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엄마의 길

갑자기, 넷 ep.04

by ARA

첫째만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b형 감염 2차 접종 날이었다. 퇴원이 조금 일렀던 둘째는 이미 다 맞아 첫째와 나 둘만의 데이트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뱃속에 넣어 같이 다녔는데 이렇게 따로 다니면 기분이 이상하다.


그날따라 아가는 심기가 불편했다. 잠투정도 늘었고 밥도 잘 안 먹기 일쑤였다. 얼굴에는 태열이 올라서 뽀얗고 하얀 피부가 벌겋게 울룩불룩했다. 병원을 가는 길에도 계속 칭얼거리면서 울었다. 안쓰러운 맘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며 운전을 했다. 익숙한 병원길. 주차를 하고 내리니 아이가 유모차를 타기 거부했다. 계속 울어 울리기 싫은 맘에 슬링에 넣어 멨다. 유모차도 끌고 소아과로 갔다.


올라가는 데, 휠체어를 탄 노모가 유모차 안을 유심히바라 보셨다. 아이를 낳고 알게 되었는데 어르신들은 생각보다 아이를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신다. 유모차를 몰고 가면 고개를 빼꼼히 해서 바라보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휠체어를 밀어주던 나이 든 따님이 “엄마가 아가 보고 싶어서 보시네-”라고 말하셔서 슬링을 가리키며 아이를 보여주니 ”아가들이 귀해서 보면 꼭 보고 싶어 져. 아기가 있으면 주변이 환해져.“라고 얘기해 주셨다. 순간 맘이 찡- 해졌다.


임신하고도 느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참 다정하다. 배가 나오지 않았을 무렵 임산부 배지를 하고 지하철에 서있었다. 출근길 임산부석은 항상 만석이다. 임산부들이 앉아있으면 괜찮지만 성인 남녀들이 앉아있으면 괜스레 맘이 힘들어진다. 그날도 그랬다. 하지만 비켜달라고 할 수 없기에 조용히 서서 가고 있었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 저쪽 임산부 석은 비어있어요! 저기 가서 앉으세요.” 앳되보이는 얼굴의 여대생이 말해줬다. 살짝 숨찬 목소리가 저쪽에서 달려와서 알려준 거 같았다. 감사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족들은 당연한 배려를 해주지만 나와 알지 못하는 완전한 타인에게 받는 배려는 더 크게 다가온다.


소아과에 도착해 주사를 맞으려 들어가는데 대기하고 계시던 한 보호자가 말했다.


“어머, 저 아가는 엄마한테 엄청 방긋방긋 웃어주네! 너무 예쁘다.”


내 맘이 녹았다.


우리 아가가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구나. 내 맘이 조급해서 우리 아가가 날 바라보는 것도 알지 못했구나.


주사를 맞고 맘마를 먹이려 수유실에 들어가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탔다. 다 타서 주려는 찰나에 다른 가족이 들어왔다. 이제 막 태어난 것 같아 보이는 신생아였다. 아가들이 이른둥이로 태어나 항상 다른 아가들을 보면 크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 아가랑 큰 차이가 없어서 아가들이 많이 컸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막상 다른 아가들과 비교해 보니 조금 서글픈 기분이었다. 첫째 맘마를 먹이고 있는데 옆에 앉은 부부들의 눈길이 느껴졌다. 작아서 신기해서 쳐다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눅 들어 있는데 남편분이 아내분한테 소곤거렸다. “와 엄청 하얗고 예쁘다. 우리 아가는 언제 하얘질까? 엄청 귀엽다. 울지도 않고 순하다.”


아! 나는 왜 괜히 작아진 걸까.

이렇게 예쁜 아가를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