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도 닮았네

갑자기, 넷 ep.05

by ARA

아이가 태어나면 생각보다 못생겼다. 몇 시간 동안을 힘들게 산도에 끼어있다 빠져나왔으니 당연한 거다. 퉁퉁 부어 태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엄청 빨갛다. 정말 빨간 원숭이 같은 느낌이랄까? 출산 후 첫째는 호흡이 조금 어려워 인큐로 바로 들어가 보지 못했고 둘째는 볼 수 있었다. 정말 빨갛고 작았다. 이렇게 작은데도 낳는데 너무 힘들구나. 4.15kg으로 나온 나는 엄마한테 다시 한번 고마웠다.




결혼하고 1-2년이 지나자 아이 얘기를 하는 엄마와 언니에게 항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언니는 엄마에게 핀잔을 주며 다 때가 있다며 재촉하지 말라 했다. 나는 언니의 말을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었다.


언니에겐 두 아이가 있다. 형부를 똑 닮은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와 언니의 어린 시절과 우리 아빠를 똑 닮은 개구쟁이 남자아이. 언니는 셋째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내심 궁금하다 했다. 다음번 아이는 어떤 조합으로 나오게 되는 걸까? 여건만 된다면 어떤 조합으로 나오는지 보고 싶다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그다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생기자 나는 언니의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 뱃속의 아이들은 어떤 조합으로 나오게 될까? 남편과 나를 어떤 조합으로 닮게 될까?? 난임병원에 다니는 초반에는 철없게도 예쁘게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차 정밀초음파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1차 정밀초음파를 예약하자 걱정이 많은 나는 아가들이 손가락, 발가락, 목덜미 투명대 두께 모든 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꿈에도 잘못된 검사 결과가 여러 번 나와 나를 괴롭혔다.


다행히 별문제는 없었다. 초음파를 보면서 안도의 눈물이 찔끔 나왔다.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자 이제 생김새가 궁금해졌다. 잠시 보았던 얼굴이 누굴 닮았나 계속 되뇌어봤다. 회복실로 들어가는 내 손에 간호사 선생님이 내 폰을 쥐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출산 전에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핸드폰을 가져갔던 거 같다. 회복실로 가 사진을 보았다. 첫째는 태지가 덕지덕지 붙은 상태로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남편 얼굴이 보였다. 둘째는 찡그리며 울고 있는데, 빨갛고 팅팅 불어있는 와중에도 나를 닮았다.


남편은 진하게 생겼다. 나쁘게 말하면 느끼하게 생겼는 데 나를 만나고 살이 올라 인상이 둥글해지고 안경으로 가려 덜 그래 보인다. 가끔 안경을 벗고 있으면 눈이 세상 그윽해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쌍꺼풀도 어찌나 깊고 짙은 지 안경을 다시 씌우게 된다. 반면에 나는 살짝 흐린 인상이다. 쌍꺼풀 없는 작고 둥근 눈에 큰 특징 없는 얼굴. 그래서 아이들은 남편을 닮길 바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의 큰 눈. 특히 여자 아가는 꼭 남편을 닮았기를!


여자 아가인 첫째가 남편의 모습을 하고 있어 내심 다행이었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눈을 뜬 모습을 봐야만 했다. 하지만 아기들은 쉽사리 눈을 떠주지 않는다.


태어나자마자 니큐로 간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본건 퇴원하고 나서였다. 궁금함이 해결되는 그 순간,


다행이다.

둘 다 눈은 남편은 닮지 않았지만 나보다 큰 눈을 가지고 태어났다. 다른 곳은 어떨까 하면서 찬찬히 보는데 웃음이 났다. 남편을 닮은 첫째의 발가락은 나를 닮았다. 나를 닮은 둘째의 발가락은 남편을 닮았다.


언니가 말했던 게 이런 거였을까? 앞으로 아가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자라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