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작품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미술관이 가진 고유의 넉넉한 분위기를 즐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술관은 디자인에 큰 영감을 준다. 화면 속의 작품이나,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 마주치는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우선 미술관 그 자체를 볼 수 있다. 미술관은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수 있도록 범용적이면서도, 각 성격에 맞는 독창성도 보여준다. 예를 들면 국립 미술관은 약자를 배려한 포용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어린이 미술관은 어린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예술적 표현과 다양성을 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전시 디자인도 흥미롭다. 작품의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전시의 기획 의도를 담아내는 디자인은 때론 그 자체로 작품이라 할 만큼 독창적이다. 또 전시 포스터부터 전시장 내 레터링까지, 통합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큰 규모에 적용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자주 찾아가게 되는 이유이다.
작품에서는 표현 자체를 참고해 활용할 수 있다. 표현이라는 것은 예술과 디자인의 공통점이기에 더더욱 영감을 얻기 좋다. 예를 들어, 그림의 화풍에서 느껴지는 질감이나 색감을 참고할 수 있다. 추상 요소들의 비율과 배치를 레이아웃에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술은 디자인보다 더 과감하고 색다르게 표현하기에, 독창적인 표현을 찾기에 적합하다.
앞선 영감처럼 직접적인 것들도 좋지만, 그보다 더 유익한 것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와 철학이 작품에 반영된다. 이런 작품들의 의도와 이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디자인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얼마 전 론 뮤익의 전시를 보고 왔는데, 작가는 사실적이지만 서로 다른 크기의 사람 모형을 통해 인간 존재를 낯설게 만들었다. 이 아이디어를 빌려 디자인 요소를 전형적이지 않은 크기로 적용한다면, 당연하게 바라봤던 대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 거로 생각했다. 이렇듯 의도와 표현 사이를 연결 짓는 아이디어를 참고할 때, 디자인 또한 색다른 관점을 얻게 된다.
때때로 디자인의 한계에 부딪힐 때, 미술관은 좋은 치유 공간이 된다. 가속되어 있던 몸과 마음을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에서 한시름 내려놓을 수 있다. 천천히 작품의 표현과 의도를 감상한다면 비어 있던 곳간에 영감이 가득 차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