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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y 03. 2018

내로남불

내로남불 같은 짓을 하고 나면 제 스스로 참 부끄럽습니다. 남들이 굳이 손가락질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개를 들기가 난감합니다. 충신열사가 못되니 그저 살기 위해서 라는 말로 위로하고 변명합니다. 오늘 내로남불 하나 고백해야하겠습니다. 트럼프 이야기 입니다.


저와 꾸준히 교류해오신 분들은 제가 트럼프를 별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인종주의자에, 남녀차별주의자이고, 종교 근본주의자이며 그러면서도 도덕 불감증에 법보다 돈이 먼저라는 이 사람을 도저히 지지할 수 없습니다. 어느 것 하나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구석이 없습니다. 침묵도 죄가 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지금 트럼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탄핵이라도 당해서 쫓겨나면 어쩌나 하고 말입니다. 북의 김정은 위원장이 암살당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것과 똑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는 한반도 평화에 역사적 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역사적입니다. 주변환경과 남북의 당사자들 모두가 다들 자기들만의 동기에 의해 이 평화회담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기회가 풍전등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는 탄핵의 칼날이 백악관 앞마당까지 와 있는 까닭입니다.  


Michael Caputo는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비교적 고위직으로 일한 사람입니다. 5월 2일 그는 로버트 뮬러 특검팀에 불려가서 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나왔습니다. 그 후 CNN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특검팀에 불려가기 전에 미 의회 청문회에도 소환되어 청문에 응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의회 청문회는 그물망(Fishnet)이고 특검팀은 작살(Spearfishing)이었다고 합니다. 의원들의 질문은 건성건성 헛점이 너무 많았지만 특검의 질문은 일발일타, 모든 질문이 송곳같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캠페인 일정을 자기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학을 뗄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조언이 뭐냐고 앤더슨이 묻자, 'Stay Away'라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특검의 대통령 조사는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쥴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로 등장했습니다. 제가 볼때 적절한 선택은 아닙니다만 저보다는 더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대통령과 쥴리아니의 합의이니 지켜볼 일입니다. 역시 5월 2일 저녁, 쥴리아니 시장이 폭스에 나와서 인텨뷰를 진행했습니다. 뭔가 약속된 것이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우발적인 것을 가장하여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스토미 대니얼스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섹스 스캔들 주인공입니다. 침묵의 조건으로 13만불은 받은 여성입니다. 이 13만불을 건넨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코언은 돈의 출처가 자신의 개인돈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도 Hush Money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쥴리아니가 인터뷰에서 이 13만불은 대통령 선거 캠페인 자금에서 지출된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금에서 지출되었고 대통령도 그 지출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지 몰라도 불법은 없다는 선언입니다. 거짓말쟁이라도 좋다, 법에만 걸리지 않으면. 뭐 이런 심사 아니겠습니까. 대통령 진영의 꼬리 자르기입니다.


이렇게 점점 트럼프 대통령이 코너에 몰려가는 형국입니다. 제 마음도 덩달아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속으로 탄핵이나 당해라 하던 제가 트럼프 대통령 걱정을 하다니요. 미북 회담이나 잘 마쳐놓고 사단이 벌어져도 벌어져야 할텐데, 혹은 미북 회담이 극적인 성공을 거둬 그나마 조금 입지가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참 저도 어쩌다 처지가 이렇게 되었는지... 내로남불 고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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