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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민 Nov 01. 2024

웃는 여자(0)

"너는 왜 맨날 웃어?"

   나는 어렸을 적부터 사회성이 부족해 걱정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내성적이고 내향적인 소녀는 친구가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고, 적당히 반반하게 생긴 외모와 거절을 못하는 성격 때문에 종종 친구가 생기기도 하였다. 거절의 의미로 머쓱하게 웃어 보이는 미소는 일부 친구들에게 만만하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괴롭힘은 면했다. 순한 성격을 가진 ‘딸’인지라, 어른들은 내가 동생들을 잘 돌보고 부모님의 노후를 챙겨주겠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하기도 했다.


   하루는 또래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너는 왜 맨날 웃어?"

질문을 받기 직전까지 그 친구는 나에게 같이 놀자고 이미 서른 번쯤 물었던 터였고, 나는 그때마다 거절하기가 민망해 머쓱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서른한 번째 똑같은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옴쌀달싹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빠르게 그가 질문을 하는 이유와 원하는 대답을 유추해 보았다.


1. 순수 호기심에

2. 놀자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

3. (더 나아가선) 네가 좋아서라는 답변을 듣기 위해


   실제로 물어보진 않았다(정확히는 못했다. 아무래도 성격이 소심해서..). 이제 와서 그 친구에게 질문을 할 수도 없으니 답을 추측해 볼 뿐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 그러니까 질문을 받은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앗, 웃음은 완곡한 거절이 되지 못하는구나."


   한 번은 다른 상황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취업한 지 일 년이 꽉 차 갈 때 즈음 동료분께서 "선생님은 왜 맨날 웃어요?"라고 하셨고, 청소년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아이들을 미소로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나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말을 들었을 때 이전과는 다르게 묘한 불쾌감과 함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화가 일렁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너무 잘 웃어서 아이들이 나를 함부로 대한다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앗, 나의 친절이 만만함으로 비치기도 하구나." 청소년이 아닌 그 동료분의 언행을 통해 배웠다.




   왜 맨날 웃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대답할 수 있다.

친절해 보이고 싶어서


연인을 대하든, 친구를 대하든, 청소년을 대하든, 하다못해 진상을 대하더라도 나는 친절해 보이고 싶다. 왜냐하면 친절함은 나의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에. 친절은 상대를 무장해제 시켜 본심을 드러내게 만든다. 가끔은 알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들여다보게 되어 조금 곤란해질 때도 있지만(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음글에는 애증과 같은 나와 친절과 그 상관관계에 대해 이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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