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치

도장 만들기

by 희윤

얼마 전에 도장을 만들었다. 일단 용도는 사용인감이다. 사업자 관련 일에 사용하려고 만들었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도장은 어릴 때 학교에서 만들어준 도장들 뿐이었는데

단체로 만든 도장 말고 나만의 도장이 갖고 싶었다.

덕분에 단추목으로 만든 적당한 가격의 도장을 하나 만들었고, 내친김에 캘리 공방에서 활동명으로 만든 도장도 하나 팠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있는데, 스탬프는 비싼 값을 한다는 거였다. 다꾸나 문구도 좋아하다보니 다양한 도장과 잉크패드 스탬프를 봐왔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왜이렇게 비싸지...? 싶었는데 잉크가 도장에 잘 달라붙고 너무 과하게 붙지 않고 종이에 잘 찍혀서 번지지 않고 잘 마르는 등 잉크 종류에 따라 특성이 다 달랐다. 사은품으로 받아온 스탬프보다 돈 주고 샀던 스탬프가 훨씬 깔끔하게 찍히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도장을 좋아하는 만큼 최근에 관심을 가진 것은 레터프레스다. 일본에 가서 사온 엽서를 정말 맘에 들어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여기서 만든 방식도 레터프레스... 독립출판 행사 가서 발견한 엽서도 알고보니 레터프레스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의외로 소형 기계도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종이에 찍기 위한 동판 같은 것이 필요했다. 왜 실크스크린이나 레터프레스 관련 수업을 판화 공방에서 다루는지 알 것 같았다.


문제는 내가 학교 미술 시간을 정말 싫어했고 물감은 그렇다 치지만 서예, 판화, 찰흙을 사용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서예는 먹때문에 종이 번지고 여기저기 묻고 잘 못해서, 판화는 고무판에 구멍을 뚫어버려서, 찰흙은... 아무튼 못했다. 결국은 예전에 깨달은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을 정말 싫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작업도 싫어했겠지.


하지만 서예는 캘리그래피를 배우면서 극복했고, 찰흙 만지는 것은 넨도로이드 개조를 하겠다며 에폭시 퍼티를 만지면서 조금 극복했다. 그리고 레터프레스와 실크스크린은 계속 관심 가진만큼 분명 손댈 것이다.


여전히 나는 좆밥실력을 가진 나를 싫어하지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제 제법 괜찮다 해도 나중에 보면 이정도 실력으로 공개했다니...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내가 극복해야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포트폴리오도 공개하고 다양한 작업도 공유하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같은 건설적인 생각도 할 수 있게 됐다.


도장 하나로 꽤 멀리 오긴 했구만...!!

작가의 이전글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