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55분 후, 그는 나타났다
1시가 지나고, 2시가 지나고, 2시 30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손목시계가 무심하게 가리키는 시간은 이미 2시 50분을 지나,
곧 레슨이 끝날 시간까지 10분을 남기고 있었다.
그가 등장한 건, 정확히 레슨이 끝나기 5분 전, 2시 55분이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나온 검은색 요괴 같았다. 그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의 존재는 엉켜서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내 앞에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그가 들어오는 모습은, 시간의 규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그에게서 시간을 벗어난 어떤 이상한 에너지를 느꼈다.
"미안해요, 너무 막혀서..." 그는 대충 말하며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고,
문을 여는 동시에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나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마치 중요한 일이 벌어지기 직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의 몸짓.
급하게, 하지만 완벽하게 틀어진 움직임에서 마치 연습을 몇 번 거친 듯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그의 옷차림은 어쩐지 '이틀째 입고 있는' 듯한 낡고 흐트러져 있었다.
흰색 셔츠의 깃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검은 바지는 구겨져 있었다.
나는 그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175cm 정도의 호리호리한 체격, 피부는 조금 거뭇해 햇볕에 탄 듯,
그를 확실히 보려면 몇 번쯤 눈을 비벼야 할 것 같았다. 머리카락은, 정전기가 일어난 것처럼 사방에 방전 중이었다. 아마 일어나자마자 집을 뛰쳐나왔는지도 모른다. 눈빛은 당황과 죄책감이 뒤섞인 채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고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가 내 앞에 서서 내민 그 어색한 무릎, 뭔가 말할 수 없는 불편한 기운.
"시간이..." 그는 한숨을 쉬며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마치 비밀을 풀어놓는 것처럼 자신만의 '지각 사연'을 풀어놓았다. 차가 막혔다느니, 길을 못 찾았다느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들. 내가 한 번도 듣지 못한 길들을 그는 익숙한 듯 말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일단 시작해야겠죠?"
나는 사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었다. 그의 말투가 뭔가 진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황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조용히 기타 케이스를 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순간, 그가 뭔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가 꺼낸 기타는 외관만 봐도 '명품'이라는 게 느껴졌다. 정교하게 손질된 나무의 결들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제 기타예요, " 그가 마치 자랑하는 듯 말을 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그가 기타를 잡는 손이, 그동안의 부자연스러웠던 몸짓과는 달리 아주 능숙했다는 점이었다. 그가 기타를 조율하는 순간, 처음엔 그저 잡음처럼 들리던 연주가, 점차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손끝에서 퍼져 나오는 음들이 고요하게 내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의문들이 사라졌다. 이 사람 정말 '기타리스트'인 걸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 사람을 이해하면서 레슨을 받을 수 있을까?
그의 연주는 마치 '지각'이라는 특이한 이유를 담고 있는 듯, 어딘가 어설프면서도 위태롭고, 동시에 그 위태로움 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걸 건져내려고 하는 듯했다. 그의 손끝에서 나는 음은 매우 섬세하고도 진지했으며, 그 소리는 마치 그의 고백처럼 내 안에 잔잔하게 퍼졌다. 처음엔 그의 불안정한 모습에 당황했지만, 그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서 그의 불완전함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으로 옮겨갔다..
이 사람, 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