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넷 ep.06
아이들 퇴원 후, 엄마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남편이 아이들을 보는 시간이 짧아졌다. 아이들과 나는 엄마집에서 엄마아빠 도움을 받아 육아를 했고 남편은 의정부 집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며 출퇴근을 했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집으로 퇴근해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도와주고 의정부 집으로 돌아갔다. 고양이들이 있어 매일 자고 가기는 어려웠다. 넓은 의정부 집에는 고양이 둘만 지내고 있었다. 남편은 가끔 엄마집에 머물러 아이들과 잠을 자며 돌봤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가들은 다른 아가들보다 신생아 기간이 길었지만 남편이 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는 게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그리고 나만 온전한 육아를 한다는 삐죽한 마음에 약이 올랐다. 엄마와 남편에게 의정부 집으로 돌아간다 선언했다.
의정부 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는 건 즐거웠다. 그동안 못 본 고양이들을 볼 생각에 신나기도 했다. 나를 걱정하는 엄마에게는 남편도 당연히 육아를 해야지, 내 어려움을 알아야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짐을 다 싸고 남편이 오길 기다렸다. 막상 남편이 오고 짐을 싣고 있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힘들면 언제든지 와.
엄마의 걱정스러운 말에 갑자기 눈물이 뚝뚝 났다. 출산 후 호르몬 탓일까? 눈물이 많은 나는 더 눈물이 많아졌다. 남편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엄마아빠는 괜찮다며 엄마는 강해야 한다며 등을 두들겨주셨다. 괜한 두려움 때문에 난 눈물이 아니었으나 난 불안했던 것 같다. 엄마 없이 나 혼자 아기들을 볼 수 있을까? 내 이기심에 엄마아빠에게 손주들을 볼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닐까? 안는 것도 불안한 남편과 잘 해내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의정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내 울었다. 도착해 짐을 정리하는 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냐며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오라 했다. 그 말에 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이들은 의정부 집이 낯선지 밤새 울었다. 아이들이 울자 나도 계속 울었다. 내 삐죽한 마음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계속 눈물이 났다.
다음날 남편은 출근하고 셋이 남겨졌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의정부 생활은 단조롭지만 바빴다. 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남편은 새벽 6시 수유를 마치고 출근준비를 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잠을 더 자고 8시쯤 일어났다. 밤사이에 나온 빨랫감을 세탁기에 던지고 별이와 콩이랑 인사 후 온 집 먼지를 닦았다. 8시 반쯤이 되면 세탁물을 건조기에 돌려놓고 아이들을 밥을 줬다. 동시에 주면 나중에 트림 시킬 때 힘들어 한 명씩 먹였다.
아직 3시간 간격으로 밥을 먹고 있어 한 명씩 밥을 주고 트림을 시키면 다음 수유텀이 오기 일 수였다. 밥을 먹고 아이들이 잠을 자면 좀 나았다. 아이들이 잠을 잘 때 나는 함께 잘 수 없었지만 빨래를 널고 게고 집 정리를 하고 별이 콩이도 만져주고 틈틈이 밥을 먹고 저녁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밥을 먹고 낮잠을 자지 않으면 아이 둘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노래를 아이들 이름을 넣어서 이상하게 개사해서 불렀다. 아가들 앞에서 나는 광대가 되었다. 아가들이 울지 않는다면 뭐가 되어도 좋았다.
남편이 오기 1-2시간 전이 가장 보채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안아주는 걸 좋아했다. 두 명 모두 안을 수 없을 때는 한 명은 슬링에 넣고 한 명은 안아주었다. 혼자 아이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놀라곤 했다. 울고 보채는 아이들을 봐도 화나지 않았다. 짜증도 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너무 울어 안쓰러운 마음뿐이었다. 한 명 한 명에게 온전한 사랑을 보살핌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
남편이 바빠져 퇴근하고 도와주기가 힘든 상황이 되어 나는 보름 만에 아이들과 다시 엄마집으로 복귀했다. 짧은 기간이었는데 돌아오니 아이들은 훌쩍 커 있었다. 엄마는 아가들을 다시 보자마자 기뻐했다.
키우느라 고생했어.
엄마가 잘 먹이고 키워서 아주 예뻐졌네.
코끝이 찡해졌다.
항상 새벽에 깨기 일쑤였던 첫째는 새벽수유가 오기 전까지 깨지 않았다. 재우기도 항상 애먹였는데 자장가 몇 번을 반복하면 잠에 들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이는 혼자 남아 집을 보오다가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눈이 감기는 아가들을 재우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엄마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엄마가 굴을 따러가야지만 잠을 자려고 하네,
엄마가 따온 그 많은 굴은 누가 다 먹으려나.
엄마 굴 많이 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