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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자현 Aug 17. 2021

연애는 혼자 하나요

당신의 첫사랑은 어땠나요?


tv,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첫사랑 들은 어찌나 아련하고 애틋한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혹은 첫 연애에 대한 풋풋함으로 표현되는 첫사랑 들을 보고 있자면 나의 첫사랑은 더더욱 싫어진다. 내 기억에만 나쁘게 남아있는지 아니면 다들 나쁜 첫사랑의 기억들은 잊으려 노력 중이라 입밖에 꺼내질 않는지 늘 궁금하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제각각 이겠지만 남들의 첫사랑과 나의 첫사랑의 공통점 한 가지는 첫사랑으로 인해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


20대 중반. 남들 다 하는 연애를 나만 안 하는가 싶어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지도 않은, 나를 좋다고 하는 사람과 첫 연애를 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좋다니까 그런대로 적당히 하는 연애. 이는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다. 이제는 동의하지 않는 ‘여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말. 그 말로 나 스스로를 달래 가며 열심히 노력하던 연애. 기억하면 언짢고 이불 킥을 하게 되는 그런 연애. 나의 첫 연애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별이 아프지 않고 다행이다 하며 마음을 쓸어내린 걸 보면 실패인 나의 첫사랑. 여자든 남자든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해야 한다.


내키지 않는 연애는 나를 세상 수동적이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그런 나를 상대방은 늘 답답해했다. 나의 매력은 점점 흐릿해져 갔다. 자주 보는 정이 무섭다고 상대방에게 끌려다니며 상대를 좋아한다 착각했다. 끝없는 요구에 지쳐 갈 때쯤 관계를 끝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가스 라이팅이 아니었을까 가슴이 철렁한다. 하지만 다행인 건 당시 나에겐 통하지 않았는지 몸도 마음도 덜 다치며 안전하게 이별할 수 있었다. 


그 후 내가 배운 것은 연애는 좋아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사실 나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그 후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참 노력을 많이 했다. 남을 적당히 따라 하는 것을 그만두고 내가 행복해하는 일들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나에 대해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아니 연애는 혼자 하나요?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개의 마음의 방을 만든다. 독립 후 작은 원룸에서 시작해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방 개수를  점점 늘려가는 것처럼 마음의 방도 그렇다. 혼자만의 방도 있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꾸미는 방들이 많아지고 그 방들이 모여 하나의  집을 완성해간다. 나의 집엔 빈방이 하나 있는데 그 방을 오랫동안 꾸미질 못하고 있다. 함께 취향에 맞는 가구를 들이고 커튼을 달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방을 꾸며볼 사람… 어디 있나요?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힘을 모아 함께 방을 꾸밀 사람. 결국 헤어지더라도 서로를 성장시키는 사람.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 연애가 인생에 딱히 필요 없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남자를 좋아하는데요 남자라고 다 사귀지는 않습니다. 외롭다고 급하게 하는 연애는 하지 않습니다. 첫사랑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아니 그런데 어디 있나요? 그런 사람.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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