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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arus May 03. 2022

너에게 띄우는 편지 - 8

D+109

사랑하는 유나에게,


잠꾸러기 아가야.

지금은 새벽 4시이고, 너는 내 옆에서 쌕쌕거리며 자고있어. 이따금씩 몸을 꿈틀대면서.


너는 네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르지?

좀더 크면 너도 제 귀여운줄을 알겠지만


지금은 너 스스로 알지도 못한채

귀여움을 온몸으로 뿜고있단다

방귀 소리조차 귀여워! 뽀옹 이라니


네가 태어난지 삼개월이 훌쩍 넘었고

너는 이제 제법 사람행세를 하고있어


손발을 꼼지락대며 주변의것들을 쥐기 시작했고

입으로 가져가 맛보기도하고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두리번거리며 찾기도하고

그리고 열심히 몸을 비틀어서 네 몸을 뒤집는중이야


끙끙대며 온몸에 힘을써서

무거운머리를 안간힘을 써서 들어올리려 할때면

너무 힘겨워보이기도하고


그 조그만 몸으로 열심히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웃기고 귀엽고 안쓰러운마음 등등

여러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와


그리고 네가 요즘 잘 하는것은

사람들을 향해 방실방실 웃어주는 일!


이제는 꽤나 자주

정말 입을 활짝 벌리며 환하게 웃어주는데

네가 그렇게 크게 미소지을때면

온 세상이 멈춰버리는 것 같아


엄마는 유나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내 삶이 온통 너로만 채워지는것은 아니야

엄마는 엄마의 삶도 중요하거든


어제는 하루종일 쉴틈없이 바빴던 날인데

엄마가 듣고있는 수업 중 하나의

기말고사가 있는 날이었어


네시간동안 기나긴 시험을 어찌어찌 치러내고

시험을 치는동안 널 봐주신 시부모님댁으로

하겁지겁 차를 몰았지


시댁에서 너를 픽업해와서는

너를 유모차에 태우고 엄마 친구를만났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한창 수다를 떨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네시더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너에게 밥을 챙겨먹이고

피곤했는지 찡찡대는 너를 달래다가

네가 잠잠해지면 좀 쉬어야겠다 하고있는데


왜 회의에 안들어오고있냐는 문자를보고 아이코

네시반에 회의가 있던걸 새카맣게 잊고있었지뭐야


찡찡대는 너의 입에 공갈젓꼭지를 물려가며

화상회의까지 마치고나니

진이 쭉 빠지는 것 있지


아빠가 퇴근할때까지 너랑 놀아주다가

아빠가 오자마자 너를 넘기고

엄마는 침대로 직행했단다


아빠가 밥먹자고 부르는데

밥먹을 기운도 없는것 있지?


매일이 이렇게 숨쉴틈 없이

가쁘게 돌아가는것은 아니니 다행이지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네가 순하고 착한 아가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조금 칭얼거리며 울다가도

엄마나 아빠가 달래주면 울음을 금방 그치지


1980년대 디스코 메들리를 틀어주고

조금만 흔들어주면

세상 떠나갈듯 울던 네가 금방 울음을 뚝 그치는데

그게 얼마나 귀엽고 재밌는지

특히 너는 아바의 댄싱퀸을 제일 좋아하는것같아

덕분에 엄마아빠는 댄싱퀸 가사를 다 외워버렸단다


너와의 하루하루가

고될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화롭고 즐겁게 흘러가고있어


삼개월이 넘어가면서 목소리가 제법 우렁차져서

네 울음소리가 들리면 예전보단 당황하긴 하지만

네가 제법 힘이 생겨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긍정적인 사인으로 받아들이려고 해


밥을 워낙 안먹는통에

삼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오키로도 안넘어서

엄마가 가끔 맴찢이긴 하지만..

언젠간 크겠거니 해야지뭐


그리고 작으면 어때!

엄빠도 작지만 잘 살고있는걸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을 필요는 없으니

조금 작아도 괜찮아

(그래도 엄마 키보다는 컸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


사랑하는 나의 아가

네가 어떤 모습이던지 엄마아빠는 너를 사랑할거야

대신 아파줄수가 없으니 너무 아프지만 말기를


네가 좀더 자라서

더더욱 많은것을 함께 할수있는 날을 기다리고있어

같이 놀이터도 가고

책도 읽고

스키도 타고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너와 함께할 수 있는 모든것들이

너무너무 기대된단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엄마랑 아빠랑 재밌는 시간 많이 보내자

사랑해 유나야


2022.05.02


With Lov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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