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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효 Nov 25. 2022

'경찰청 뒷골목'에는 뭐가 있을까?

감자탕부터 위스키 바까지, 내자동 골목 구석구석.

서울경찰청 뒷골목은 숨겨진 보물이다.

언뜻 보면 으슥해 보이는 이 골목 안에는 수십 년이 넘은 노포 가게들과 신상 위스키 바들이 한옥 기와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종목도 다양하다. 광화문 주민을 따라, 경복궁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입맛대로 골라보는 경찰청 뒷골목 탐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전 11시 30분 - 오후 1시.  


이 일대 직장인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점심시간이다.

경찰청과 정부청사 사람들, 대형 로펌과 근처 은행인들의 발길을 따라가 보자.


할매집 (감자탕)

감자탕 위에 부추가 한껏 올라간다.

1975년 내자동에 문을 연 이후 2006년부터는 지금 위치에서 쭉 장사를 하고 있고, 2018년부터는 미쉘린에도 등재된 진정 맛집. 족발과 감자탕이 주 메뉴여서 저녁 시간에 가면 술 한잔 함께 기울이는 사람도 많다.

모던한 느낌을 기대하기보단, 옛날 할머니 집에서 먹는 느낌을 가지고 가야 한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2길 1-5,
월요일 정기휴무, 12:00-21:00 (14:00-17:00 break time), 02-735-2608
버거드조선 (수제버거)


한식이 당기지 않는다면, '버거드조선'이 있다.

몇 년 전 골목에 갑자기 생긴 수제버거 집인데, 맛이 손에 꼽힌다. 특히 점심시간 볕이 드는 한옥에서 운치 있게 즐기는 버거 맛이 아주 좋다. '버거 드 조선 아벡 모짜렐라'는 기본 메뉴랑 가격 차이도 없어서, 갈 때마다 즐겨 먹는 메뉴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0길 7,
매일 11:00-22:00 (15:00-17:00 break time), 02-723-1016


오후 1시 - 3시.


배도 부르겠다.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 한 잔이 고플 시간이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경찰청 뒷골목 안에는 이미 맛과 멋으로 유명한 카페들도 있으니까.


나무사이로 (커피 맛의 강자)

2002년 시작되어, 서울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중 하나이다. 커피 선정에 까다로운 우리 회사 원두도 이곳에서 받고 있어 그만큼 믿음이 가는 곳이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인만큼 마당이 존재한다. 비 오는 날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한 잔해도 좋고, 볕이 있는 날은 해를 쬐며 커피 한 잔도 좋다. 최근 리모델링을 거쳤어도, 다락방 같은 숨은 복층 공간은 살아남은 듯 하니, 이 자리 또한 탐내보자.

나무사이로에 간다면 숨은 다락방 공간을 찾아보자!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8길 21
매일 11:00-20:00, 070-7590-0885
내자상회 (디저트가 맛있는 곳)

어김없는 한옥 카페다. 마당은 없는 대신 통유리창으로 바깥을 보는 재미가 있다.

메뉴들이 신기하다. 인절미 카스테라, 쑥절미 카스테라 같은 디저트가 특이하다. 단풍라떼, 흑임자 아포가토, 쑥라떼 같은 음료도 있다. 비주얼 적으로도 훌륭해서 인스타 감성과 맛을 모두 잡았는데, 소소한 소품도 팔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0길 3
매일 10:00-22:00, 070-7755-0142
커피투어 (로스팅 룸이 있는 곳)

이 동네 커피투어는 꽤나 유명하다.

수많은 블루리본을 달았다. 2008년 설립 이후 광화문에서 세 곳의 직영매장을 운영하는데 다 잘된다. 경복궁점, 경희궁점은 비교적 공간이 협소한 반면, 경찰청 뒷골목에 있는 커피투어 광화문점은 직영 3호점으로 꽤나 조용하고 널찍하고 빈티지한 느낌으로 작업하거나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0길 12
매일 08:00-21:00 (주말 10:00-20:00)


오후 6 - 9시


퇴근 후 한창 배가 고플 시간이다. 저녁 시간에는 고기를 구워야 한다.

고기가 부담스럽다면 파스타나 감자튀김 같이 간단한 음식을 곁들여 맥주 한 잔 하는 저녁은 어떠한가.  


삼정하누 (널찍한 소고기 집)

소고기를 굽고 싶다면 경찰청 뒷골목에 '삼정하누'와 '기승전우'라는 선택지가 있다. '기승전우'는 바 형태로 개인화로에 고기를 구워 좀 더 프라이빗한 느낌이 있다면, '삼정하누'는 3층 단독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회식하기에 좋은 한우집이다. 솔로인에서 운영하는 수요미식회 맛집으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건너온 한우집이다. '귀족의 안심'이라고 불리는 샤토브리앙을 추천한다. 이곳의 무엇보다 좋은 점은 콜키지 무료라는 점이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8길 11
매일 11:00-22:00 (14:30-17:00 break time), 02-722-8500


핸드앤몰트 탭룸 (한옥 마당에서 즐기는 수제 맥주)

맥주 한 잔을 곁들여 가볍게 저녁을 먹고 싶다면 핸드앤몰트에 가야 한다.

골목 초기에 생긴 수제 맥주 집으로, 바 자리도 있고 마당도 있어 저무는 하늘을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지금은 인베브가 인수해 대기업 소속의 맥주가 되었지만, 한 때 퇴근하고 친구들과 가장 편하게 많이 가던 곳이다. 나는 흑맥주를 좋아하는데 여기 모카 스타우트가 여전히 제일 좋다. 안주는 파스타나 치킨 같이 저녁 요기가 될 만한 메뉴들도 있는데, 내 기준 트러플 오일 프라이는 곁들임으로 필수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2길 12-2
일요일 정기휴무, 17:00-24:00, 02-720-6258


오후 9시- 11시


하루를 마무리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

광화문 주민이어서 좋은 점은 늦은 밤 한 잔 기울이고 마음 편히 집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근처 위스키 바의 터줏대감인 '코블러''텐더바' 외에도 분위기 좋은 한옥 바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와인이 생각난다면 '아트만'으로, 소주가 생각난다면 '내자살롱'으로 가면 된다. '슬로우핸드'와 같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LP바들도 있다.


코블러 (메뉴판 없는 한옥 위스키 바)

어느덧 올해 6주년을 맞이했다.

처음 코블러를 방문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은 메뉴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기분이나 원하는 맛을 듣고 그에 알맞은 위스키나 칵테일을 추천해준다. 한옥 느낌 물씬 나는 위스키 바라니, 분위기도 좋다. 친구와 가도 좋고, 연인과 가도, 혼술 하기도 좋은 곳이다. '코블러'라는 웰컴 파이도 주는데, 달달하니 맛있다.

미국에서 출장 왔던 외국인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은 곳이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2길 16
매일 19:00-03:00, 02-733-6421
텐더바 (일본 긴자에 있는 듯한 위스키 바)

한옥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일본 긴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도쿄 긴자 텐더바의 서울지점이기도 하고, 그곳의 경험을 가진 흰 정장을 입은 바텐더 분들이 정중히 맞이해준다. 착석하면 따뜻한 수건을 건네주는데 굉장히 웰컴 받는 듯한 느낌이다. 코블러에서 파이를 내어준다면, 텐더바에서는 양갱과 과일을 내어주신다. 이곳엔 메뉴판이 있어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데, 나는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하드쉐이크 칵테일이 그렇게 맛있다. 민트초코 맛이 나는 칵테일도 추천한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2길 17
일요일 정기휴무, 19:00-02:00, 02-733-8343
아트만 (불멍 하기 좋은 아늑한 와인 바)

한 마디로 서울 한복판에서 불멍 하기 제일 좋은 곳이다.

이곳 또한 한옥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안은 꽤나 모던하다. 마당에 피우는 장작불은 멍하니 바라보기 딱 좋은데, 특히 겨울에 가면 그 느낌이 배가 될 것 같다. 마당에서 보이는 경찰청 뷰를 보면, 꽤나 안전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퓨전 한식을 안주 삼아 함께 하는 와인 맛도 좋고, 전통주도 판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2길 11
월요일 정기휴무, 18:00-24:00(금/토 -25:00), 070-4045-0622  


'내자동'이라고 불리는 경찰청 뒷골목은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한 곳, 한 곳 모두 기록하고 싶었지만, 최소 다섯 번 이상 가 본 곳들로 정했다.

노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 경찰청 뒷골목 탐험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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