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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Aug 26. 2020

엄마의 발차기

엄마는 사실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엄마는 사실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이야기와 역사를 좋아했던 그 소녀는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벽으로 대학 졸업 후 간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삼 남매의 교육을 위해 그녀는 잠시 가정 주부가 되었다가 우연하게 여행사를 시작하게 됐다.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되는 역사 이야기를 참으로 재미있어 했다. 


지난 8년 동안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늘 바빴다. 아침에 우리 가족 중 가장 일찍 일어났고, 

저녁이며 주말까지 끊임없이 전화가 이어졌다. 내가 목소리 크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된 것은 무한 긍정 아빠의 덕택도 있지만, 리더로서 회사를 이끄는 대장부 우리 엄마의 모습이 더 컸다. 


여행사를 시작하고 나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여행을 시작했다. 세계를 보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가고 싶다고 했으며, 유창하게 영어도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더 큰 세상에 목말라했다. 


태풍이 와도, 폭설이 와도, 홍수가 나도, 혹은 예기치 않은 국제적 사태인 홍콩 시위까지 온갖 국제적 사태가 벌어지면 늘 가슴 조마조마했다. 주말에도 핸드폰은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건 사고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했다. 


그런 엄마의 전화기가 지난 몇 개월째 정말 조용하다. 


엄마는 이번 달로 인해, 힘겨운 결정을 했다. 매달 나가는 임대료도 줄여야 했고, 

모든 기댈 수 있는 국가의 지원금을 통해서 직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현실적으로 버티기는 부족했다. 


그리고 이번 달로 지난 8년간의 보금자리였던 사무실 문을 닫기로 했다. 


며칠 째, 꼭 내가 남자 친구와 헤어진 그때처럼,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며칠 전에는 김광진의 편지를 들으며 회사와의 이별을 했다. 왜 아프고 슬픈지 모르겠다고 했고, 난 엄마한테 아파도 괜찮고 슬퍼도 괜찮다고 했다. 원래 그런 거니까.


매일 아침 7시면 일어나서 믹스커피로 활기차게 하루를 출근하던 그때의 그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하루 종일 풀세팅해서 출근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회사 오피스를 정리하고 우리 집의 남는 공간으로 엄마의 사무기기를 옮기면서 많이 울었다. 8년간의 공간이 그리울 거고, 그때의 그 활기참과 엄마의 자아를 형성하던 그 모습이 엄마는 그리우며 그리고 지금 많이 아파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는 나도 사실 아팠다.


우리는 이 모든 지금의 순간이 이 또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실 많이 어렵다. 

특히 이런 예측하지 못한 사항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나는 창업을 시작하고 나서 규모와 상관없이, 리더가 된다는 것은 매일매일 하루하루 끊임없이 무너 저가는 멘탈, 사건 사고를 다 잡으며 다시금 일어서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끊임없이 더 잘할 수 있어, 너는 왜 더 잘할 수 있는데 이것밖에 못하니 라며 스스로를 매몰차게 모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지난 8년간 리더가 되어온 엄마가 견뎌온 그 긴 고독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티비를 보던 엄마가 갑자기 일어나서 “효정아 내가 태권도 배우는 건 어때?”라고 물었다. 그리고 힘차게 일어나서 발차기를 시작한다.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발차기를 힘껏 했다. 

힘차게 발차기하면 괜찮을 거예요.

우리 괜찮아질 거예요.

지금 잠시 쉬어가는 걸로 해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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