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될 뻔한 문장들
노래가 되지 못한 문장들이 있다. 곡이 되지 못한 가사들이 있고, 선율을 만나지 못한 마음들이 있다. 나는 그 문장들을 한 음 한 음 정리하듯 적어 내려간다. 언젠가 멜로디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이 글들이 여전히 내 안에서 울리고, 누군가의 가슴에 가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테니까.
AI가 수많은 음표와 문장을 조합해 음악을 만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알고리즘은 익숙한 선율을 찾아내고, 데이터는 대중적인 흐름을 예측한다. 하지만 음악이란 단순한 조합이 아니다. 음악은 마음의 떨림이며, 보이지 않는 손길이 되어 누군가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어떤 멜로디는 잊고 있던 기억을 끌어내고, 어떤 가사는 한밤중 창가에 기대어 있는 마음을 어루만진다. 기계는 음을 배치할 수 있지만, 그리움을 계산하지 못하고, 선율을 조합할 수 있지만, 그 사이에 흐르는 온기를 담아내지 못한다. 음악은 숫자로 정리될 수 없는 감각, 가만히 내려앉아 오래도록 스며드는 떨림 같은 것이다.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쉽지 않다. 한 곡을 완성하는 데에는 수많은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게가 따른다. 음 하나, 가사 한 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 무게는 점점 커져 간다. 가사는 반복해서 다듬어지고, 멜로디는 끊임없이 수정되며, 편곡과 녹음, 믹싱까지 지나야 비로소 한 곡이 완성된다. 나는 이 글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현실은 단단했고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 그렇게 노래가 되지 못한 마음들이 쌓여갔다.
나는 대신 단어를 주워 담았다. 종이에 흘려 쓴 문장들은 하나둘 쌓여 갔고, 마치 음표를 고르는 것처럼 단어들을 골라 리듬을 찾았다. 문장 사이의 여백은 쉼표처럼 느껴졌고, 활자 위에 가만히 내려앉은 감정들은 잔잔한 선율처럼 번져갔다. 노래가 되지 못한 마음들은 그렇게 글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가사를 쓰고, 조용히 내면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음악이 될 뻔한 문장들이 페이지 위에 내려앉고, 노래가 되지 못한 감정들이 활자가 된다. 그렇게 적어둔 문장들은 마치 오래된 레코드처럼, 바늘이 닿는 순간 떨리는 음의 파장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기를 바란다. 음악이 귀를 타고 흐르듯, 이 글이 눈을 통해 가슴 깊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이 글들은 노래가 되지 못했지만,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리듬이 된다. 단어들 사이의 여운이 차곡차곡 쌓인 화성처럼 퍼져가고, 문장의 흐름이 멜로디가 된다. 음표가 되지 못한 감정들은 문장이 되었고, 악보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은 활자 속에서 길을 찾았다. 언젠가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서 잊고 있던 멜로디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소리로 전해지지는 않지만, 단어와 문장이 빚어낸 울림이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을 품은 누군가도 이 글을 통해 자신의 멜로디를 찾게 될지 모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