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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세이
휘청
by
양양
Jan 23. 2020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초연하던 마음이 결국 처연히 가라앉았다.
요 며칠
기대를 놓은 척하면서 내심 기다리던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기회란 녀석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버스처럼
나를 힐끔 쳐다만 보고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다음번을 또 바라봐야 할까, 생각하던 중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졌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뒤꽁무니를 쫒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데, 간밤에 올린 내 기도가 귓가에 따라붙어 나를 비웃었다. "주여, 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게 하소서"
간밤에 부린 호기로움이 하도 민망하여
나는 잠시 휘청거렸다.
Henry Raeburn, The Skating Minister,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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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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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의 박물관 여행. 8: 예르미타시 미술관
저자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헸으나 오래 못 버티고 나와 지금은 홀로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해방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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