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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 Jan 23. 2020

휘청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초연하던 마음이 결국 처연히 가라앉았다.

 요 며칠 기대를 놓은 척하면서 내심 기다리던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기회란 녀석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버스처럼 나를 힐끔 쳐다만 보고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다음번을 또 바라봐야  할까, 생각하던 중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졌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뒤꽁무니를 쫒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데, 간밤에 올린 내 기도가 귓가에 따라붙어 나를 비웃었다. "주여,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게 하소서"

 간밤에 부린 호기로움이 하도 민망하여 나는 잠시 휘청거렸다.

 


Henry Raeburn, The Skating Minister,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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