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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y 10. 2018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

협상은 게임이다. 바둑같다. 상대의 수를 읽어야 하고 상대의 의표를 찔러야 한다.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한판을 생각해보면 예측 불가능이 협상의 최대 무기임을 알겠다. 거기에 공포까지 더해지면 협상력은 거의 완벽해진다. 그런데 협상이 바둑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것이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기기 위한 협상은 필망이다. 졌다고 생각한 상대방이 그 협상 결과를 제대로 지키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없는 승리가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진정한 협상의 고수는 0.1%의 예술가들이다.


한반도 주변은 지금 고수들의 수읽기가 한창이다. 일대일의 바둑이 아니라 다 대 다의 바둑이라 형세 예측이 불가능하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한다. 얼마나 외교전이 치열한지 한번 나열해보자.


3월 25일 김정은 위원장 방중, 시진핑 주석과 회담
4월 1일 북미 고위급 회담(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오 장관지명자)
4월 17일 아베 총리 방미, 트럼프와 회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5월 7일 2차 북중 정상 회담
5월 9일 한중일 정상급 회담
5월 9일 폼페오 2차 방북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6월 8일 G7 정상회담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동시다발 회담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이 이렇게 움직이려면 얼마나 많은 발들이 물밑에서 발짓을 하고 있겠는가. 모두가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깨어나 호들갑을 떨고 있는 형국이다. 현상을 타파하려는 남과 북이 힘을 합친 결과이다. 화룡점정은 아직 날짜와 장소가 발표되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이다. 그 여정이 순조로을 리가 없다. 65년 묶은 때를 벗겨내는 일이 비단길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비정상이다. 벌써 온갖 잡음이 여기 저기서 터져나온다.


이렇게 모두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변화가 가져올 유불리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현상을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회담을 방해하려 할 것이다. 현상을 타개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쪽에서는 죽기 살기로 회담에 메달릴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했을때, 즉 지금의 긴장상태가 해소되었을때 득을 보는 자와 실을 보는 자가 누구인가? 그들에 대한 호 불호를 떠나 이 변화로 인해 발생할 득실의 격차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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