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Jan 07. 2017

미국인은 왜 총을 버리지 못하나.

2016년 2월 20일 토요일 오후 미시간의 조그만 도시 칼라마주(Kalamazoo)에서 우버 택시 기사에 의한 무차별 총격으로 6명이 죽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총기사고가 발생하였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6년 2월에만  21일 현재 24번의  대형 총기 사고(MassShooting,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총기 사고)가 있었고, 2016년의 첫 52일 동안 총 42회의 대형 총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런 총기 사고 뉴스는 놀라운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니다.


2001년부터 2013년 사이,테러에 의한 미국인 희생자 수는911 테러를 포함하여 총 3,380명인데,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각종 총기 사고 사망자는 무려 그것의 100배가 넘는 406,496명이라고 한다(2015. 10. 3 CNN). 물론 이 숫자에는 총기 난사범에 의한 사망, 우발적인 총기 사고에 의한 사망,총을 이용한 자살 등 모든 종류의 총기 사망사고를 포함한다. 연평균 3만명 이상이 총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총기에 의한 사망자 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그는 행정명령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코네티컷 주 샌디훅 시의 총기 사건  희생자들인 어린이들을 언급하며  눈물로 전미국인에게 총기규제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행정명령에  반발하고 있다.심지어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은 대통령에 당선되는 즉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 명령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라고 해봐야 총기 소지,매매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총기 매매를 좀 더 까다롭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것을 미국 총기 협회(NRA)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그것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 단체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로비 때문에 총기 규제가 어렵다거나 미국인의 총기 소지 정서를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그 무렵, 텍사스 주는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눈에 보이게 휴대하고 다니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주부가 어깨에 총을 메고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위력시위가 가장  훌륭한 예방조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총으로 총을 제압하려는 발상이 서부 개척 시대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미국인들은 왜 총을 버리지 못하나?


미국인의 총기 소유는 미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권리이다.헌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누구도 이 기본 권리를 제약할 수 없다.  종교, 언론, 집회,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 미국 헌법 제 1조 이다.  목숨을 걸고 대서양을 건넜고, 다시 불합리한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반발하여 독립 전쟁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자유가 헌법의 제일 첫 조항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즉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 이어 등장하는 수정 헌법 2조가 개인의 총기 소유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린이 되고 있는 이 수정헌법2조는 관사,전치사, 접속사를 포함하여 27단어로 되어 있는 지극히 간단한 문장이다. 그렇지만 이 간단한 문장이 미국을 총기 사고의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휴대하거나 보관하는 권리를 제한 당해서는 안된다. )


이 조항은 1791년 12월 15일에 이뤄진  2차 헌법 수정에서 추가된 것이다. 18세기 말 미국은 독립선언 후 영국을 상대로 독립 전쟁 중이었으나 중앙집권적 국가가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다. 따라서 정규군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그래서 헌법 조항에 민병대(Militia)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즉 자기 고장,  주, 나아가 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전투병은 전부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이었고, 그들이 집에 개인용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상황이 발생하여 전쟁에 소집되면 각자의 총기를 들고 전쟁터로 나간 것이다. 그들이 아니면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태어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권리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당시로서는 깊이 논쟁을 벌일 사안이 아니었다.


어디 그 뿐인가.국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개척지 주민들은 오로지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마지막 수단으로 스스로의 힘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총은 곧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었다.


한편 미국의 기초를 설계한 사람들은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로 나뉘어 있었다.연방주의자들은 강력한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고,  반연방주의자들은 권한이 막강한 중앙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주 정부 중심의 느슨한 연방재 국가를 주장하였다.  당시만 해도 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왕국밖에 없었고, 왕이나 황제가 국민 위에 어떻게 군림했는 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국에서 그런일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국가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때 국민은 그런 국가에 저항해야 하고 저항의 실질적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수정헌법 2조는 이런 연방주의자와  반영방주의자의 타협의 산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총기 이슈는 미국 대선 정국에도 핫 이슈이다. 공화당 후보들은 총기 간섭을 최소화하려 하고 민주당 후보들은 총기 규제를 더욱 가속화 하려한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논리는 법으로 규제한다고 총기 사고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프랑스를 예로 든다. 민주당의 힐러리는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샌더스와의 차별화와 오바마 대통령의 적통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총기규제에 적극적이다.  미국인들도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데는 어느정도 동의하고 있지만, 문제는누군가가 나를 총으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럴 경우 여전히 자신을 방어할 수단으로 총에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많은 언론들과 총기 반대 단체들은 대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총기에 의한 사망자 수는 올해도3만명을 넘어설 것이이라고 예측하고 있다.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자유와 독립의 상징인 총기 소유는 미국의 두통거리임에 틀림없다.

작가의 이전글 어디에나 있는 링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