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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Sep 01. 2019

대한민국 여성인 당신이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나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고 싶은 당신에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내 이름, 나이, 출신을 모르는 곳으로. 내가 학생인지 일을 하는지. 내가 연애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 내가 소심한 사람인지 아닌지, 내가 결혼을 했는지 아닌지. 그 모든 이분법과 사회의 타이틀을 벗어 던져두고 정말 스스로 '나' 그 자체로 집중하고 싶다면. 나는 당신에게 혼자 여행을 추천한다. 이 글은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무엇보다도 혼자 여행을 떠날지 말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바치는 나의 글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무엇보다도 혼자 여행을 떠날지 말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바치는 나의 글이다.


그러니깐. 난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당신이 일생에 한 번쯤은 저기 저 그 어느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봤으면 좋겠다. 친구들과의 여행도 좋고, 연인과의 여행도 좋고, 호텔에서 누리는 그 호캉스도 좋고, 한국인 동행을 찾아서 만나는 그 동행도 좋지만 한 번쯤은 진정한 외로움이 뭔지도 사무 러치 게 느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바닥까지 내 감정에 충실하는 기회를 가져 봤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여성'에게 무의식적으로 듣고, 보고, 배워왔던 그 어떠한 사회의 시선이 판단이 당신에게 거는 기대가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당신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 당신이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며,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 인터넷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꽤 튼튼한 자생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사람은 모두 다 각자 서로가 할 진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난 정확히 기억한다. 내가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던 그때. 거창한 것도 없다. 나이 13살. 초등학교 6학년을 막 마치고 중학교 1학년을 앞두고 있던 나는 당시 무작정 신문을 보다가 한 신문사에서 뽑는 학생 기자에 응모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덜컥 서울에 기사 작성 필기시험을 보러 오라고 집으로 전화가 왔다. 얼떨결에 나는 부모님께 부산에서 혼자 서울을 다녀와도 되냐고 부탁을 했고, 부모님은 안전 또 안전을 강조하시면서 허락을 했다. 처음으로 혼자서 상경한 날. 서울역에 내려서 빠르게 걷는 서울 사람들을 보며 "와 진짜 서울 사람들은 빨리 걷네." 생각한 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는데, "와 서울에는 눈도 내리는구나." 했었다. (참고로 내 고향 부산은 포근한 남쪽 지방이라 눈이 웬만해서는 내리지 않는다). 책가방을 매고 부산 KTX역에서 서울역에 도착했고, 난 그 복잡한 서울 지하철을 어찌어찌 타고 필기 시험장에 도착했었다. 무사히 필기시험을 치고, 아무렇지 않게 부산으로 다시 기차를 타고 내려온 그날. 이 정도야 별거 아닌데, 부모님과 할머니는  "아이고야, 다 컸다 다 컸어. 네가 서울을 혼자서 다 다녀오고, 진짜 자식 다 키웠네. 혼자 서울 가는 거 걱정했는데"라고 하셨다. 진짜 나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괜스레 우쭐해졌다. 뭘 이 정도 가지고. 그게 그렇게 대단을 떨 일인가.


내 나이 22살. 대학교 3학년 때 프랑스 파리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 오던 그런 해외에서 살게 것이다. 그때 같이 지내게 된 한국인 룸메이트 친구는 해외에서 자라 꽤 여행을 자주 하던 친구였는데 성격 차이 때문에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괜스레 섭섭하게 늘 나를 두고 다른 친구랑 여행을 이곳저곳 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때 당시만 해도 '여행'은 누군가와 같이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왠지 몰랐지만 다들 그러니깐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다. 근데 그러면서 혼자 든 생각. "아니 내가 왜 혼자 여행을 못해. 이렇게 보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이 많은데 꼭 같이 여행 갈 사람을 찾아야 하나? "


"아니 내가 왜 혼자 여행을 못해. 이렇게 보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이 많은데 꼭 같이 여행 갈 사람을 찾아야 하나?"


그리고 그렇게 나의 혼행이 시작됐다. 파리에 살면서 학기 중이나, 중간중간 방학이 있을 때마다 버스로 여행을 했다. 파리에서 밀라노 (이탈리아) 13시간, 파리에서 런던(영국) 9시간, 파리에서 네덜란드 (5시간) 등 한국돈 3만 원에서 최대 5만 원 정도를 내며 버스로 여행을 했다.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나든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게 있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나 스스로의 의지로 떠나면 되는 거였다. 난 여행을 혼자 가서 정말 별의별 일을 다 겪었는데 몇 개를 추리자면,


- 저녁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숙소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쳐서 베네치아 역에서 서성이고 있다가, 거리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자분과 친구가 돼서 새벽까지 베네치아 도보 투어를 한 일. 그때 베네치아에서 본 해가 떠오르는 장면, 그녀의 진솔함은 잊을 수가 없다.

- 에스토니아에서 원래 지내려던 숙소가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버스 정거장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길을 물어본 친구가 선뜻 우리 집에 지내도 된다며, 나를 본인 개와 가족, 할머니까지 지내는 집으로 초대한 일. 과연 나는 그녀처럼 외국에서 온 타인에게 선뜻 선의를 베풀 수 있었을까?

-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카우치서핑을 한 친구가 최고의 파티에 내려다 주겠다며 갑자기 여러 명이 타는 봉고버스에 우리를 실어서 정말 핵 인 싸들 만 진짜 시크릿 창고 파티에 내려간 일.


이 모든 건 내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고, 예상할 수도 없었으며 계획에 없던 일들이었는데, 통일된 건 그 친구들은 그냥 '나'를 나 자체로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했지, 나의 '사회적' 어떠한 위치나 상태에 대해서는 많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건 한국에서 중요한 사실이니깐.


그리고 그해 12월. 눈보라가 몰아치는 유럽이 꽁꽁 얼어붙은. 그러나 한층 크리스마스로 모두들 들떠 있던 나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서유럽, 동유럽, 발트해 3국을 건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한국을 기차로 혼자 돌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모험'심으로 여행을 했다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시간을, 나 스스로의 리듬에 따라서 시간을 느끼면서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22살의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배우고,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가르침과 사회의 가치와, 유럽에서 여행을 하며 내가 처음으로 접하게 된 사회 가치를 많이 혼란스러웠고 이런 혼란스러움을, 나만의 생각할 시간을 단순히 11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걸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시베리안 횡단 열차를 타게 된 거다. 누군가는 세상이 넓다, 누군가는 세상이 좁다고 하는데 난 과연 그 세상이 어떤지를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깊게 그리고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반대편으로 어쩌면 (얼어 죽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느린 방법으로 한 대륙에서 대륙을 넘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기차를 타는 게 비행기표 보다 싸기도 했다는 건 덤.

이런 혼란스러움을, 나만의 생각할 시간을 단순히 11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걸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겨울 시베리아를 혼자서 횡단하겠다고 했을 때 들었던 반응들은,  '위험하다', '여자 혼자서 여행 괜찮겠어?"의 의견과 "대단하다, " "진짜 용기 있어."였다.  23살의 내가 그 기나긴 180시간의 기차 속에서 3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알게 된 건 나 스스로가 꽤 가치 있는 사람이며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영어 알파벳 따위를 여기서 논하지 말라는 러시아에서 러시아 알파벳을 살아남겠다고 조금조금씩 배우며 지하철로 목적지를 찾아가던 순간, 말이 안 통하니 친구가 적어준 "티켓 1장 사고 싶어요."를 러시아어로 보여주면서 간신히 티켓 구매에 성공했던 순간! "스파시바(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던 순간. 한국이나 언어가 통하는 국가에 있었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순간순간의 일상의 일들이 내게는 숙제였고,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리고 난 그 조그마한 과제를 하나씩 해낼 때마다 내가 일생에서 있고 있던 것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영어 한 마디도 안 통하는 시베리아 한 복판에서 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꽤 든든한 자신감과 용기가 슬금슬금 내게 생겨났다.


물론 장밋빛 여행만은 아니었다.


새벽 4시 아무도 없는 기차 플랫폼에서 술 취한 아저씨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깨진 유리병을 들고 내 쪽으로 다가온 그 순간에는, 여성인 내가 얼마나 이 상황에서는 신체적으로 절대적으로 무기력 한 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마침 동일 기차 플랫폼 저기 구석에 다른 여성 여행자 3명을 우연히 만났을 때는 저 쪽으로 가면 안전할 거라는 확신감. 말하지 않았지만 여성이라는 동질감이 나를 감쌌고 이런 순간 다른 여성 여행자들과 나를 이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게 지금 현재 개발하고 있는 여성 여행자 애플리케이션 노매드 헐 (NomadHer)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순간순간이 내게는 내 몸의 레이더망이 말하는 촉각, 본능에 충실했고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을 믿어도 되는지 아니면 이 사람은 충분히 의도가 의심이 되는 사람인지도 어느새 난 꽤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여행을 끝냈을 때의 짜릿함은, 내가 만약 걸 냈다면 난 다른 그 어떠한 앞으로 닥칠 어려운 일들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큰 믿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이제는 어느 정도 알게 됐으니깐. 뭐 그렇다고 혼자 여행이 나 스스로에 대해서 엄청난 게 성찰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그 설국으로 덮인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영하 40도의 러시아를 횡단할 때는 말도 안 통하니 혼자서 미치도록 지루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지루함에 나는 옆에 있는 딸아이를 둔 러시아 아줌마, 아제르 바이잔 출신의 한국정세에 대해 엄청나게 공부해하는 그 이름 모를 남자아이, 애플이 싫어 삼성만 주야장천 쓴다는 아저씨 등 스스로 끊임없이 타인과 이야기하도록 나 자신을 만들었다. 덤에 웃지 못할 수많은 해프닝과 이야기는 덤.


그러니깐. 난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당신이 일생에 한 번쯤은 저기 저 그 어느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봤으면 좋겠다


그러니깐. 난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당신이 일생에 한 번쯤은 저기 저 그 어느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봤으면 좋겠다. 친구들과의 여행도 좋고, 연인과의 여행도 좋고, 호텔에서 누리는 그 호캉스도 좋고, 한국인 동행을 찾아서 만나는 그 동행도 좋지만 한 번쯤은 진정한 외로움이 뭔지도 사무 러치 게 느껴봤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여성'에게 무의식적으로 듣고, 보고, 배워왔던 그 어떠한 사회의 시선이 판단이 당신에게 거는 기대가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당신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 여기서 내가 굳이 '대한민국'여성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한국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여성에게 강요하는 특정 가치나 이미지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당신이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며,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 인터넷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꽤 튼튼한 자생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사람은 모두 다 각자 서로가 할 진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호텔이 아니라 호스텔에서 만나는 각지에서 온 그 나라 친구들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소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혼자 있을 때 아무 한 테나 말을 정말 사람이라는 것을.


무엇 보다도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당찬 여성인지 혼자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될지도 모른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의 배낭을 질끈 멘 내가 그 어떤 순간보다 왜 이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그 기분을 당신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그러니깐 만약 혼자 여행을 갈까 말까, 주저하는 그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20년 후의 우리는 충분히 도전하지 않았던 우리 자신에게 후회할 터이니 지금이 기회라고.


노매드헐(nomadher)은 글로벌 여성 여행자 앱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감과 독립성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 1월 런칭한 이후, 현재는 영어로 제공중인 앱이지만 올해 2020년 하반기 한국어로도 런칭 예정중이랍니다. 노매드헐에서 더 많은 분의 여행 이야기 기다릴께요.




30억 여성들의 혼행을 응원하는 글로벌 여성 여행자 앱 노매드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 http://bit.ly/3vOOhIJ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omad_her


앱 다운로드(IOS): https://apple.co/3e586F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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