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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메이커스 컨퍼런스 25 후기1

외않써?,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 짚어보기

by 생각하는 에밀리

지난 7월, 서울에서 토스 메이커스 컨퍼런스 2025가 개최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토스의 메이커들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와 이를 해결한 방식을 공유하는 자리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간의 깊이 있는 경험과 관점을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올해는 사전 신청자만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으며, 그중 PM/PO, 디자인, 개발 분야에서 총 2,000명이 추첨을 통해 초청되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약 600명이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으며 나 역시 그중 한 명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션 내용과, 토스가 일하는 방식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컨퍼런스 참여 후기와 배운 점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들은 세션은 UX 리서치의 역할과 기여 지점을 제품 개발 단계별로 짚어보는 강연이었다. UX Researcher 이예슬 연사님은 리서치가 막연한 조사나 보조적인 기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품 전략과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활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 초기 단계에서의 UX 리서치 역할

제품이 아직 존재하지 않고, 아이디어나 컨셉 수준에 머무는 초기 단계에서 UX 리서처의 역할을 연사님은 '퍼즐 맞추기’에 비유했다. 퍼즐을 맞출 때 테두리 조각부터 맞추면 전체 그림의 윤곽이 드러나듯 초기 제품 기획 역시 ‘유저 관점’이라는 테두리부터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시점에서 흔히 '우리가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공급자 중심의 질문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리서처는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시키며 팀이 유저의 문제와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셨다.


제품의 방향을 구조화할 수 있는 질문 :
1. 지금 시장에서 사용자가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2. 우리 제품은 어떤 기능적/인지적/심리적 가치를 줄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 정의와 가치 정리는 단순한 리서치 결과를 넘어 제품 개발 전 과정에서 팀의 판단 기준이 되는 프레임워크로 활용된다. 디자인 시안 검토, 사용자 테스트, 프로토타입 검증 과정 모두 정의된 문제와 가치에 기반해 이루어진다. 리서치로 시작된 문서는 제품 개발의 북극성 역할을 하고 팀의 의사결정을 유저 중심으로 정렬시킬 수 있다.



기능 개선 단계에서의 UX 리서치: 문제 인식을 유저 목표 중심으로 재구성하기

제품이 이미 존재하고 기능을 개선하거나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UX 리서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 단계에서 리서처는 팀 내에 흩어져 있는 문제 인식을 유저의 목표(Job) 중심으로 정리하고, 그에 따른 개선 기준을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토스증권에서 제공하는 ‘증시 캘린더’ 기능 개선 사례에서는 단순한 기능 UI 개선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실제로 이 기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재정의하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유저 인터뷰, 설문,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도출한 3가지 핵심 Job :
1. 핵심 이슈 놓치기 회피: 내 투자에 영향을 줄 중요한 이벤트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싶다
2. 자신감 있는 판단: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만의 논리를 세우고 확신을 갖고 싶다
3. 예측 기반 대응: 사전에 미리 준비해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손실을 줄이고 싶다
이러한 목표를 방해하는 요인 :
나열된 리스트 형태의 UI → 정보의 우선순위 판단이 어려움
월 단위의 정보 과잉 → 이번 주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
해석 없는 지표 수치 → 이해 부족으로 인한 외부 정보 탐색 유도

리서치는 이 같은 방해 요인들을 명확히 정의하고, 팀 전체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증시 캘린더의 모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또한 기능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성과 기준을 설정했다:
1. 유저가 이슈를 인지
2. 그 의미를 이해하며
3. 필요시 사전에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은 이후 사용자 테스트(UT)와 디자인 결정의 중심 축으로 작용했다.
리서처는 단순히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그 이유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기준을 세우는 사람이며 그 기준은 반드시 유저의 목표에서 출발해야 한다.



제품 확장 단계에서의 UX 리서치: 제품의 본질적인 자리를 찾는 일

세 번째 단계는 제품이 이미 출시된 이후 제품 자체의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가 만든 제품이 정말 사용자에게 필요한 환경에 놓여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연사는 이 과정을 ‘조이라는 흰 곰의 이야기’로 비유했다.

조이라는 흰 곰은 북극곰으로 오해받아 북극에 보내졌고 서식지에서 배척당하고 결국 본래의 숲으로 돌아오게 된 이야기처럼 제품도 의도는 좋았지만 사용자 맥락에 맞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토스증권의 PC 버전 출시 이후의 상황을 들려주셨다. 모바일에서 직관적인 UX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서비스를 PC 환경으로 확장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정말 PC에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모바일의 연장선에 불과한 기능 복사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을 중심으로, 팀은 사용자 행동 데이터, 인터뷰, 설문, 시장 트렌드 분석을 종합하여 제품의 위치를 다시 진단했다. 유저들은 모바일 환경에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고, 굳이 유사한 경험을 PC에서 반복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즉,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존재 이유와 가치에 있었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팀은 제품, 사용자, 시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유관 부서와 함께 워크숍을 통해
“우리 제품이 어떤 숲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리서처는 단순한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공감대와 전략적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했다. 제품의 성장과 확장 단계에서의 리서치는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이 제품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어야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함께 찾는 여정에 가깝다.




세션을 들으며 리서치란 결국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통해 방향을 정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만 존재하는 시점에는 유저 관점이라는 테두리로 제품의 뼈대를 세우고, 기능을 개선할 땐 유저의 목표를 들여다보며 방향성을 재정비하고, 제품이 정체되는 시점에는 제품의 현재와 미래를 본질적인 관점에서 되돌아보며 방향성을 재정비하는 것.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부분이었는데, 리서치라는 단어에서 생각해보지 못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디자이너로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단순히 UT나 정보를 수집하는데 목적성을 두지 않고 제품과 조직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도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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