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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 더 깊어진, 2월

고독 속에서

by 고효경

숨이 차오를 때, 문득 나는 혼자라는 사실을 더 선명히 느낀다. 숨을 멈출 것만 같은 불안과 긴장, 때로는 마음이 무너져 내릴 듯한 그 순간들. 아무리 누군가가 내 곁에 있어도, 이 감정은 오롯이 내 몫이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위기의 신호는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다.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나는 이 불안을 끌어안고 살아왔던 걸까? 불규칙한 호흡 속에 떠오르는 고독은 쉽게 떨쳐낼 수 없다. 누구도 내 숨소리를 대신해 줄 수 없고,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순간을 견디며 살아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럴 때면 나의 외로움은 문득 얼굴을 내민다. 나는 잠시 멈추기도 하지만, 다시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그 작은 호흡 속에서,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평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 단순한 행위의 기적을 깨닫는 순간, 나는 조금씩 나를 위로하게 된다. 숨이 차오르는 이 순간들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간이 아닐까? 깊은 밤, 잠에서 깨어 헐떡이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 공기는 이상할 만큼 무겁고, 모든 소리가 멈춘 고요함은 나를 더 크게 조여 온다. 누워 있는 침대 너머의 중문 사이에 누군가 서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일어나 앉기도 한다. 그때의 두려움과 무서움은 누구도 나를 구해줄 수 없을 만큼 크다. 하지만 동시에 그 침묵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괜찮아. 이곳은 가장 안전한 곳이야." 내 안에서 작은 소리가 기웃거린다. 혼자라는 사실은 때로 고요하고 평화롭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은 가장 시끄럽고 복잡할 때가 많다. 혼자가 되면 모든 감정과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나를 흔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게는 내 호흡을 더욱 얕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버리지 않기 위해 애쓴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며, 내가 여전히 여기에 있음을 느낀다.


비록 불안한 리듬 속에서도, 그 반복되는 호흡 속에서 나는 삶의 흐름을 조금씩 이어간다. 숨은 잠시 멈출 것 같다가도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조금씩 삶의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


“이 고독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이 질문은 나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나를 깨우쳐준다. 숨이 멈출 것 같은 순간들은 내 안의 불완전함을 드러내지만, 그 불완전함은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것을 두려움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바라본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깨닫는다. 삶은 숨처럼 고르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천천히 숨을 고르며 삶의 적당한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느리고 불완전한 호흡이어도 괜찮다. 이 길 위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때로는 무겁고 고단하지만, 그 안에 내 삶의 고유한 리듬과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점차 이해하게 된다. 이제 나는 숨이 멈출 것 같은 순간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 순간은 내가 나를 더 선명히 마주할 기회이기도 하니까.


혼자라는 사실이 나를 지치게 할 때도 있지만, 내가 나의 리듬을 잃지 않는 한, 어둠 끝에는 반드시 새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숨이 차오르는 순간조차도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다. 고독의 시간을 받아들이고, 그 뒤에 이어질 새로운 문장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내가 이 호흡을, 그리고 이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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