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무례함입니다. 정답이 아니라 당신의 의견일 뿐이지요. 지혜가 아닌 경솔을 범하셨습니다. 큰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당신은 보다 면밀히 성찰하고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가타부타 논쟁부터 하려고 달려드는 일은 소인배나 하는 짓이니까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하지 않았다. 소갈머리 없이 지껄이는 일은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가 아닌가. 어찌 나라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허다한 죄가 내 눈앞에 쌓여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함으로써 어리석어진다. 선한 의지가 이 죄 많은 육신들을 위해 기꺼이, 또, 희생해주겠지.
그럼에도 용서받기 힘든 죄가 있지 않을까. 그것은 수치를 범하고 태연히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는지. 마음에 켕겨 불편한 것은 애초에 없었던 일로 지워버리는 것. 수치를 잊고자 할 때 사람은 가장 형편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