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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안나 Jan 13. 2024

육아 소회

우주의 중심이 나에게서 너로 옮겨진 순간의 일들

 나는 살면서 정성을 다하는 일이 드물었다. 적당히 타고난 머리에 노력을 더했다면 썩 훌륭한 결과를 얻었겠지만 공부든 일이든 기준이 낮아 노력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 만족했다. 


엄마는 이런 나를 두고 신간이 편하기를 타고났다고 평가했다. 편히 누워도 쉬이 잠들지 못하던 엄마는 눕기는 커녕 등만 대면 잠이 드는 나를 부러워했다. 그래서 나는 잠자리를 가리지 않았고 꿈꾸던 세계일주는 못 해도 세계반주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천원짜리 도미토리 침대 한 칸에서도, 모기에 징그럽게 물려도 잠만 잘 잤다. 아빠를 닮아 술은 말로 때려부어도 그 다음 날 숙취 없이 타이레놀 한 알 먹으면 또 멀쩡해졌다. 여자들의 평생 숙적인 생리통도 없었고 타고나기를 그렇게 편안한 삶으로 타고난 나였다. 


 그렇게 살던 내가 아이를 낳았다. 첫째 아이는 밤이면 밤마다 울어재꼈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정말 큰 소리로 불편한 것을 말하고 소리부터 질렀다. 남편과 나는 좀처럼 큰 소리를 내는 성격이 아니다. 아이의 데시벨은 정점을 찍어가고 있었다. 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큰 파리채를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면 더 크게 울었다. 공동주택에 살며 입도 막아 봤다. 한 참 자다가 소리를 지르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나처럼 깊게 자는 사람은 여기가 어디지 하는 생각이 들어 멍한 기분이었다. 그 정점은 26개월에 모유수유를 끊을 때였다. 첫 날은 2시간을 울었고 그 후 2주 정도 걸려 울음이 멈추었다. 나는 84년도에 지어진 옛날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156세대가 다 같이 들을 수 있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한강을 향해 울려퍼질 때, 그 괴로운 마음은 글로 담아지지가 않았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추억만 남았을 때, 둘째가 태어났다. 요한이. 세상의 주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이름을 지었다. 정말 둘째는 사랑이라더니, 방긋 웃는 요한이의 미소에 마음이 몰랑해져서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 한 번에 2-30미리 씩 먹던 첫째 한나와 달리 요한이는 한 번에 200미리가 넘는 분유를 먹는 기염을 토했다. 남의 집 애들은 한 번에 280미리도 먹는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안 먹고 안 자고 안 싸던 한나를 길렀던 나에게는 그 무슨 유니콘 뿔 만지는 소리 같았다. 타고난 체질을 알 수 없고 나의 부족함으로 인함인지 100일 때 첫 입원을 시작으로 서울성모병원을 놀이방 가듯 입원한 한나와 달리 요한이는 먹고 자고 싸고 무한 반복 중이다. 언제 아플지 몰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 잡고 하던 첫 육아의 매운 맛 덕분에 지금의 둘째 신생아는 그저 미소만 지어지며 기쁨의 충만함을, 생명이 자라나는 성장의 신비에 깊이 감동하고 있다. 


 엄마 아빠들은 공감할 것이다. 쉬를 싸서 기저귀를 갈고 예닐곱개 정도 되는 단추를 막 다 채웠다. 양말도 신기고 손싸개도 하고 턱받이도 해 줬다. 똥을 싼다. 하... 다 싸고 속이 시원해 졌는지 방긋 웃는 너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다시 단추를 뜯는다. 물을 틀고 똥을 닦고 다시 단추를 채운다. 이러한 수고로움을 전혀 수고롭지 않도록 나를 정성들이게 하는 너의 비밀은 귀여움인가.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귀여움이라는 무기를 갖는다던데 그게 바로 이것인가 싶다. 


 아직 우리 아이 둘이 영아와 유아라서 친구 말로는 막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좀 정신이 차려 진다 하던데, 그 길이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도 또 어른들 말로는 이 때가 좋은 때라고 아이들이 너무 빨리 큰다고도 한다. 어느 쪽이 진실인 지 한 번 걸어보고 이야기 해야 겠다. 세상 살아가며 이날 이때까지 무엇 하나 정성스럽게 해 보지 않았던 나에게 나의 최선을 보게 해 주는 아이들과 8년 정도 더 살아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할테다. 내가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나를 만들어가는 나의 아이들과 나의 우주를 만드는 시간들을 이야기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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