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양 Jan 23. 2020

휘청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초연하던 마음이 결국 처연히 가라앉았다.

 요 며칠 기대를 놓은 척하면서 내심 기다리던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기회란 녀석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버스처럼 나를 힐끔 쳐다만 보고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다음번을 또 바라봐야  할까, 생각하던 중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졌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뒤꽁무니를 쫒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데, 간밤에 올린 내 기도가 귓가에 따라붙어 나를 비웃었다. "주여,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게 하소서"

 간밤에 부린 호기로움이 하도 민망하여 나는 잠시 휘청거렸다.

 


Henry Raeburn, The Skating Minister, 1790





 





매거진의 이전글 수치를 잊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