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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arus Aug 04. 2022

너에게 띄우는 편지 - 9

D+203

사랑하는 유나야,



네가 태어난지도 어느덧 육개월이 넘었어. 육개월이라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너와의 하루하루를 충분히 즐겁게 누리려고 하고있는데 - 그래도 역시 멀리서보면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달아나버리는 느낌이야. 벌써 육개월이라니!



너는 이제 제법 잘 기어다닌단다. 기어다닐 기미는 이미 예전부터 보였지만, 주로 후진을 해서 뒤로 가더니, 이주 전쯤 부터는 이제 슬슬 앞으로 기어서 네가 원하는것들을 손에 쥐기 시작했어. 무릎을 사용해서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이 모든 발달과정이 엄마는 신기하기만 한데, 또래 아이들에 비해 네 발달은 조금 빠른 편인것 같아. 조금 더 일찍기고 빨리걷고 하는게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때문에, 사실은 조금쯤 천천히 발달 해줘도 좋을텐데 하고있어.



작은 아이들이 몸이 가벼워서 발달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발달은 조금 느리더라도 무게가 좀 더 나가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가봐.



네 아빠는 네가 빨리 자라주면 좋겠는지, 기어가는 걸 눈으로 보고 배워야 한다면서 네 앞에서 네발로 기어다녀. 어슬렁 어슬렁 네 앞에서 알짱대며 사족보행하는 아빠를 보면 얼마나 웃음이 나오는지.



사랑하는 나의 아기! 너는 육개월이나 자란 지금도 여전히 밥을 잘 먹지 않고있단다. 하위 1프로 미만의 저체중아가야. 평균 아가들의 2-3개월쯤 무게를 6개월에나 돼서 도달하다니! 6.5개월 아가가 고작 5.5키로밖에 나가지 않아서 무게가 심각하게 뒤쳐져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워져.



밥안먹는 아이 엄마들의 모임 카페에도 가입해서 이것저것 뒤적거려보기도 하는데, 이렇게 해줘야한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 하는 글들을 보다보면, 내가 잘못해주기 때문인건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괜한 죄책감이들어. 그래서 잘 안들어가려고 하는데, 너무 안먹는 너를보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또 다른 엄마들 사례를 들여다보고, 또 마음이 불편해지고.. 그런날은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너와의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걱정만 하면서 보내고싶지는 않아서, 대부분의 나날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애써 눌러두고 너와의 시간에 집중 하고있어. 그래도 간혹 올라오는 불안함은 아마 어쩔수 없는 거겠지.



작으면 어떠하리~ 나도 작지만 잘 살아왔는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지나치게 작으니 건강상 문제가 되는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이런 갈팡질팡하는 마음이야.



그럼에도 어쨌든! (잘 안먹는 문제 빼고는) 순하고 다정한 네 덕분에 엄마는 즐거운 육아를 하고있단다. 잠도 잘 자고, 많이 보채지도 않고. 주변에서는 이런 아가가 없다며 다들 부러워해. 생글생글 너무 예쁘게 웃어주고, 떼도 잘 쓰지 않고, 머리를 쿵 해서 잠깐 놀라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나 베시시 웃어주는 네가 얼마나 대견한지몰라.



육개월 반의 너는,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이 생겼어. 너는 장난감이나 천쪼가리, 인형에 달려있는 레이블을 좋아해.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도 어느새 레이블에 눈을 못떼고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쓰다듬고 만지작거려. 그리고는 입으로 집어넣지. 덕분에 놀이매트의 레이블은 너덜너덜하고 잉크도 다 뭉개져버렸단다. 그래도 네가 조용히 레이블을 고사리같은 손으로 쓰다듬고 만지작 거리고 할때면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그리고 이제 막 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서 쿵쿵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곤해. 네가 쿵 하고 부딪힐때면 엄마는 놀라긴 하지만 일부러 모른척 해. 네가 아픈것보다 놀라서 걱정하는 엄마 얼굴을 보면 울게되는 것 같아서. 쿵 하고도 울지 않으면 엄마는 일단 가만히 내버려두고, 와앙 하고 울면 그땐 달려가서 안아주지.



뒷통수로 쿵 할때는 너는 조금 놀란것 같지만 다시 잘일어나서 다시 노는 데, 얼굴로 쿵 할때면 어김없이 와앙! 하고 서럽게 울어. 자꾸 넘어지고 또 울고 하는 네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넘어지면서 아프기도 하면서 자라는 과정이겠지.



한달 전 즈음, 네가 오개월 반이었을 때 널 데리고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왔어! 세시간의 짧은 비행이었는데, 네가 잘 자줘서 그나마 좀 괜찮긴 했지만, 유모차며 전기포트며 챙길게 너무 많고 택시 이동할때도 카시트 택시를 따로 예약해야하는 것들이라든지, 숙소 예약할 때 충분히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든지 하는것들이 번거롭긴 했어.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 칸에 다녀왔는데, 너무너무 더워서 네가 탈수증상을 보이는 바람에 기겁하기도 했지. 그래서 해가 쨍한 대낮에는 실내에만 있기도 했고. 여러모로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은 쉽지 않구나 하는걸 느낀 여행이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던 순간들도 참 많았단다. 네가 처음으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바닷물에 몸을 담가보고. 너의 처음들을 지켜보는 게 즐겁고 행복했단다.



약간은 고생스러워서 아이가 더 클때까지 해외여행은 집어치우자!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휴가 기간이 되면 아마 그때의 고생은 잊고 또 가겠지 싶긴해. 엄마는 새로운 장소에 여행하는것을 참 좋아하거든.



네가 점점 더 자라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겠지. 동물원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스키도 타고, 그림책도 읽고. 너와 함께할수 있는 모든 것들이 기대돼.



사랑하는 나의 아가. 뒤로 쿵 해도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는 대견한 우리아기. 커가면서 다치는 일들은 어쩔수 없는 거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게 다치지는 않기를. 다치고 아파도 지금처럼 의연하고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2022.08.04



With lov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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