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911을 기억하는 법

911 메모리얼파크 & 서바이벌 트리

by 효효

2001년 9월 11일, 아직도 생생하다.

어렸을 적 학원 끝나고 집에 들어가는데, 티비에서 비행기가 날아와 커다란 빌딩으로 그대로 돌진하는 순간이 방영되고 있었다. 소파에 앉으며 ‘이건 무슨 영화지?’ 했는데, 생방송으로 뉴스로 송출되고 있던 장면이었고, 뉴욕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911 Ground Zero


9.11 테러로 사망한 2,977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그라운드 제로에 지어진 911 메모리얼 파크는 10년 뒤인 2011년 9월 11일 문을 열었다. 이후로 여러 번 뉴욕에 갔지만 차마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슬픔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가, 올해 봄, 처음 그곳에 가게 되었다.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맨해튼이지만,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엔 빌딩이 세워지지 않고, 대신 묵념의 공간이 생겼다. 하늘로 뻗었던 쌍둥이 빌딩 자리는 이제 아래를 향한다. 건물이 서 있던 자리에는 가로와 세로 각각 60m, 깊이 9m인 두 개의 커다란 구멍이 있고, 그 사이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테러로 인해 유가족들과 미국인들이 흘린 눈물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구멍은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 친구, 동료였을 테러 희생자들의 빈자리를 상징한다. 여기로 물이 빠지도록 설계를 한 것은 이 구멍으로 아무리 많은 물을 쏟아부어도 구멍을 모두 채울 순 없듯이, 소중한 사람의 빈자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절대 채울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테두리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데, 서로 연이 있던 희생자들끼리 가까운 곳에 모아져 있다고 했다.


흰색 금속 골조로 이루어진 오큘러스 또한 911 테러를 기념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오큘러스는 손에서 비둘기를 놓아주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전철역이기도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매년 9월 11일 테러가 일어났던 시간에 햇빛이 중앙 채광창을 통해 바닥을 비추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매년 9월 11일 저녁에는 두 타워를 상징하는 'Tribute in Light'이라는 서치라이트를 쏘아 올린다.


내가 방문한 날은 폭포수가 잠시 멈춰있는 상태였다.
오큘러스, Tribute in Light




Survivor Tree


올해 4월, 메모리얼 파크에 유난히 하얗게 꽃을 피워내는 나무가 있었는데, 서바이벌 트리라고 불리는 나무였다. 당시 테러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 나무라고 했다. 조심히 옮겨온 어린 나무를 정성 들여 치료하고 키운 후에, 이렇게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아, 나무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911 테러와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B와 D사이 C가 있다는 삶과 자주 비유된다. Birth는 태어나는 순간 시작점이 정해지지만, Death는 언제일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고, 그래서 삶은 선택의 연속(Choice)이다. 예전에는 선택을 하면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길다란 삶의 여정에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다. 때론 용기도 필요하고, 쉽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다시 오지 않을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Never Forget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9월 11일을 추모하는데, 이때 항상 등장하는 표어라고 한다.

언젠가 잊혀지는 것이 기억이라고도 하지만, 한 때 소중한 사람이었던 누군가가 더 이상 옆에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슬픔이다.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존경을 담아 글을 마친다.


HYO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