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마흔 살에 떠나는 필리핀(Cebu) 어학연수 이야기]
#22.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토요일 오후에 복도를 지나다가 1:4 교실에서 기타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렸다.
"누가 기타를 치나 보네?" 하며 안을 들여다보니 '마이클 선생'이 혼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마이클과 수업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마이클은 프랭크와 더불어
학원에 있는 2명의 남자 선생 중 한 명이다. 내가 인사를 하자 그가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잠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기타를 한 번 만져 봤다.
마지막으로 기타를 쳐 본 게 10년도 더 됐을 것이다. 대학교 때는 동아리방에서 곧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기타를 잡으니 코드가 잡혔다. 기본적인 코드를 몇 번 튕기다가 기타를
넘겨주니 마이클이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한다. 아는 노래가 없다고 했더니 팝송 책을 한 권 보여 줬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그 책에는 악보가 없고 가사 위에 코드만 써져 있었다.
-나 : 책이 원래 이렇게 생겼어?
-마이클 : 원래 그렇게 생겼어. 왜?
-나 : 악보가 없잖아.
-마이클 : 필리핀에는 악보가 있어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나도 악보 볼 줄 몰라.
-나 : 그럼 기타는 어떻게 배웠어?
-마이클 : 그냥 소리 듣고 사람들 치는 거 보고 배웠지.
-나 : 그렇게도 기타가 배워지나?
-마이클 : (이상하게 쳐다보며) 필리핀에서는 다 그렇게 배워
-나 : 아하~
마이클은 얼핏 보면 필리핀 사람이라기보다는 흑인에 가까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가까운 조상 중에 그쪽 핏줄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머리카락이나 피부가
그쪽에 가깝다. 그는 학원에서 발음 수업과 그룹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발음 수업은
추가 수업으로 일주일에 2~3번 정도 정규 수업 이 끝나고 진행된다. 나는 딱 한 번 수업에
참가했다가 포기했다. 내게는 정규 수업도 벅찼기에 추가로 발음 수업을 할 여력이 없었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하는 추가 발음 수업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그날 마이클과 거의 1시간 가까이 대화를 했고 점심도 식당에서 함께 먹었다.
그는 다재다능한 능력자였다. 영어는 원어민처럼 했고, 공과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으며,
교육과 컴퓨터에 관한 각종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몇 개의 악기를 다룰 수 있었고
노래도 잘했으며 춤도 잘 췄다.
내가 넌 어떻게 미국 사람 발음을 구사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태어나서 첫 번째 언어가
영어였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난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더 들으면 왠지 슬픈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골 출신으로 어머니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으며 본인이 돈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정도까지만 들었다.
마이클은 내게 "넌 기타를 칠 수 있으니 노래를 배워 보라"라고 했다.
팝송을 부르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고 발음도 좋아질 거라는 것이다.
난 알았다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방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마이클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1:1 수업 시간에 제니스 선생과 팝송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그녀 역시 노래를 좋아했다. 사실 필리핀 사람 중에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서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마을 공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디스코텍이 열린다. 그날 수업이 끝날 즈음 제니스 선생이 숙제를 내주겠다며 내일까지
졸업식 때 부를 노래 한 곡을 정해 오라고 했다. 알았다며 수업을 마쳤는데 나는 숙제를
안 할 생각이었다.
오후에 1:4 넬리아 수업 시간이 됐다.
내가 대화 중에 “How to make love with.. 블라블라....?”라는 말을 했는데,
갑자기 넬리아가 눈이 동그래지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How can I know.... 블라블라?”라고 하면서 살짝 웃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맥스’가 덩달아 큭큭거리며 웃었고 다른 멤버들도 "으잉?" 하면서 사전을 찾더니
따라서 웃어댔다. 난 영문을 몰라서 옆자리 마틴을 쳐다보니 마틴이 사전을 보여주며
“형, ‘make love'라는 말을 여선생에게 하면 어떡해요?" 이러는 거다.
나는 “그게 뭐?” 했더니, 마틴이 사전을 보여줬다.
마틴이 보여준 사전에는 'make love'에 대해서 이렇게 나와 있었다.
나는 “내가 뭐 틀리게 말한 것도 아니네..”라고 말하자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서 다시 인터넷으로 "Make love"를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 Air Supply"라는 노래가 첫 번째로 떴다.
유튜브를 돌려보니 그 옛날 참으로 많이 들었던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팝 발라드이지만 랩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부르는 특이한 형태의 노래라 처음 들을 때부터
좋아했던 팝송이었다. 그 밤에 이 노래를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제니스 선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 졸업식 때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부를게
-제니스: Really? Wow.....
나는 전날 밤 이 노래를 듣다가 노래를 한 번 불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래가 좋았고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패한다면 할 수 없지만 성공한다면 적어도 어려운 팝송 한 곡을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팝송 한 곡 외우는 일이 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살면서 영어 노래 한 곡 정도 외워서 부를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닌가? 쉽진 않겠지만 성공한다면 서랍 속에 쌓여가는 것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끝)
덧) 이 노래에서 Making love는 말 그대로 "사랑을 완성해 가는"이라는 뜻이다.
I know just how to whisper
And I know just how to cry
I know just where to find the answers
And I know just how to lie
I know just how to fake it
And I know just how to scheme
I know just when to face the truth
And then I know just when to dream
And I know just where to touch you
And I know just what to prove
I know when to pull you closer
And I know when to let you loose
And I know the night is fading
And I know the time's gonna fly
And I'm never gonna tell you everything I've gotta tell you
But I know I've gotta give it a try
And I know the roads to riches
And I know the ways to fame
I know all the rules and then I know how to break 'em
And I always know the name of the game
But I don't know how to leave you
And I'll never let you fall
And I don't know how you do it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Out of nothing at all, out of nothing at all
Out of nothing at all, out of nothing at all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Everytime I see you all the rays of the sun are
Streaming through the waves in your hair
And every star in the sky is taking aim at
Your eyes like a spotlight
The beating of my heart is a drum, and it's lost
And it's looking for a rhythm like you
You can take the darkness at the pit of the night
And turn into a beacon burning endlessly bright
I've gotta follow it 'cause everything I know
Well, it's nothing 'til I give it to you
I can make the runner stumble
I can make the final block
I can make every tackle at the sound of the whistle
I can make all the stadiums rock
I can make tonight forever
Or I can make it disappear by the dawn
I can make you every promise that has ever been made
And I can make all your demons be gone
But I'm never gonna make it without you
Do you really want to see me crawl
And I'm never gonna make it like you do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Out of nothing at all, out of nothing at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