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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21. 2018

프로 골퍼, 앤쏘니 김

미국의 프로 스포츠는 완전 경쟁 시장입니다. 개인 스포츠이든, 팀 스포츠이든 상관없이 그야말로 피튀기는 경쟁을 거쳐야 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이 비로소 무대의 주인공이 됩니다. 야구의 1할대 타자도, 농구에서 10점을 못넣는 선수도 그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입니다. 그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백명의 선수들이 경쟁하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프로골프는 더더욱 경쟁이 치열합니다. 투어카드는 언제나 상금랭킹 120위까지만 주어집니다. 그안에 들지 못하면 다음해 투어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런 선수들은 2부리그에서 상위랭킹에 들어야 비로소 투어카드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2부에는 또 신진기예들이 매년 수백명씩 몰려듭니다. 이렇게 매년 물갈이가 이뤄지기 때문에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20년 넘게 투어카드를 지키고 있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필 미켈슨이 대표적이죠. 스티브 스트리커 선수는 이제 만 50이 넘어 시니어 투어 멤버이지만 작년까지 PGA 정식 멤버로 꿋꿋하게 활약을 했습니다. 지금도 자식뻘 선수들과 PGA 대회에서 대등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가 골프장에 찾아가서 직접 응원하기도 한 최경주 선수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짐 퓨릭, 폴 케이시도 40대 노장들입니다. 아직 40대는 아니지만 가르시아도 투어 멤버가 된지 20여년이 되어가는 선수입니다. 기라성 같은 20대 선수들이 치고올라오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선수들을 보면 정말 감탄과 존경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잘 버티는 선수들과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으면 소리없이 사라지는 선수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서일 수 있고, 갑자기 컨디션이 난조를 보여 그럴 수도 있고, 부상으로 더이상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선수가 작은 덩치(178CM)에 클럽을 짧게 잡고 호쾌한 장타를 날리던 앤쏘니 김 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였죠.


2006년 프로 전향후 주최측 초청 선수로 참가한 발레로텍스사 오픈에서 덜컥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우승이 아니었기 때문에 투어카드를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해말 퀄러파잉 스쿨을 통해 정식 멤버가 된 그는 2007년 US OPEN 2라운드에서 67타를 쳤는데요. 이 기록은 2라운드 최고의 기록이며 4라운드 전체에서도 두번째로 좋은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와코비아 챔피언쉽과 AT&T 내셔날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25세 이하의 나이에 한해 두번 이상 우승한 선수는 2000년 타이거 우즈 이후 그가 처음이었습니다. 그해 그는 세계 랭킹 6위까지 치고올라가기도 했습니다.


2009년 마스터스에서는 한 라운드에 버디를 무려 11개를 기록해 닉 프라이스의 최다 버디 기록(1986년, 10개)를 깨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만 25세가 되기 전인 2010년 4월 4일 쉘 휴스톤 대회에 또 우승했습니다. 80년대 이후 이때까지 25세가 되기전에 PGA 대회에서 3번이상 우승한 선수는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세르지오 가르시아, 아담 스캇 이렇게 4명 뿐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이후 갑자기 앤쏘니 김 선수가 사라졌습니다. 부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1985년 6월 생으로 이제 30대 초반입니다. 얼마든지 연습을 거쳐 실력을 회복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앤쏘니 김의 호쾌한 스윙을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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