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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20. 2018

트럼프의 그릇 크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한서리가 내린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꺼꾸로 해석해 봅니다. 여간해서는 여자는 한을 품지 않지만 한번 품으면 끝장을 본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사실 남자들이 진중하고 의리있는 것으로 잘 포장이 되어 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여자의 마음이 갈대가 아니라 남자의 마음이 갈대라고 하는 게 더 잘 어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쪼잔한 남자가 의외로 많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사설을 풀었습니다.


2018년 전세계에서 '엿먹어라' 챔피언을 뽑으라면 단연코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그는 장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습니다. 마약도 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아주 모범생에 가깝습니다. 물론 도박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술, 담배, 도박, 마약을 빼고 나니 그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 딱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말이 많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그릇이 작습니다. 주변에 입바른 소리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가족만 남아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2018년 3월 16일 FBI 부국장 앤드루 멕케이브를 해임했습니다. 물론 해고 명령을 내린 사람은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입니다. 서류상으로야 그렇게 되어 있지만 이 명령의 뒷배가 트럼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코미 국장에 이어 눈에 가시같은 FBI의 2인자를 날려버린 것이죠. 멕케이브는 1968년 3월 18일생으로 주말을 넘기면서 만 50이 되었습니다.


FBI 국장은 임기 10년이 보장된 자리입니다. 미국에서 임기가 보장된 사람을 중간에 해임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트럼프는 그 여간해서는 하면 안되는 일을 서슴치 않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만의 장점이죠. 코미 국장이 그렇게 해고 되었는데요. 지금 그가 준비중인 회고록은 책이 출간도 되기전에 이미 아마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원래 5월 중 출간 예정이었으나 독자들의 열화같은 반응에 4월 17일로 출간을 앞당겼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코미를 돈방석에 올려준 셈입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자신에게 고마워하라고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장을 이런 식으로 날렸으니 부국장 쯤 날리는 거야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문제는 멕케이브 부국장의 연금 수령 기산일을 26시간 남겨놓고 그를 해임했다는 것입니다. 월요일에 해도 될 해임을 연금을 받게 해 줄 수는 없다며 금요일에 해임한 것입니다. 미국식 혹은 트럼프식 쪼잔함의 극치라고나 할까요? 저간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니 그저 드러나는 것으로 이러쿵 저러쿵 합니다만 트럼프 그릇의 크기를 보여준 26시간이 또다른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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