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 공간
나의 30대는 낡은 복도식 아파트에서 보냈다. 주방 겸 거실은 4인용 식탁을 놓았고, 방 한 칸은 암막 커튼을 이중으로 설치하여 어두운 침실을 만들고, 남은 방 한 칸은 책상과 텔레비전을 두었다. 처음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대부분의 식사는 친구나 동료들과 해결했으니, 씻고 잠만 자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었다. 점점 친구들은 결혼과 육아로 떠나갔고, 사귀었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짝을 찾아 떠나갔다. 어느 순간부터 4인용 식탁과 어두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시절, 쓸데없이 에너지만 넘쳐 구설수에 오르던 시절이었다. 그런 나에게 4인용 식탁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다른 방에도 책상이 있었지만 왠지 모를 그 개방감과 아늑함이 좋았다.
4인용 식탁은 식당으로, 카페로, 공부방, 도서관으로 계속 변신했다. 슬프게도 복도식 아파트는 각도에 따라서는 보일러실이 정면으로 보였지만 작가 지망생의 상상력으로 얼마든지 공간은 바꿀 수 있었다. 이 곳이 카페이고, 유명한 맛집이고, 작가의 공간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노트북과 책을 올려놓고 하루종일 웅크리고 앉아서 끄적거리고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40대 늦은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나 결혼을 했다. 자연스럽게 낡은 복도식 아파트와도 작별을 고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만들면 다 괜찮은 줄 알았다. 외롭고 암울했던 시간과도 작별하고,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거라고 생각했다. 둘이 있으면 늘 행복하니 고통스러운 글쓰기도, 나를 반성하는 시간도 다 필요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오붓하게 앉아 달콤한 간식거리를 품에 안고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보드게임을 하고, 브런치와 향긋한 커피를 먹는 생활을 꿈꾸었다. 물론 우리에게 만남의 설레임도, 신혼의 단 꿈도 있었고, 심지어 무언가를 같이 했던 적도 있다. 남편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남자였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서로를 위해서 서재방도 만들고, 취미방도 만들었지만 지금도 식탁에 앉아 있다. 여전히 나는 4인용 식탁에 웅크리고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식사를 하고, 혼잣말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식탁에 앉아서 치매로 무너지는 우리 가족과 부모님 생각도 하고, 못다한 꿈도 생각하고, 노트북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기를 반복한다.
그냥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집에 있으면 여행가고 싶고, 여행을 가면 집이 그리운 늘 외로운 사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데 소속되면 그 안에서조차 외로워서 다시 혼자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 그런 나에게 4인용 식탁은 떠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결국 4인용 식탁은 내밀한 나와 만나고, 화해하고, 또 다시 고민하는 공간이었다. 나의 영혼과 숨결을 담은, 못다한 꿈과 이루고 싶은 소망까지 담은 그런 공간 말이다. 외로운 당신에게도, 모두에게도 4인용 식탁은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4인용 식탁은 어떤 공간인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