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섭지코지'를 아시나요?

"인간은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by 벼랑끝

[제주도 이야기, Since 2021] ### '섭지코지'를 아시나요?

(부제: "인간은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2008년 가을, 첫 제주도 여행을 했다.

오토바이를 빌려서 3박 4일간 제주도 일주를 했고, 한라산 등반과 우도 투어,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 관람 등. 찍기 여행의 면모를 보이며 웬만큼 유명한 제주의

여행지는 다 구경했던 꽤나 알찬(?) 여행이었다.


그때 제주도 여행에서 나를 가장 감동시켰던 것은 '섭지코지'의 일몰이었다.

당시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쳤던 탓에 그 작품에 배경으로 나왔던

'섭지코지'는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였다.


드라마 '올인'을 보지 못했기에 왜 유명한지 모르고 그곳을 방문했다.

해질 때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그때 내가 본 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해안의 절경과 함께 언덕 위에 서 있는 교회당의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일몰이나 일출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좋은 날씨 때 보는 일출이나 일몰은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이 육안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감동 중 하나다.


그날 본 섭지코지에서의 일몰은 지금까지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그 후 멋진 풍경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서의 일몰은 어떤 모습일까?"

또는 "여기가 '섭지코지'보다 나을까?"

그만큼 '섭지코지'에서의 경험은 내게 강렬했다.


그날 이후 누가 제주도 이야기를 하면 내 머릿속에는 항상 '섭지코지'가 떠올랐다.

그 후 14년 동안 나는 제주도에 갈 기회가 없었다.


2021년 늦가을, 세상사에 떠밀려 제주도로 거처를 옮기게 됐다.

이사가 확정된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릴 했다.


"거기 다시 가 볼 수 있겠구나."


가을이 끝나갈 무렵 제주시에 이삿짐을 풀고 첫겨울을 맞았다.

제주의 겨울은 혹독했고 새로운 지역에서의 삶은 힘들었다.


시간이 흘러 봄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생활에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그리하여 드디어 제주에서의 첫 여행을 떠났다.

나의 목적지는 당연히 '섭지코지'였다.


이른 아침 오토바이로 유채꽃이 물들기 시작한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려

섭지코지로 향했다. 그런데......


섭지코지로 들어가는 해안도로에 들어서는데 뭔가 싸~ 한 느낌이 왔다.

그리고 "음~~~" 하고 신음 소리가 나왔다.


"일몰에 맞춰 왔으면 좀 나았을까?" 생각을 하며 산책로를 걸었다.


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유채꽃 풍경을

사진 몇 장에 담고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그날 저녁 인터넷으로 '섭지코지'를 검색해 봤더니 이런 글이 눈에 띄었다.



(전략)


고성리에서 돌출된 반도의 형태를 띠며 선녀바위 등 각종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원래도 제주도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였으나 2003년 드라마 '올인'의 대히트 후 전국구 관광지가 되었다. 원래 있던 올인 세트장은 태풍 매미로 망가져 2005년에 새로 지어진 테마박물관 겸 관광명소인 올인하우스가 있었으나 2014년 11월 리모델링을 하면서 콘텐츠를 완전히 바꿔 주변 풍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화틱 한 과자집 외형에 이름도 코지 하우스로 바뀌었다. (중략)


대형 리조트 시설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와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가 들어서면서 자연 풍경이 상당히 훼손되었다. (중략)


제주도의 여러 관광지들 중에서 유독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거의 점령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관광이 금지되기 이전에는 중국인들이 하도 노상방뇨를 많이 해서 지린내가 가시지를 않았다고 하는데, 단체관광 금지 후 중국인들이 사라지고 나서 그 냄새도 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2020년은 매우 쾌적한 편으로 서양인 관광객 극소수를 제외하면 다 한국인이다. (하략)


('나무 위키' 발췌, 원문에는 다수의 부정적 링크가 포함되어 있음)






글을 읽는데 쓴웃음이 났다.

글에 링크되어 있는 기사 몇 개를 읽으니

"인간은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구나" 이런 혼잣말이 나왔다.


그리고,

뜬금없이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의 끝 부분이 떠올랐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피천득 수필 '인연' 중에서 발췌...)


제주도 2008 (3).JPG (2008년 제주도 '섭지코지' 여행 중...)



(JJ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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