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백수? 1주년

by 희윤

회사에서 벗어난 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입에 풀칠하며 지내곤 있습니다. 일단 심적으로는 확실히 여유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작게 회고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몇 개월 정도는 퇴사자의 마음으로 신나게 보내고, 이후 몇 개월은 구직자와 백수의 마음으로 초조하게 보내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관적으로 저는 항상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과 함께 살았던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업계에서 지냈지만 관리직은 맡은 적 없고 오래 다닌 최장 근무 기간이 3년인 출판 디자이너라는 애매한 실력과 애매한 경력으로 시작해서 자학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나이를 생각하며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에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최근 두 달 정도는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단가는 좀 낮아도 덕분에 불안이 적었어요. 물론 그동안에도 이대로 괜찮냐는 질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일종의 원동력이니 사라지지 않을 거 같아요.


소심해서 가늘고 길게 회사에 다니는 것이 목표라던 저는 생각보다 이 생활이 맘에 드는 거 같습니다. 다만 이전 업계를 마냥 질색하던 것이 사라졌어요. 아마 여유가 생기면서 생각이 좀 넓어진 것이겠죠? 출판계는 애증인 것 같습니다. 멋있게 일하고 경력 쌓는 것을 항상 생각했지만 현실은 점점 업계의 중심과 멀어져 결국은 떨어져 나왔거든요.


하지만 빡세고 더럽다 느낀(연봉 후려치기, 실력 깎아내리기, 막차 타고 겨우 퇴근하던 날들 등등) 업계여도 저라는 개인 또한 업계의 구성원이고 누군가는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꼭 노조나 다른 집단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소모임 같은 것을 운영하는 식으로요. 뭐 스스로 변명하자면 항상 불안함과 회사에 시달리며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뭔가 할 기운도 없었구요...


어쨌든 이것을 디자인으로 가져와서... 다른 디자이너 분과 대화했을 때 그분은 전공생인데도 초년생 당시에 막막했다고 해요. 물어볼 곳도 없고, 친한 선배도 없다보니 힘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전공생이면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어서 취직도 쉬울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전공, 비전공 상관없이 다들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개인에 따라 정도나 경우에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그분은 그래서 디자이너들끼리 서로 궁금증을 나누고 업무조언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해요. 저의 경우도 누군가 제가 아는 분야에 대해 물어보면 최대한 알려주려고 합니다. 제가 막막했던 만큼 최대한 그리고 친절하게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내 주제에 무슨... 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10년을 일하면서 SNS에서 만나는 학생들보다는 알고 있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어진 대화에서 깨달았습니다. 10년 전엔 나도 힘들었지만 전공인 사람들도 힘들고 뭐가 없다 느꼈구나. 분명 예전엔 워크샵도 별로 없었지만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발전하고 워크샵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어요. 스몰 브랜딩 명목으로 개인이 주최하기도 하구요. 예전과 달라진 이 변화를 보고, 누군가는 업무를 가르쳐줄 필요성을 느껴 워크샵을 만들기 시작했겠죠? 물론 돈 때문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누군가는 덕분에 배우고 도움받을 수 있었겠죠?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각자가 자신의 직업과 주변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개인 단위로 노력한 것이 쌓여 업계가 되었구나란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업계가 어떻다 저떻다 욕만 하면 달라지는 게 없지만 스스로 무엇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다면 시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구요. 결국은...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만 털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작 홀로서기를 해보는 것도 좋았을 거 같아요. 물론 지금 월 1000 잘나가는 프리랜서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흠.................. 솔직히 돈이나 많이 벌고 싶네요.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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