믕디 - 내가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내 사랑 동생 은지에게.
아니, 너의 애칭으로 부를께.
너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네 친구 이야기를 했지.
그래 그 친구. 충분히 네가 보기에는 더 편한 방법, 편한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어쩌면 조금은 고지식한것 같다는 그 친구 말이야.
너는 그러면서 나한테, 처음에는 왜 저렇게 억척스럽게,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갈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아이의 방식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이야기 했어. 너와는 다른 그 아이만의 세상을 깨우치는 방식이라고 말이야.
너는 몰랐겠지만 네가 그 친구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솔직히 조금 뜨끔했어.
우리 가족도, 내 친구들도 나보고 참으로 고지식하다고 했거든.
맞아, 나는 어쩌면 레트로 중에도 레트로. 참으로 융통성 없는 사람이야. 사람들은 내게 참 기분을 읽기 쉽다고 했어. 겉과 속이 다를 필요도 있다고 하는데, 난 그런 걸 잘 못해. 표정을 숨기지를 못해. 좀 쉽게해도 되는데, 편법을 쓸 법도 한데 난 늘 곧은 길로 가는 사람이니깐.
근데, 은지야.
나는 그 친구 마음이 참 이해간다. 그 친구는 원한다면 본인이 언제든지 선택지가 있다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거든. 그 아이는 수 많은 선택지 중에서 '편한' 선택지 말고 '지금이 아니면 해 볼 수 없는' 선택지를 골라서 그런 걸 꺼야. 그러니깐 어쩌면 조금 답답해 보이는, 하지만 뚝심으로 우직하게 길을 가고 있는 그 친구를 응원해줘.
그러니깐 오늘은 내가 너를 왜 정말 사랑하는지, 진짜 좋아하는지 써볼려고 그래. 끈임없이 하는 카톡 영상통화를 하면서 우리는 늘 '장거리 연애'하고 있다고 투덜되잖아. 조그만 연락이 안되면 '사랑이 식었다고' 삐지는 그런 사이니깐.
우선 난 믕디의 그 이상한 취미, 습관들이 진짜 좋아.
혼자 코인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들을 녹음해서 자기전, 혹은 일어날 때 알람벨로 듣는 너.
싱가포르에서 들고 온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 모르는 인형 '레퍼드'를 매번 안고 자는 너.
나한테 열심히가 아니라 즐겁게를 가르켜 준 사람도 너야.
언젠가 너는 네게 "어떠한 타이틀이나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는다고, '나' 자체로서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건 아니라고 했으니깐." 늘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천천히 재밌게 해도 된다는 걸,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가르켜 준 사람이라서.
수업 5분전에 일어나서 교수님 출석 체크 늦게 한다고 지금 가면 충분하다고 하는 너. 빈틈있어도 된다고, 빈틈을 보이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라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켜 준 사람도 믕디.
전국 맛집동아리 인터뷰 보겠다고 갑자기 방학 때 부산에서 서울로 간 일, 전국 맛집 동아리 인터뷰 탈락하자, 스스로 저희 학과 맛집 동아리 창립한 사건. 성대 명물이자 내 인생 최애 떡볶이 - 나누미 떡볶이를 소개 시켜준 것도 너. 집에서 뭘 요리해서 먹든 미슐렝 3 스타 비스트로 못지않게 온갖 데코레이션은 다 한 후에 먹는 너 덕분에 '제대로' 먹는게 뭔지 알게 됬거든.
무엇보다 믕디. 서울로 올라와 그 쪼그마한 방의 침대에서 두사람이서 부비부비 하면서 지낸 그 시간들이 나는 참 좋다. 혜화동 성대 4길 그 골목길의 조그마한 방에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우리가 서로를 진짜 알게 된 시간들이었잖아.
믕디랑 아침에 나즈막하게 일어나서 카누를 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믕디가 해 주는 그 아침. 우리의 단골 산책거리 명륜공원 와룡공원. 함께 먹던 - 나 때문에 야채만 잔득 넣은 쿵푸 마라탕. 네가 늦게 과외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사먹던 공차 타로 버블티. 집에오는 길에 5곡은 꼭 불러야 됬던 코인 노래방.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먹던 띵똥 와플에 성대 학생 할인 추가 초코칩.
유튜브 하겠다고 매일같이 새벽 3시 유튜브 사진이며, 채널명이며 콘텐츠 내용을 지치지 않고 이야기 하던 너. 7살 꼬맹이 과외 어머니에게 보낼 카톡 글을 몇번이고 고민고민하고 쓰는 너. 동기들은 다 선생님이 되겠다고 하는데, 나는 적성에 아니라며 너 만의 길을 찾고 싶다는 너.
오늘도 시무룩해져서 매번 그렇듯이 난 너에게 전화로 또 한탄을 했지.
넌 나보고 나의 앞에는 에베레스 산이 있다고, 내가 지금까지 한 건 우리 집 뒷동산 '장산'에 불과하다고 햇잖아. 그게 에베레스트가 됬든, 장산이 됬든, 항상 그 산을 건너는 길목에 나랑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얼마전 내게 전화와서 너무 힘들다고, 나도 즐겁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었지. 하고 싶은 만큼 되지 않는다고 말이야.
난 네 말을 들으면서 해결책을 주기 보다는, "그래 이해해." "맞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해 줬고, 넌 금새 기분이 초로롱 좋아지더니 "언니 갑자기 다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아"라며 다시 너의 모습으로 돌아갔지.
원하는 만큼 되지 않는다고 투덜되는 내게, 힘을 빼야지 더 잘 된다고 한것도 믕디 너야. 그러니깐 믕디, 힘 쭉 빼고 걱정 말고 믕디 식 대로 늘 살아가는거야! "만다꼬"
믕디 진짜 사랑해.
고마워.
나 그리고 너 진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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