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멈춰서 더 깊어진, 2월

1인 분의 삶

by 고효경

1인 가구의 가장이 되었다. 처음엔 좋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자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매일 아침, 나만의 시간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누군가와의 의견 충돌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꾸미고,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배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 또한,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는 삶은 그동안 늘 다른 사람을 신경 써야 했던 나에게 잠시나마 해방감을 주었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나를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혼자 살면서 얻은 시간과 공간의 자유는 단순히 '혼자라서 좋은 점'을 넘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1인 가구로 살면서 느끼는 책임감은 매우 크다. 매일매일의 선택이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수나 후회가 생기더라도 결국 그 결과를 온전히 나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때로는 이런 독립적인 삶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그만큼 외로움도 따라오게 된다. 특히,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을 때는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무게를 혼자서 지게 되는 것이다. 1인 가구로 살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책임과 고독도 함께 한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혼자 고민하며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사실 다른 사람과의 논의 없이도 내면적으로 나름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생필품을 살 때나 상비약을 준비할 때, 내가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이 제품이 정말 나에게 맞을까? 다른 선택지가 더 나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마치 내 안에서 두 개의 의견이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때, 내가 고민하는 방식은 일종의 내적 논의일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혼자서 결정을 내리다 보면 이러한 내적 논의가 더 깊어지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결정을 내린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을 소비하기도 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내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다음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남에게 의지할 수 없으니 내가 나를 돌봐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게 된다. 결국, 모든 결정은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동시에, 때로는 부담스러운 고독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을 견디는 힘이 단순히 책임감만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자신을 다잡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이 정도면 내가 충분히 잘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다 보니, 스스로에게 자꾸 작은 칭찬을 주게 된다. 이 정도로 견디고, 이 정도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성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은 주변에 가정을 꾸린 친구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그들은 아마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을 챙기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겠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고민과 갈등이 있을 텐데, 나는 그들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혹시 그들도 나처럼,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알게 될 때마다

'혼자 사는 사람도 삶이 녹녹지 않다는'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가정을 꾸린 사람들 역시 외로움을 겪을 때가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으면 외로움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가족 사이에서도 소통의 부재나 갈등으로 인해 고독을 느끼기도 하겠지?


'혼자 지내는 것만큼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마 다른 형태의 책임감과 의무가 주어지고, 그만큼 그들만의 고독이 존재하는 법일 것이다.


"같이 있어도 외로워, 그럴 바엔 혼자 있는 게 나아"


이런 말을 하는 친구여도 먼발치에서 보면 그 친구처럼 누군가와 같이 괴로운 게 나아 보이기도 한다. 외로움은 일종의 괴로움이데 괴로움 속에서 둘이 복작거리는 느낌은 어떨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