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Jul 10. 2018

미 중 관세전쟁을 보는 눈 3

국가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다. 전쟁은 국가와 국가간에 행해지는 가장 치열한 정치행위이다. 그 결과의 자명함으로 금세기 들어서면서 적어도 전면전이 벌어지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지금 충돌로 치닫고 있는 미 중의 관세 전쟁도 그 중 하나이다. 이 갈등은 경제 혹은 무력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핵심은 정치다.


정치는 표적이 확실할때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남과 북이 서로를 적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할때 정치의 주도권은 그 공격의 선봉에 있는 집단이 쥐게 마련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적은 그렇기 때문에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물론 이것은 그러한 적의 존재가 사라졌을때 자기자신의 존재기반도 무너지게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 허둥대는 어느 정당을 보면 대략 이해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이 정치 투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아닌 트럼프와 시진핑이다. 트럼프는 중국이라는 확실한 표적을 대상으로 공세를 취함으로써 국내에서 지지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쇠귀에 경읽기다. 그는 중간선거에서 이기고 재선에 성공하는 것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쁜 놈 중국 하나면 중간선거는 무난히 넘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호황 국면으로 접어드는 미국 경기 덕분에 내일을 알 수 없는 이런 트럼프의 초강경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인들에게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시진핑으로서도 트럼프의 전쟁 도발이 너무 고맙다. 중국 정치 환경은 시진핑의 독주체제 이후 매우 불확실해졌다. 등소평이 만든 지도부 10년 순환과 집단 지도체제가 붕괴될 지도 모를 중대한 국면에서 시진핑 정부는 국내 여론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 독재 국가이지만 그 내면을 보면 매우 치열한 경쟁 시스템이 작동된다. 간부후보라 할 수 있는 공산당원만 해도 왠만한 나라 인구보다 훨씬 많다. 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경쟁하면서 국가지도자로 성장해 가는 것은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서양식 민주주의와는 양태가 다른 중국식 지도자 양성과정이다. 


10년 순환과 집단지도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권력욕구를 충족시겨 나라를 안정 시키려는 등소평의 해결책이다. 그런 나름의 전통적 제도가 무너지게 생긴 것이다. 시진핑의 독재를 규탄하는 벽보가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시점에 트럼프가 날린 관세전쟁 선전포고는 시진핑에게 외부의 적을 이용해 내부의 적을 제압하게 하는 고전적 정치술을 가능하게 해 준다. 


싸움이 커지면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것이고, 상처는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것은 트럼프와 시진핑, 두 지도자의 손에 달려 있고, 역사는 한치의 고려도 없이 냉정하게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새우젓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