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이대로 괜찮은가

내 멋대로 재정의한 일과 삶의 균형

by 효그

유행어처럼 번졌던 워라밸(Work-Life-Balance)이란 단어가 이제는 일상에 정착했다. "워라밸이 좋다"는 말이 기업의 장점처럼 여겨지고, 반대로 "워라밸만 챙기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간간이 들린다. 그런데 워라밸이 내포한 의미가 이대로 충분할까? 일과 삶의 관계를 설명하고, 커리어의 척도 중 하나로 삼는 단어라기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워라밸의 전제에 의문을 던지고, 나름대로 다시 정의해 보려 한다.



일은 삶의 반대편이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하면, 일이 삶의 반대편에 있는 개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일은 삶의 일부, 그것도 매우 큰 일부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 데 쓴다. 또 일에서 의미를 찾고 성취하며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워라밸은 일은 삶과는 다른 영역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그 대척점에 둔다. 심하게는 일하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물론 일과 일 외적인 삶이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일이 그 외의 삶과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일을 적대시하는 관점을 내려놓아야 한다.



직장은 직업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일=회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는 일의 한 형태일 뿐, 나의 모든 일이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직장과 직업은 엄연히 다르다. 직업은 직장을 품는 큰 범위의 일이며, 직장은 직업을 실현하는 공간 중 하나이다. 이 개념을 워라밸에 적용해 보자. 직장인으로서 나는 훌륭한 워라밸을 자랑한다. 그러나 퇴근 후에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공부하는 걸 생각한다면 일의 비중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단순히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넘어, 직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비로소 일과 삶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다.



워라밸보다는...

결국, 일과 삶의 관계는 균형보다 비중을 헤아려야 더 적절하다. 즉 일이 삶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그중 얼마큼의 가치를 차지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누군가는 일의 비중이 적기를 원하고, 누군가는 일이 중심이 되는 삶을 산다. 무엇이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비중을 조정하면 그만이다. 결국 워라밸을 따지기보다, 삶에서 일을 어느 정도 비율로 가져갈 것인지, 나아가 삶 속에서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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