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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ul 11. 2018

패션 산업과 IT

패션만큼 역사가 오랜 비즈니스가 있을까요? 그런만큼 이 산업에는 우리가 무심코 흘려버리는 온갖 사연들이 다 담겨 있습니다. 만들면 팔리던 시대의 잔재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서서히 시장에서 물러나고, 혁신적인 뭔가로 무장한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패션 분야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방법으로 패션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는 회사들을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패션 비즈니스의 근본에 대한 회의로부터 사업을 시작합니다. 다음 몇가지 사례를 한번 보시죠.


REVOLVE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매출 1조원을 넘긴 여성 패션몰입니다. 창업자는 패션 스쿨을 졸업하고 패션 인더스트리, 특히 여성복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일 것이라고 상상한다면 오늘 제가 쓰는 글의 취지를 오해한 것입니다. 패션 일자무식 남자 두명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오로지 데이타만을 기반으로 패션몰을 운영합니다. 잘 팔리는 칼라, 치마의 길이에 따른 판매 수량 변화, 단추 장식의 유무 등과 같은 데이타를 판매와 동시에 제조업체에 제공합니다. 이 쇼핑몰에 등록된 업체는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다시 등록합니다. 자연히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죠. 패션과 데이타가 어떻게 결합하는 지를 보여준 예라 하겠습니다.  


ZOZO TOWN 은 일본의 패션 쇼핑몰입니다. 이 회사는 등록하는 고객들에게 ZOZO SUIT를 공짜로 제공합니다. 어떤 옷일 것 같습니까? 옷을 사 보신분들은 경험해봤겠지만 내 몸에 딱 맞는 기성복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정도는 아니지만 사실 괴로운 일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사이즈가 S,M,L만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ZOZO SUIT입니다. 이 옷을 입으면 고객의 체형 데이타가 바로 조조타운으로 전송되고, 이 데이타를 기초로 고객에게 딱 맞는 옷을 골라서 집으로 5벌을 보내줍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면 됩니다. 지금 이 ZOZO TOWN에 고객으로 등록하여 이 SUIT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군요.


EVERLANE이라는 회사를 한번 볼까요? 백화점에서 옷을 살때 옷값이 왜이리 비싼지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입니다. 택 가격에서 몇십프로 할인해 준다고 하지만 MSRP(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로 불리는그 택 프라이스 자체가 의문투성이입니다. 에버레인은 아예 원가를 모두 공개합니다. 원단값 얼마, 가공임 얼마, 물류비 얼마, 자기들 마진 얼마 이런 식입니다. 게다가 원단값의 변동에 따라 가격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합니다. 2010년 25살에 불과하던 마이클 프레이스라는 청년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들이 늘어나면 패션인더스트리는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합니다.


산업의 대세는 이제 직거래입니다. 중간 유통은 계속 제거되어 나갈 것입니다. 유통이 산업을 장악했던 것은 물론 정보를 독점한 덕분이었고, 지금 유통이 위기인 것은 모든 사람에게 정보가 공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보 과잉은 또다른 스트레스를 낳습니다. 이 스트레스로부터 고객을 지원해주는 분야가 새로운 산업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고 보니 패션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IT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IT와 패션의 융합이 미래의 대세라고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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