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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만든, 3월

CCM 가수

by 고효경

어느 날부터 내 이름 앞에는 ‘CCM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사람들은 그 이름만으로 나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혹은 깊은 신념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내 노래에서 위로를 얻었다 말했고, 또 누군가는 음악은 좋지만 기독교적 요소가 강해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듣기 어려운 음악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 노래는 도움을 찾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삶의 끝자락에서 희미해져 가는 이들을 돕기도 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선하고 이타적인 사람으로 바라보았고, 그 기대는 점점 나를 형성해 갔다.

나는 그 시선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고, 때로는 나조차 낯선 나를 마주하기도 했다.

‘CCM 가수’라는 타이틀이 짙어질수록, 나는 점차 나 자신을 뒤로 미뤘다.

사람들은 내가 언제나 밝고 힘이 넘치는 사람이라 믿었고, 나 역시 그 기대에 맞추려 애썼다.

누군가 내 노래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삶의 희망이 생겼다고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귀한 일을 하고 있다며 응원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외롭고 고독했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 살아가면서도, 정작 나를 위로할 공간은 없었다.

타인을 위로하려 했던 마음에 더 집중했기에, 정작 나 자신의 위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기대를 저버릴까 두려워 약한 모습을 숨겼고, 무너지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다. 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선 묻고 있었다. 나는 정말로 괜찮은 걸까? 책임감은 무거웠고, 내 감정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나는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정작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는 보이지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실망할까 두려웠다.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온 힘을 다해 웃어 보였다. 강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지배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보다 역할을 먼저 생각했다. 사람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나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2016년 겨울, 한 달간 인도 가이자바드에서 체류하며 고효경의 예술학교를 열고, 인도 현지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음악 수업을 진행한 후,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아빠는 말했다.

'네가 아무 힘도 없을 때, 누가 널 도와줄지 생각해 봐. 아마 아무도 널 돕지 않을 거야.'

그 말은 마치 거친 길 위에 홀로 선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예수는 좁은 길을 걸었다. 다수가 선택하지 않는 길, 이해받지 못하는 길.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내 길을 잘 가고 있구나.'

나눌 것만 있는 인생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아빠의 입술로 그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노래가 줄 수 있는 힘이 내게 없음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위로를 건넬수록 나 역시 위로받고 싶어 졌고, 타인의 아픔을 감싸며 내 상처를 헤아리게 되었다.

결국, 나의 음악은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나는 누구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소리는 나 자신에게 닿고 있는가?

때로는 슬프고, 약할 수도 있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음악이 나의 삶을 담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이해했다.


‘CCM 가수’라는 이름은 여전히 나의 일부지만, 나는 이제 그 안에 갇히지 않기로 했다.

내가 나를 돌보고, 내 목소리가 진심으로 울려 퍼질 수 있을 때, 음악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타인의 기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하는 것.

외부의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내 안에서 시작된 목소리를 따라 살아가기로 한다.

나는 노래하듯이 살아가고, 살아가듯이 노래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음악이란 무엇일까? 나를 위한 것인가, 타인을 위한 것인가?

그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노래는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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