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녀와...(1부)

(부제: "나쁜 남자" 신드롬)

by 벼랑끝


#1. 오늘은 그녀와....

(부제: "나쁜 남자" 신드롬) - 1부.


나는 세부(Cebu, Philippines)의 관광 가이드이다.

내 주요 고객은 한국인 관광객이며 그들에게 세부의 관광지를 구경시키는 것이 직업이다.

관광 가이드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손님들의 행사를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기본 임무지만,

가끔 손님들이 일정에 없는 ‘특별한 투어’를 원할 때는 그걸 진행하기도 한다.


남자들끼리 왔거나 사업상 접대를 하는 여행일 경우에 손님들이 특별한 스케줄을 원할 때가 있다.

이런 일을 가이드는 '밤문화 투어'라고 부르는데, 일정이 특별한 만큼 가이드에게 돌아오는 수입도

꽤 짭짤하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무척 피곤한 일이다.


나는 '밤문화 투어'를 원하는 손님들을 받으면 남자들은 B-Bar(Bikini Bar)나

K-Tv(한국형 단란주점)를 여자 손님의 경우는 클럽으로 안내한다.


여자 손님들은 클럽에 입장시킨 후 테이블 세팅을 해주고 바에 앉아 주위를 살피며 보호자

역할을 한다. 가끔 클럽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는데, 그럴 때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으면 손님들에게 내가 보고 있다는 인식만 시켜주고 되도록 피해 있는다. 안심하고 놀 수

있게끔 보디가드 역할만 하는 것이다.


아무리 필리핀이라고 해도 외국인이 오는 클럽에 올 정도의 현지인들이라면 괜찮은 형편의

대학생이거나 매너 좋은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과 놀아도 별 문제가 안 생긴다.


그런데 여자 손님들과는 달리 남자 손님들이 밤문화 투어를 가자고 하면 이건 약간 의미가

달라진다. 뭔가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럴 때는 신중하게 장소를 선택

해야 한다.


나는 이럴 때 주로 B-Bar(비키니 바)를 가는 편이다. 달리 이유는 없다.

그곳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세부(Cebu, Philippines)의 B-Bar들은 행색이 초라한 편이다.

낡은 소파와 칠이 벗겨진 테이블, 오래되어 무너질 듯한 댄스 무대 이런 식이다.

쉽게 말해서 허접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허접함은 긴장의 끈을 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녀가 있는 B-Bar를 처음 가게 된 것도 특별한 '나이트 투어’ 때문이었다.

딱히 아는 곳이 없던 초보 가이드였을 때 주차가 쉽다는 이유로 처음 그곳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몇 번 가다 보니 웨이터, 댄서들과 친해졌고, 특히 *마마상과는 많이 가까워졌다.

(*마마상 : B-Bar나 K-Tv 등의 여성 매니저 = '왕 마담')


내가 이 B-Bar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춤을 잘 추는 댄서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도 몇 곳 가봤지만 이곳만큼 춤을 현란하고 과격하게 추는 곳은 없었다.

이곳에 오면 손님들은 반라의 필리핀 여인들이 추는 아크로바틱 한 폴 댄스를

보면서 매우 신기해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그녀가 폴(Pole)을 잡고 춤을 추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댄서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외모와 춤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뇌쇄적인 몸매와 댄스 테크닉은 다른 댄서들에 비해서 한수 위의 기량이어서

그녀가 춤을 시작하면 홀의 손님들은 물론이고 Bar의 직원들까지 모두 시선을

무대에 꽂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까지 치렁치렁 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있었는데 이국적인 이목구비

덕분에 머리색이 아주 잘 어울렸다. 게다가 잘록한 허리 밑으로 뻗은 다리가 무대

위의 봉을 감았다 놓았다 할 때면 꼭 뱀이 봉을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봉을 잡고 거꾸로 기어 올라갈 때면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녀가 봉을 잡고 돌 때면 허벅지 안쪽에 알 수 없는 이니셜이 써진 빨간색 하트 문신이

언뜻언뜻 보였는데, 처음 그녀의 춤을 보는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관음증을 유발하는 그 하트 문신은 사람을 신경 쓰이게 하기 충분했다.

무대에 있을 때 그녀는 키가 꽤 커 보인다. 그런데 실제 앞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아서 그녀를

처음 본 사람들은 놀라곤 했다. 아마도 그런 걸 비율이 좋다고 하는 것 같다.


그녀는 이름을 두 개 사용했는데 가까운 사람들은 그녀를 ‘미도(Mido)’라고 불렀고,

손님들에게 소개할 때는 '알렉스(Alex)’라는 중성적인 느낌의 영어 이름을 썼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나이를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내게 스물세 살이라고

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스물세 살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춤을 많이 춰서인지

몸매는 군살 없이 탄탄했고, 피부도 반짝반짝 윤이 나서 나이를 알 수 없었다.


Mido는 한국말을 곧잘 했다. 가끔 노래방 기계가 있는 룸으로 불려 들어가거나 손님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실 때면 한국말로 불쑥 “오빠! 화장실 좀 다녀올게” 라든지,

“오빠, 술 한 잔 말아 드려요?” 이런 말을 하곤 했는데, 이럴 때면 한국 손님들은 무척

좋아했다.


실제로 그녀는 80% 이상 대화가 통할 정도로 한국말을 잘했다. 그렇다 보니 가끔

그녀 앞에서 한국말로 험담을 하다가 봉변을 당하는 손님들도 있었고 그 덕에 싸움

날 때도 많았다. 나는 그녀에게 어디서 한국말을 배웠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Mido는 무대 위에서 차갑고 강한 이미지를 풍긴다.

멋진 몸매와 예쁜 얼굴을 가졌지만 싸늘한 분위기 때문에 왠지 사람이 주눅 들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이건 내가 처음 그녀를 봤을 때 받았던 느낌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마마상이나 웨이터 또는 다른 댄서들과는 비교적 친하게 지냈는데 왠지 그녀와는

쉽게 친해지지가 않았다. 말도 잘 못 걸었고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아마도

차갑게 풍기는 그녀의 인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그것은 범접하기 힘든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쫄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다른 댄서들에 비해서 충분히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손님들의 선택에서 종종

제외됐다. 손님들이 지명해서 함께 술을 마시거나 2차를 나가면 댄서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그래서 댄서들은 손님이 자기를 선택하게 해 달라고 가이드들에게 살갑게 대하곤 한다.

그녀 역시 내게 그렇게 행동했지만 나는 다른 댄서들과 다르게 그녀를 쉽게 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녀는 Bar를 그만두기도 하고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쫓겨나기도 하면서 나쁜 소문을

많이 만들었다. 한 번은 오랜만에 갔더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마마상에게

“Mido 손님하고 나갔어?” 하고 묻자,

마마상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마마상은 나이가 60이 넘은 사람이다.


“Mido 술을 많이 마셔서 안 되겠어,

지난주에 술 취해서 손님하고 싸우고 난리였어.

더 일 못 시킬 거 같아”

이런 말을 하며 인상을 구긴다.


마마상은 말은 이렇게 해도 어린 댄서들을 친 딸처럼 대했다. 그래서 댄서들이

사고를 쳐도 며칠 쉬다가 나오면 별말하지 않고 다시 일을 시키곤 했다. 물론

댄서가 부족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댄서들에게 매우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늦게 일을 끝내고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핸드폰으로 “Meet me, Pls”라고 짧은 문자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세부에서는 이런 낚시 문자가 자주 온다. '보이스 피싱' 비슷한 거라 생각하면 된다.

평소 같으면 답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Who?” 하고 답장을 보냈다.

운전 중이라 거의 반사적으로 터치를 한 것이다.


그랬더니 “Mido"라는 답신이 바로 날아왔다.

나는 차를 세우고, “Where are you?"하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가 넘어 있었다. 5분만 가면 집에 도착한다.

주차만 하면 피곤했던 하루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계속 답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1시간 거리의 클럽에 있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나는 차를 돌려서 오던 길을 되짚어 클럽으로 향했다.

차를 꺾자고 마음먹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불법으로 유턴을 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린 거 같다.


"내가 미쳤나?"

-----------------------------------------------------------------------

클럽은 여느 때처럼 사람들로 붐볐고 아는 얼굴도 꽤 보였다.

클럽 앞에서 전화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 클럽 안을 돌아다녀 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클럽 밖으로 나와 주차장의 야외 테이블을

둘러보니 그때서야 낯익은 얼굴이 내게 손짓을 했다.

미도와 함께 일하는 댄서 중 한 명이다.


그쪽으로 가보니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는 미도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소주 세 병과 테킬라 한 병이 비어 있었고 각종 이름 모를 안주들이

흩어져 있었다. 내게 손짓한 댄서의 말로는 2주 넘게 그녀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가게에 와서 클럽을 함께 왔는데 지금 이 모양이 됐다고 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Mido의 휴대폰에 내 번호가 있었다고 한다.

이상했다. 나는 그때까지 미도와 한 번도 전화나 문자를 나눈 적이 없었다.


“미안 바빠서 이만 가볼게” 하면서, 댄서는 일어서 총총히 사라졌다.

"으잉, 야! 이렇게 나만 두고 가면 어떻게?" 했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만 흔들며 그대로 멀어져 갔다.


테이블에 나와 Mido만 남았다.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더니 클럽의 웨이터가 다가와서 이런 말을 한다.

“손님, 계산하셔야 합니다.”

("뭐? 젠장~~!!")


미도를 웨이터의 도움으로 차에 태우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어 있었다.

의식 없는 사람을 차에서 꺼내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날씬해서 가벼워 보이는데도 혼자서는 좀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잡아 끌 듯이 차에서 꺼내어 양손으로 안고 집안으로 들어가 겨우 침대에 눕혔다.

그랬더니 그때야 정신이 드는지 눈을 반쯤 뜨더니 이런다.


-미도 : 여기 어디야?

-나 : 우리 집이야.

-미도 : 호텔로 가지 왜 집으로 왔어?


그러고는 배시시 웃더니 다시 픽 쓰러졌다.

아기처럼 눈을 감고는 테킬라 향 섞인 숨소리만 섹~섹~ 내뿜었다.

그녀는 청바지에 민소매 셔츠 차림이었다.

윗옷에는 술이 쏟아졌는지 젖어 있었고, 바지에는 뭔지 모를 오물(안주)이

묻어 있었다. 바지를 보고 있자는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청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핑크색의 팬티가 살짝 보였다.

순간, 내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것 멈출 수는 없었다.

오물 묻은 바지를 입은 채로 내 침대에게 자게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바지를 벗겨서 거실 쪽으로 던졌다. 핑크색 팬티로 살짝 가려진 미끈하게 잘빠진

미도의 다리가 침대 위에 드러났다. 이어서 술에 젖은 상의를 벗기려니 머리카락이

끼었는지 “음.. 음..”하며 인상을 쓰며 신음 소리를 냈다. 이리저리 셔츠를 당겨

보아도 별수가 없어서 셔츠의 끝을 잡고 뒤집어 머리 위로 옷을 뽑아냈다.


긴 머리카락이 출렁이며 그녀의 브라 속으로 흘러들었다. 이제 조개껍질 같은 브라

두 쪽과 손수건 같은 팬티밖에 그녀의 몸에 남은 것이 없었다. 무대에서 늘 보던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가까이 누워 있는 건 처음 본다.


셔츠를 거실로 던지고 손으로 브라 속으로 흘러들은 노란 머리카락을 빗어 넘겨줬다.

예쁜 얼굴이 드러났다. 가까이서 보니 코가 꽤 오뚝했다. 아마도 가까운 조상 중에 서양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무대에서 보는 것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내가 늘 불편해했던 차가운 기운이 지금 그녀에게서는 전혀 풍기지 않았다.

정말 귀여운 아기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한 걸음 물러서 속옷만 입고 누워 있는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

내가 거칠게 움직이는데도 잠이 깊이 들었는지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좀 전까지 내 몸을 감쌌던 짜증이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내 몸 한 곳에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빨리 다리를 벌려서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있는 하트 문신에

쓰인 이니셜을 확인하라는 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냐? 여기까지 해 놓고!!!"

"위선 그만 떨고 빨리 할 거 해!!"


당연히 처음에는 젖은 옷만 벗길 생각이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