿 음료를 사 마셨는데, 처음엔 너무 작은 컵 크기에 실망했으나 한 입 맛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물이나 우유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정말 말 그대로 따뜻하게 녹은 초콜릿 그 자체였다.


너무 달아 이 이상으로 먹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아 달콤한 나의 여행.



조금 더 걷자 프라하 구시가 광장이 나왔는데, 사람도 무척 많았고 간간히 한국인들의 대화소리도 들려왔다.


무어라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 아름다운 광장이었다. 커다란 시계탑이나 성당 건물, 거대한 동상은 물론이고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점 건물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이 황홀한 순간을 기억하려는 모습들.


나도 외국인 관광객 가족들에게 사진을 부탁해 보았다. 여행 중 손꼽히게 행복했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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