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하버드클럽을 아시나요?

뉴욕에서 하버드 졸업생만 갈 수 있다는 클럽

by 효효

Harvard Club of New York City

35 West 44th Street

New York, NY 10036


10번 넘게 뉴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웬만한 곳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처음이었다. Bryant Park와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Private Member만 입장할 수 있다는 팻말이 붙어 있던 이 장소는, 하버드 졸업생 혹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하버드 클럽'이다.


브라이언파크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맨해튼 5번과 6번 애비뉴 사이 44번가. 이곳은 하버드클럽을 비롯해 다른 아이비리그 클럽들이 모여 있어 ‘클럽하우스 로우(Club House Row)’로 불리기도 한다. 학교 깃발과 미국국기가 함께 걸려 있는 하버드클럽 정문 앞에 도착했더니, 'Private Club, Members only'라는 팻말이 조그맣게 붙어있었다.



하버드 클럽 둘러보기


실제로 클럽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뉴욕에 살고 있는 작은할아버지의 아들, James 삼촌이 하버드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삼촌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아프리카, 유럽, 미얀마 등 해외에서만 20여 년 넘게 있는라 만난 적이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뉴욕에 머물고 있어 하버드 클럽에 우리를 초대해 주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 탓에 가방과 우산, 선물로 두 손이 무거운 찰나,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정문 앞에서 할아버지와 삼촌을 만났다. 앞에 있던 가드가 문을 열어주며 반갑게 삼촌과 인사를 했고, 정문 바로 옆에 있는 코트룸에 들려 가방과 우산, 코트를 맡겼다. 요즘 거의 매일 하버드클럽에서 살고 있다는 James 삼촌은 클럽 직원들과도 친해서, 우리도 덩달아 Welcoming을 받는 느낌이었다.


코트룸을 나와서 레스토랑으로 향하는데, 클래식하게 꾸며진 로비와 나선형 계단,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걸려있는 초상화 중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있었다.


커다란 건물 두 개로 연결되어 있는 하버드 클럽에는 레스토랑 외에도 헬스장, 스쿼시코트, 당구장 같은 휴게시설도 있고, 도서관, 연회장, 컨퍼런스 룸 등 동문들이 업무를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숙박시설과 여러 개의 레스토랑, Bar 도 있어서 이곳에 하루 종일 있어도 웬만한 생활이 가능해 보였다.


코르룸 한쪽에 전시되어 있던 트로피들과 로비 계단 전경


하버드클럽 레스토랑


하버드에는 크게 세 개의 식당이 있다고 했다. 이날 우리가 방문한 식당은 로비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레스토랑이었다.


하버드클럽 레스토랑은 격식 있는 옷차림을 권장하여 모자나 슬리퍼 등은 지양되지만,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곤 한다. 어쩐지, 전날 호텔 근처에 만났던 James 삼촌은 후디와 캡모자를 쓰고 굉장히 프리한 옷차림이었는데, 이날은 거의 다른 사람처럼 말쑥한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가 놀란 상태였다. (엄마와 고모할머니는 삼촌에게 갑자기 어제보다 잘생겨졌다며 연신 칭찬?을 날렸다.ㅎㅎ)


식전빵이 일품이라며 커피와 함께 맛보기를 권했고, 커피잔이 비워질 때쯤 다시 한가득 커피가 채워졌다. 런치코스를 종류별로 시키는 바람에 음식을 나누랴, 먹으랴, 얘기하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며 사진도 찍었다. 원래는 사진 찍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요즘엔 그런 부분도 많이 완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하버드 홀


식사 후, James 삼촌의 하버드클럽 투어는 식당을 지나 높은 천고의 하버드홀에서 시작되었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박제된 코끼리였다. 클럽 내부에는 곳곳에 커다랗게 박제된 동물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과거 하버드 졸업생들이 사냥을 한 것이라고 했다. 연회장으로 많이 쓰인다는 하버드홀은 저녁에 있을 오프닝 행사 때문에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2층으로 향했다.



하버드클럽 도서관


2층에 올라서자마자 사슴뿔 샹들리에와 박제된 사슴이 보이더니, 조그맣게 도서관 표시가 보였다. 계단부터 벽까지 온통 하버드 색깔로 뒤덮인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데 마치 호그와트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사서로 계시던 도서관은 작지만 아늑한 느낌으로, 오래된 고서부터 역사가 한눈에 담겨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을 가는 것도 좋아하고, 도서관이 가지는 특유의 공간감을 좋아했던 나이기에, 이런 분위기라면 붉은 소파에 앉아 몇 시간이고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버드클럽 휴게실


도서관 옆에는 휴게실도 있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동문들을 기리는 공간도 있었다. 우리에게 커피를 쏘겠다던 삼촌은 넉살 좋게 커피머신 앞에 데려가서, “Coffee or tea?” 하며 손수 제조를 해주었다.

삼촌은 어렸을 적 우연한 기회로 하버드클럽에 왔다가 동기를 부여받고, 열심히 공부해서 하버드에 가게 됐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공간을 그들끼리만 향유하고 싶어 하지만, 삼촌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을 깨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삼촌은 매일 하버드클럽에서 책을 쓰고 있었다.



하버드클럽 누구나 가입할 수 있을까?


대학생 때 보스턴에 있던 나는 가끔 친구들과 하버드 대학교 교정을 놀러 가곤 했는데, 그때 분위기가 이곳에서도 느껴졌다. 뉴욕에 있는 학교 아지트 같은, 작은 캠브리지 마을 같은 느낌이다.


하버드클럽은 전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 있다고 하던데, 뉴욕의 하버드 클럽은 1865년 하버드 졸업생 5명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후 하버드클럽은 부지를 매입하고 클럽하우스 건축을 위한 기금을 모았고, 1894년 정식 개관했다.

출처: Harvard Club of New York City - Wikipedia


하버드 클럽 회원이 되려면 하버드 대학 학위 또는 명예 학위를 소지하고 있거나, 대학 교수이거나, 임원 또는 대학의 이사회 또는 위원회의 일원이어야 한다고 한다. 회비는 나이, 졸업 연도 등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연간 회원 비용이 평균적으로 약 2,300달러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팬데믹 이후 MZ세대 가입률이 떨어지고 있어, 최근 졸업한 동문은 회원비를 일정기간 무료라고 한다. (2024년 졸업생의 경우 첫해 100달러를 내면 100달러짜리 기프트 카드를 주었다고 한다.)


하버드클럽 회원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할 수도 있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언제고 또 놀러 오라고 했지만, 막상 시간이 되지 않아 더 가지는 못했다. 뉴욕에는 매일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있고, 바쁜 뉴요커들의 일상 속에서 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예전 같지는 않다지만, 이곳엔 특유의 클래식함이 있었다. 다음에 또 뉴욕에 온다면 한 번은 다시 갈 것 같다. "Coffee or tea?" 하며 free 커피를 내어주고는 클럽 어딘가에서 책을 쓰고 있을 삼촌도 볼 겸 말이다.



HYO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