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을 때마다 애 같은 나를 달래는 법
<작심삼일. ‘지어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간다’>는 말은, 마치 나의 고유명사 같다. 평생 들어도 아직도 뜨끔한 사람, 바로 나다.
무언가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실행한 지 딱 3일째가 되면, 신기하게도 ‘하기 싫은 마음’에 자주 괴롭다. 이번 브런치 연재도 이번 3화에서 리듬이 어긋났다. 물론 지난주는 삶이 참 바쁘긴 했다. 아기가 잠들면 아기와 한 몸이 된듯 모든 에너지가 빠져 졸음이 쏟아졌고, 남편이 일찍 퇴근한 날이면 함께 야식을 먹으며 수다 떨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일을 하다가도 휴대폰 알림 하나에도 시선이 금방 빼앗기는 나를 보면, 집중력이 툭툭 끊어지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
문제는, 하기 싫다고 정말 하지 않으면 금방 무기력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늘 피로감이나 컨디션, 날씨 같은 외부 핑계를 먼저 찾았다. 요즘은 날이 흐려서 내 컨디션도 안좋네, 좀 쉬어야겠어..라던지, 뜨개를 매일 30분 하자고 마음먹어도 3일째면 뜨개 바구니는 처박혀 있었고, 건강한 식사를 하겠다며 장을 봐놓고 피곤하다며 배달 음식을 시키는 식이었다. 살림 비우기를 시작해도 금세 새로운 물건을 들이고 싶어지는 나. 나는 많은 일을 동시에 하면서, 그 어떤 것도 스스로 만족스럽게 끝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하기 싫음’혹은 ‘벅참’을 ‘무기력’으로 둔갑시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시간과 체력을 과대평가한 채,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했던 것 아니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에너지와 시간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능력이 없는게 아니라 ‘시간 관리의 방향’일 뿐이다.
행동도 바꾸고 있다. 각 카테고리의 투두리스트를 최대한 세세히 쪼개기 시작했다. (이건 예전에 직장동료와 함께 일할 때 배워서 많이 썼던 방식인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
예를 들어,
엄마일때 난 집 청소를 해야한다면 단순히 '집 청소'가 아니라 ‘거실 정리 정돈하기‘ ’로봇 청소기 돌리기 ’아기 설거지하기‘ ‘아기가 밤잠에 들면 건조된 빨랫감 정리하기’ 정도로 기능별로 잘게 쪼갠다.
디자이너일땐 ‘클라이언트와 10분 통화하기’, ‘오전 5분 리서치’, ‘시안 작업하기’, ‘오후 피드백 시간 갖기’,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포트폴리오 3개 고르기' '포트폴리오 내용 한 단락씩 채우기'로.
이렇게 작은 단위로 일을 쪼개면 쳐내는 속도가 빨라 성취감을 느낀다. 이 작은 성취감은 신기하게도 부스터가 달아줘 몰입력을 높인다. 작은 행동만 했을 뿐인데 ‘하기 싫음’이 조금씩 옅어지고, 무기력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귀찮음이 무기력으로 바뀌지 않도록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하기 싫을 때 가장 작은 ‘한 개’만 해보기.
플랜을 세울 때도 아주 세세한 투두로 나눌 것.
2. 쉴 땐 자책하지 말고 제대로 쉬기.
요가를 하면서 자책하는 일은 나를 학대하는 일이라 배웠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유지력이다.
3. 놓친 일은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반드시 다시 시작할 것.
방향을 의심하기보다, 해보면서 길을 찾아도 틀린 길이 아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나는 조금씩 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단 하나만 하는 용기와 그걸 이어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