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나를 먹여주지 않았다고 말할 때
음악이 나를 먹여주고 재워준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몇 안 되는 날들은 지나가고도 한참 동안 마음에 맴돌던 잔향 같았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돌아온 날, 누군가가 건네준 작은 위로와 박수는 그날의 특별함을 더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기반이 되지는 못했다. 노래는 내게 숨을 불어넣어 주었고, 때로는 무너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손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늘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내가 만든 노래들은 내가 바라는 만큼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것들이 내 삶의 터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나를 흔든다.
스무 해를 음악에 걸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곡을 써 내려갔고, 그 곡들은 내 마음의 조각들이자 내 이야기를 담은 작은 세계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세계들이 내가 매일 맞닥뜨리는 현실의 무게를 줄여주지는 못했다. 매달 찾아오는 고정된 질문,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한결같았다. 누군가 "왜 그 돈을 들여 앨범을 만드느냐"라고 물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정말 몰라서 하는 질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깊은 고민 없이 건넨 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 물음 속에 감춰진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은 매번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든 노래들이 나를 먹여주지 않았다면,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끌어왔을까? 그 무엇이었기에 나는 이 길을 놓지 않고 걸어온 것일까? 돈도, 물질도, 외적인 보상도 아닌 어떤 불가사의한 힘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음악은 어떤 이유로든 나를 붙들어 놓았고, 그 끈은 단단하고도 다정했다. 내가 때로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조차, 음악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만든 노래들은 내게 물질적 풍요를 주지 않았지만, 그 곡들이 내 마음을 살아 있게 만들어주었다. 무대 위에서 빛을 받으며 노래할 때도, 홀로 깊은 밤에 앉아 멜로디를 만들어낼 때도, 그 곡들은 나를 잃지 않게 했다. 그것은 손에 닿지 않는 안온한 빛처럼, 내 마음에 스며들어 갈증을 달래주었고, 내 삶을 바닥부터 천천히 떠받쳐주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었다. 그 빛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희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만든 노래는 어쩌면 소울메이트처럼 나의 고독한 여정에 함께해 온 존재가 아닐까? 소울메이트는 어딘가에 꼭 있을 것이라는 말을 믿었던 어린 날의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찾고 헤매던 소울메이트는 바로 내 안의 노래가 아니었을까? 내 빈 곳에 머물러 나를 일으키고, 내 이야기를 담아내어 세상에 흩뿌리는 존재. 그 노래가 있었기에 나는 홀로 서 있을 때조차 무너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무거운 마음으로 밥벌이를 고민하며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내가 다 만나지 못한 이들을 찾아가 만나주었고, 이름 모를 누군가가 "오늘 당신의 노래가 나를 살렸어요"라고 보내온 메시지 덕분에 나는 오늘 또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내가 부르는 노래 한 자락이 누군가의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다.
나 외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음악을 만드는 행위 그 자체가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가? 비록 내 일상의 현실적 필요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해도, 나는 그것이 나를 부르는 길임을 믿는다.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로하고 지탱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비록 내 노래가 현실의 무게를 완전히 덜어주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그 생각에 용기를 얻으며,
나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바람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이 노래가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만든 노래는 나를 먹여주지 않았어." 이 말은 나의 현실을 담담히 반영할 뿐이다. 그러나 그 노래들이 내 삶의 길을 밝혀주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사실 또한 진실이다.
음악은 나를 붙들어 주는 바탕이 되었고,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나의 노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보이지 않아도, 내가 부르는 노래가 어딘가의 고요 속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걸어간다. 보이지 않는 끝, 그 어딘가에 닿을지도 모를 곳을 향해. 나의 노래는 흔적이 되어 세상에 남겠지. 내가 걷는 이 길의 끝은 알 수 없지만, 노래의 울림이 누군가의 곁을 내어주고 그 울림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https://youtu.be/g4AtLGeuk4Y?si=eNNa_Qm_PDG_N_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