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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효 May 28. 2023

세계적인 건축가가 알려주는 10년 젊어지는 법

안도타다오와 초록사과, 그리고 뮤지엄 산

83세의 일본인 할아버지는 서울대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한 장의 커다란 초록 사과를 보여주었다. 그는 그것을 '청춘'이라고 표현했다. 건축가와 사과라니.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직접 볼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뮤지엄 산 전시를 위해 그가 한국에 왔고, 운 좋게 서울대학교에서 열렸던 강연을 들었다. 그는 건축 인생과 함께 청춘으로 사는 법을 이야기했고, 그 후 나는 뮤지엄 산에 가서 실제 존재하는 초록 사과를 꼬옥 안았다.


안도 타다오 "청춘"의 비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중퇴를 한 복서였지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로 자연과 빛을 통해 주변 자연과 어우러지는 그의 건축물들을 보다 보면, 그가 여전히 청춘임을 느낄 수 있다.  


하나, 인생에 '유머'가 있어야 한다.   


스승도 없고, 대학도 나오지 못한 그는 '괴짜' 취급을 받았지만, 28살에 개인 건축사무소를 열었다. 그의 첫 의뢰인은 3명이 살 수 있는 집을 지어달라고 했지만 이후 쌍둥이가 태어나 5명의 가족이 되었다. 집이 비좁아진 의뢰인은 안도에게 같은 쌍둥이니 책임을 지라고 했는데(안도는 쌍둥이 형제다), 그는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건물은 이후 안도 타다오의 건축사무소가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유머가 필요하다는 그는, 건축사무소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당시 사무실에 떠돌이 강아지가 들어왔고, 직원들을 잘 따르기에 입양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왕이면 큰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단게 겐조'라는 일본 유명 건축가의 이름으로 부르고자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했고(당시 그 건축가가 살아있었다.) 결국 그는 현대 건축 거장의 이름을 빌려 '르 코르뷔지에'라고 지었다. 그가 실제로 빛의 건축을 하게 된 계기도 프랑스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롱샴 교회'를 방문하고 나서 인데, 그곳에서 본 빛이 '희망'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2층 오픈된 공간에 있는 책상이 안도 타다오의 자리다.


둘, 자연의 '빛'을 가까이하자.  


안도 타다오는 건축은 '터'를 읽는 일이며,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인 하나인 스미요시 주택은 오사카 주거 밀집주역에 지어진 집이다. 안도는 오밀조밀 붙어있는 집들 사이로 중정이 있는 주택으로 만들어, 도심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컴팩트한 집은 화장실이나 부엌을 갈 때마다 중정을 지나야 하고(비가 오면 우산도 써야 한다), 난방도 따로 없어 매우 춥고 덥지만, 처음 집을 의뢰했던 부부가 불편을 감수하고 50년 넘게 살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부부는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통해 느끼는 따뜻함과 행복감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스미요시 주택(희망이 있는 집)

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인 '빛의 교회'는 십자가를 자연의 빛으로 표현하였다. 이곳에도 에피소드가 있는데, 안도는 '빛의 교회' 설계 당시 십자가 부분에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으려 했지만, 교회 사람들이 방한을 문제로 유리창을 설치했다고 한다. 안도는 살아있는 동안 그 유리창을 꼭 제거하고 싶지만, 교회에 가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교회 분들은 유리창을 제거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며 웃었다.

빛의 교회

나오시마 섬에 있는 '지추미술관'은 땅 속에 있는 미술관이다.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땅 속에 지은 미술관으로, 조명을 쓰지 않고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만을 사용한다. 이곳에는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되어 있는데, 오직 흰색으로 된 방 안에 자연 채광이 들어온다. 안도는 그래서 모네의 수련은 4시 전에 와야지만 볼 수 있고, 4시가 넘으면 '심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건축과 자연,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호흡할 때 가장 아름답다.

지추미술관, 모네 수련 (출처: https://benesse-artsite.jp/en/art)


셋, 포기하지 않는 마음, "일단 말하고 보자. 그럼 된다"


안도 타다오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고 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산업폐기물 처리장이었던 나오시마 섬 전체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드는 거대 프로젝트다.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안도는 베네세하우스, 지추미술관 등을 지었고,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섬이 되었다.

섬 입구에는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 있는데, 지난해 태풍에 떠내려가 버렸다. 안도 타다오는 이 일화를 소개하며 인생 재밌게 사려면 안심하면 안 된다며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놓여 있다고 한다. 

日나오시마 상징 쿠사마 야요이作 ‘호박’ 태풍에 휩쓸려 파손 - 경향신문 (khan.co.kr)


오사카에 있는 '나카노시마 어린이 도서관'은 안도 타다오가 주변 환경까지 바꾼 사례다. 아이들이 오는 도서관이기 때문에 도서관 앞에 있는 큰 도로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안도는, 주변 도로를 광장으로 메워달라고 시에 요청을 했다. 모두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안도는 매일 시청으로 출근했고, 결국 도서관 앞 도로를 모두 철거하고 광장으로 만들었다.


넷. 정신력만큼 "체력"이 중요하다.


83세인 그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말기 폐암으로 장기를 다섯 개나 적출했지만, 지금도 매일 만보를 걷는다며 만보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일을 하기 위해 매일 푸른 사과를 만지고, 하루 만보씩 걷고, 식사는 30분에 걸쳐 되도록 천천히 한다. 그리고 매일 꼭 책을 읽는다. 절망에 머물지 않고, 청춘을 유지하며 살려면 이런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강연회에서 책을 샀더니 친필싸인이 있었다! 뮤지엄산 벽에서도 그의 싸인을 찾아볼 수 있다.


뮤지엄 산, <안도 타다오-청춘>

뮤지엄 산에서 열리는 안도 타다오 전시는 조금 특별하다. 안도 타다오가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첫 전시이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시작된 개인 전시는 파리, 밀라노, 상하이, 베이징, 대만을 거쳐 7번째로 한국에 도착했다. 201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첫 번째 전시를 봤던 터라 감회가 새로웠다.


10살, 뮤지엄 산


올해 개관 10주년이 된 뮤지엄 산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에게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의뢰하면서 탄생했다. 안도는 처음에는 산속에 누가 오겠냐며 거절하려고 했지만, 직접 방문해 보고는 이곳 자연과 어우러지는 뮤지엄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 한국에만 있는 자연, 물, 녹음, 돌 등을 이용해 뮤지엄 산을 만들었다. 뮤지엄 산의 심볼인 빨간색 산 모양의 거대한 조각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붉은색 아치웨이(Archway)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플라워가든, 워커가든을 지나 본관이 있고, 명상관, 스톤가든, 제임스퍼렐관으로 이어진다.  


초록사과(청춘: 인생의 시기가 아닌 마음가짐)


게이트를 지나면 미술관 입구에서 거대한 초록 사과를 볼 수 있다. 일본 효고현립미술관, 나카노시마 어린이책 숲 도서관에 이어 세 번째로 제작된 야외 조각 '청춘'으로, 사무엔 울만의 시에서 영감 받아 안도 타다오가 직접 제작했다. 강연에서 그는 이 초록 사과를 만지면 한 살씩 어려질 수 있다며, 초록사과 ‘청춘’ 안아보기를 추천했다. 그렇게 나도 청춘의 마음가짐으로 염원을 담아 초록 사과를 살포시 안았다. 

초록 사과 만지고 한 살 어려지는 중ㅎㅎ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Youth is not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사무엘 울만, 청춘 (Samuel Ullman, Youth)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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