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일기-
아무리 생각해봐도 죽을 용기가 있으면 살라는 말은 한참 잘못됐다. 삶이 죽음보다 가벼운 것이라면 애당초 죽음을 결단할까? 삶을 부정하기보단 긍정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죽음이 아니라 삶을 의욕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나로서는 면도칼을 드는 것보다 쌀을 씻고 밥솥에 밥을 안치는 것이 훨씬 더 선전적이다. 마음에 안 차는 삶을 단번에 끝장내는 일보다 마음에 안차는 삶일지언정 계속 살아보겠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 살벌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