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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Apr 06. 2017

나마스떼, 네팔!_2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발견하는 순간의 즐거움,

아마 이번 네팔 여행 내내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한다. 


스스로를 나 홀로 여행족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의존적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간중간 만났던 좋은 사람들은 여행의 깊이를 다르게 했고, 순간들을 빛나게 해주었다.


좁고 불편한 로컬 버스에서 낯선 외국인 여행자에게 좋은 자리를 내어주던 이,

상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 대신 길을 묻고 찾아주던 이,

무려 히말라야에 오르려는 초보 트래커를 위해 바라는 것 없이 트래킹 준비를 도와주셨던 숙소 사모님.


내가 만났던 모든 감사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카트만두 오빠와 숙소로 돌아온 뒤 저녁을 고민하던 중,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으로부터 삼겹살 파티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숙소 게스트 파티가 아니라 사장님의 네팔 친구들과의 사적인 모임이었는데, 어쩐지 끼고 싶어 슬쩍 한 자리를 차지하기로 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과 함께 한국에서 일했던 네팔리들의 모임이었고, 덕분에 모두와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었다.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분들이 오셨는데 어쩐지 눈에 익은 인상이었다.

전에 한 번도 네팔인과 교류해본 경험이 없어 단순히 착각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누군가 말했다.


"수잔 아빠야! 이 사람은!"


수잔..!

그분들은 JTBC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에서 네팔 대표로 출연했던 '수잔'이라는 친구의 부모님이셨다.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네팔 편'에 출연하셨기 때문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으로 더욱 즐거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맛있었던 삼겹살과 전통 주 락시
수잔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수잔의 사진들
수잔에게 온 팬레터 책자와 그 위에 살짝 보이는 수잔 어머님의 모습 (실제로도 굉장한 미인이셨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에서 일하던 당시 한국인 사장님의 말투를 흉내 내던 모습이었는데

"어디가! 이 XX야!" "빨리 갔다 와 XX야!" 

이와 같은 말투에서 당시 한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웃음으로 한국 생활을 추억하는 그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네팔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카트만두에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 미리 예매해둔 포카라행 버스를 타기 위해 나는 조용히 숙소를 나섰다.


택시비를 아껴 보겠다며 무거운 캐리어와 배낭을 짊어지고, 30분 넘게 길을 헤맸는데

그 날, 길을 헤매던 그 아침이 나는 왜 이리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치 터멜 거리의 민낯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카트만두의 거리
포카라 행 버스
좌석이 넓어 이만큼 여유가 있었다


포카라까지는 8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말에,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버스를 선택했는데

얼마나 서비스가 좋은지 밀크티부터 아침식사, 점심식사까지 제공됐다. 


중간에 리조트같은 곳에서 멈추고 뷔페식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원래 여행 중에 현지 음식을 잘 먹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훌륭했던 첫 네팔식이었다.

덕분에 8시간 내내 배부르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포카라의 첫인상은 카트만두와는 다른 (비교적) 깨끗함이었다. 

네팔 제일의 관광도시인 포카라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머무르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수많은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들이 늘어져 있었고, 바로 옆은 페와 호수가 있어 언제든 산책하기에 좋았다. 


 


첫날 숙소도 깔끔하고 좋았지만, 뭔가 정이 가지 않아 새로운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네팔 여행 카페에서 조용하고 괜찮은 숙소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름도 어렵고 구글맵에도 표시되지 않아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덕분에 길을 잃고 관광지를 벗어나 오로지 네팔 현지인들만이 거주하는 지역까지 들어가 보기도 했다. 

ㅋㅋㅋ긍정적인 생각



그렇게 어렵사리 찾은 포카라의 두 번째 숙소!

낮과 밤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이 곳이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볼 수 없는 훌륭한 뷰였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올라갈 때는 힘들지만,

막상 테라스에 나와 경치를 바라보면 힘듦 따위는 잊고, 오로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덕분에 트래킹 전 이틀간 머무르며 테라스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배가 고파 근처의 식당을 둘러보던 중 이름이 마음에 들어갔던 곳.

'셰르파's 키친'



티베트식 깃발이 식당 마당에 흔들리고, 식당 안에선 '옴마니 반베훔♪'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이었다.

맛있었던 라씨와 모모..


평화로운 도시 포카라에서의 행복한 시간.

내일은 한국에서부터 트래킹 일정을 맞추어 연락하던 동행을 처음으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그전까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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