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우리 아가가 요즘 가장 즐기는 놀이,
저지래기
거실 테이블 위, 리모콘함 속 물건을 하나씩 꺼내서 이곳저곳으로 집어 던지는 장난을 제일 좋아한다
물건을 싹 다 집어 던져 상자가 텅텅 비면 그제사 자기가 마땅히 가지고 놀아야 할 '장난감'에 시선을 준다.
그러면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물건들을 다시 주워올려 상자에 담는다
그래야 아기가 또 던지며 노니까
처음에는 리모콘 밖에 없었던 단촐한 상자였는데,
장난감 리모콘이 이 상자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인형이 없어진 인형놀이 옷, 아기 체온계, 다쓴 립밥, 멈춰버린 시계...
온갖 잡동사니들이 상자 안에 그득하다.
원래 여기 있어야 할 리모콘은 상자 밖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네가 꼭 나 같구나"
덕지덕지 몸집이 세 배는 불어난 리모콘함을 보면서, 오늘 문득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어지럽혀진 것들을 다시 주섬주섬 수습을 하고
허망하게 다시 어지럽혀진 것들을 속도 없이 또 주워올리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이게 애당초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이 안에 쓸만한 것이 있긴 한 건지
그냥 '어지러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 물건
지금까지 아등바등 바지런히 산다고 살았는데
오늘 유독 깊이 가라앉은 마음으로 나를 내려다보니 나는 그냥 어지러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