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함께 이룬 작가의 꿈. 브런치를 통해 이룰 작가의 꿈.
브런치 작가가 된 건 내겐 꽤 의미 있는 일이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당시 나는 마음을 다친 취업준비생이었다.
이전 직장에서의 기억은 오래도록 앓는 마음으로 남아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직함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끊임없이 요구하던 상사의 말.
새로운 직무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1년차인 나에게 8년차 디자인 직무 만큼의 성과를 바라는 다른 상사의 시선.
잘해내고 싶은 마음과 조바심, 하지만 늘 따라오는 자괴감과 눈물.
결국 난 퇴사를 선택했다.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이직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부터 책을 좋아하던 나에게 마치 '작가'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걸리며 어떤 주제를 써내려갈지 두근거렸다.
첫 글의 제목은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자리에 앉아 쓸 말을 고르고 차분히 생각을 해본다는 것 자체가 생경한 경험이었지만
글을 다 쓰고 나니 뿌듯함이 솟아올랐다.
처음엔 내용이 엉성하든 글이 부족하든 상관없이 그저 '나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의 부족한 글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눌러준 '좋아요'가 내 자존감을 0.01%씩 끌어올려 주었다. 어쩌면 그건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던 나를 누군가가 멀리서 응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습관적으로 눌렀을 그 '좋아요' 하나가 나에게는 글 하나를 더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단어와 행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고의 시간.
떨어진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시간.
감사와 인정에 대해 충만함으로 차오르는 시간.
그건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고마운 순간들이 되었다.
그다음에는 디자이너가 가진 복지 중 하나인 제주도 워케이션 후기를 썼다.
어렵지 않은 주제라 꾸준히 쓸 수 있었고 디자인과 일상, 여행을 섞어가며 글을 쓰다보니 2022년 한 해에만 49편의 글을 쓸 수 있었다. 브런치를 통해 마음을 꺼내며 나는 조금씩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난 마음을 다친 주변 이들에게 글 쓰기를 권해본다.
언젠가는 한 편 한 편 쌓여온 이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
누군가가 내 글을 천천히 넘겨보며 나를 통해 하지 못했던 경험에 대해 조금이나마 맛보기를.
어떤 이에게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힘든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그게 내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