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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un 22. 2022

슬픔의 루이지애나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 미시시피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장화를 꼭 빼닮은 루이지애나 주가 있습니다. 마디그라, 프렌치쿼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유명한 뉴올리언즈도 이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도시입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지금의 미국땅에서는 보기 드물게 과거 프랑스가 먼저 차지하고 있던 곳입니다. 나폴레옹이 이 땅을 1803년 일천오백만불에 미국에게 팔아버렸는데 미국은 이 부동산 투자로 영토를 두배나 늘려버렸습니다. 당시의 프랑스령은 물론 지금의 루이지애나 주보다는 훨씬 컸습니다.

루이지애나에는 미국 굴지의 정유공장과 화학공장이 몰려 있습나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석유의 25%, 화학 제품의 25%가 바로 여기서 생산됩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천연가스를 4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주인데, 미국 각지로 뻗어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2/3가 루이지애나를 거쳐갑니다.  말하자면 루이지애나는 미국 석유화학의 실리콘 밸리라 할만 합니다.


미시시피 강의 하구라는 지리점 이점으로 미국 수상물류의 거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소금은 1위, 설탕은 두번째로 많이 생산합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루이지애나는 고소득의 직업이 넘치는 살기좋은 주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다음은 루이지애나의 주요 생활지표들입니다. 모든 항목에서 미국 최하위권입니다.

소득 47위,

유아사망율 46위,

빈곤 49위,

남녀 임금 격차 50위,

절도 47위,

폭력 46위,

리딩 48위,

수학 49위,

기대수명 48위.

엄청난 천연자원과 공장을 가지고 있는 이 주가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생활지표들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문제는 세금입니다. 돈을 잘버는 큰 공장이 많으면 주정부가 걷는 세금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주의 인프라, 교육, 복지, 의료 등 생활수준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루이지애나가 이렇게 가난한 이유는 주가 기본적으로 징수해야할 재산세 감면을 너무 많이 해주다보니 주민들을 위한 예산이 택도 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Camron LNG라는 회사는 117억불의 과세대상에서 99.99%를 감면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 회사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입니다만 Exxon Mobile의 경우는 14억 5천만불 과세대상에서 67%를 감면받고 있는데 비슷한 규모의 일리노이주 공장이 9%만 감면을 받고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기업들이 불법을 저지러거나 편법을 쓰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주 의회에서 이런 저런 감면 혜택을 주다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기업유치 차원에서 그렇게 했을 수 있고, 기업들의 강한 로비에 의해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누적되어 지금 루이지애나는 가장 가난하고 살기 척박한 주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증세를 하면 추가로 걷은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가, 감세를 하면 덜 걷힌 세금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리고 감세 효과가 경제에 더 보탬이 되는가 하는 점들을 우리도 아주 민감하게 감시하고 평가해야할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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