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열정을 바칠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는건지 모르겠다면
도대체 뭘 해야 할지, 아직도 내가 가슴에 뛰는 일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는 은지에게.
나의 동생 은지야,
언니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나서 이상하게 그리고 감사하게도 참 많은 메시지와 이야기를 받고 있어. 그리고 대부분이 "꿈", "미래",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스타트업"과 관련된 이야기야.
누군가는 언니의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언니가 가끔씩 하는 강연을 듣고 맴돌아서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서 링크드인으로 메시지를 보내오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글도 있어.
대부분의 공통점이 딱 너 나이 또래 친구들인 것 같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들어가서, 꿈과 포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나이.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싶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그 시기. 막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과연 내가 이걸 정말 밤을 새우면서 주말에도 할 수 있는 일일까. 고민하는 그 나이. 난 앞으로 뭐 먹고살아야 하지하고 고민하는 그 나이 말이야. 그래서 편지를 써 보려고 해. 어떻게 이 글을 풀어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너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읽는 거니까 너에게 편지를 쓰는 식으로 글을 적어볼게.
은지야,
원래 "모른다"는 건 전혀 부끄러워할 일도, 부정할 일도 아니야. 모르고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하거든. 언니 회사 이야기를 해 볼까. 얼마 전에 노매드헐 마케팅 인턴을 뽑기 위해서 공고를 냈는데, 글쎄 너무 고맙게도 150여 명이 넘는 분들이 지원해 주셨단다. 그중에서 많은 지원자를 인터뷰 했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던 답변은 모로코 출신 우마이마의 답이었어. 노매드헐이 너무 일하고 싶어서 다른 곳은 돌아보지도 않고 이곳 하나만 딱 지원했다는 우마이마.
인턴쉽이 끝나면 뭐 할 계획이냐 묻자. "모른다." 앞으로 뭘 하고 싶어?라고 묻자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그냥 이 인턴쉽이 하고 싶은 것만 알겠데.
근데 난 그 대답이 참 솔직하다고 생각했어. 사실 "모른다"라고 답한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 지금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하고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어쩌면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것들을 차차 발견하게 될 거니까.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는 우리한테 계속 "가슴 뛰는 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이야기를 해. 근데 말이야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몇 천 번, 아니 몇 만 번의 "모르겠다."를 말해야 해. 몰라야 알기 위해 찾으려고 노력할거야.
며칠 후에 이화여대 재학생 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어. 글쎄 약 200명이 넘는 분들이 듣게 될 강연이라고 하니 어깨가 조금은 으쓱하면서도 고민이 되더라.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그러면서 나의 대학 생활, 내가 밤을 새우며 난 도대체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던 그 시절이 떠올랐어.
대학교 4학년 시절. 다른 친구들은 고시니, 대기업의 적성 검사니, 직업을 구하러 다니는데 난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거야. 오랫동안 꿈 었던 "종군 기자"라는 꿈도 이스라엘 여행 이후에 접은 턱이라 "난 앞으로 뭐하지"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맴돌았던 것 같아. 그때 하고 싶은 게 딱 몇 가지 있었는데, 학교 졸업하기 전에 뮤지컬 하기 그리고 스페인어 배우기.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시험공부하고 성적 만들 때, 나는 불문학과도 아닌데 이대 불문과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서 여름 방학 내내 뮤지컬 맘마미아를 연습했어. 꼭 해보고 싶었던 꿈이었고, 주인공 역할도 타냈겠다 그냥 집중을 한 거야. 불어를 잘하는 것도 전혀 아니니 대본을 통째로 외웠어. 2시간이 넘는 뮤지컬의 대본을 통째로 외우니 불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었지.
여름 방학에 나는 그냥 뮤지컬이 하고 싶었고,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뮤지컬을 했고 사실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내가 불어로 노매드헐을 발표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됬던것 같아. 지금 내가 이런일을 할 줄 알았을까? 아니 그냥 그때 그 순간 하고싶은 일에 집중해서 가능했던 거야.
대학 졸업을 앞두고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스페인어를 꼭 라틴아메리카에서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어시스트 카드라고 하는 여행자 보험회사에서 여는 세계여행 장학금 콘테스트에 참석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것 같기도 해. 학교 수업 리포트 보다 더 열심히 썼거든. 100페이지짜리 지원서를 써서 신청했어. 그리고 그 상금으로 멕시코 비행기 티켓을 샀어.
멕시코에서 무턱대고 가서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우연한 기회에 한국어를 가르쳤고, 그렇게 그 한국어 수업이 조금조금씩 커가면서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 처럼 정말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시작하는 법을 배웠어. 그때 내가 했던 그 일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가장 기초라는 건 지나고 나서 알게 된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만약 "지금 하고 싶은 일"만 아는 것도 토닥토닥 칭찬할 일이라는 거야.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 네가 나한테 말한 "그 조그마한 아이들 수학 수업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일."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리코더 부는 유튜브 채널 운영"하기도 좋아. 아니 그리고 "맛집 찾아다니면서 맛집 도장깨기"를 하는 일도 좋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지금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쩌면 그 일들이 나중에 미래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하나의 인연 그리고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꿈으로 이어주는 하나의 경험이 될거야.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어. "점을 잇는 삶 (Connecting the dots)."
하나하나의 점들이 어쩌면 나중에 우리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하나의 인연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단다. 그러니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건지 몰라도 괜찮아.
"모르겠다" 라고 외쳐도 이 모르는 하나의 과정이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을 찾기 위한 점이라는 점 잊지마.
모르기 때문에 네가 오늘도 고민하면서 "난 도대체 뭘 하고 싶은걸까"라고 고민한다는 것.
그 고민의 과정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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