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드라마 대사 같은 말

"그동안 수고했다. 좀 쉬어라...."

by 벼랑끝

[제주도 이야기, Since 2021] ### 드라마 대사 같은 말



"그동안 수고했다. 좀 쉬어라....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나의 해방 일지, 2022. 13편 '염창희'의 대사 중...)





"그동안 수고했다. 좀 쉬어라.... "


나는 이 대사가 무척 가슴에 와닿는다.

아마도 실제로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어 서일 것이다.


2016년 말,

이른 아침 세부(Cebu, Philippines)에서 '민다니오(Mindanao)'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다 잊고 푹 쉬세요."

"오고 싶을 때 오세요. 여기는 제가 어떻게든 해 볼게요."

"만약, 당신이 계속 여기 있으면, 제가 그 사람을 죽일지도 몰라요."

"아시죠? 당신은 못하지만 저는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떠나는 게 맞아요."

"......"


"꼭, 돌아오세요. 난 당신이 돌아올 걸 믿어요."

"......"


영어로 했던 말이니 한글로 보는 것과는 다소 어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의 변화는 없다. 이 대화를 끝내고 나는 한국인 여행 금지 구역인

'민다니오'로 떠났었다.


"그동안 수고했다. 좀 쉬어라..."


글로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말이지만 드라마 속의 '염창희'의 말처럼

우리는 그런 말을 좀처럼 듣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날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어머니가 제주도를 다녀가셨다.

팔순 노모와 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한다.


"살면서 너한테 상처 안 준 사람이 있더냐?"

어머니 쪽으로 돌아누웠더니....


"넌, 만나는 사람이 어찌 하나같이 다 그러냐 가족까지도?"

"........"


"성당 가면 매일 기도한다니까, 좋은 사람하고 좀 어울리게 해 달라고."

"...... 어머니 만났잖아요."


"(피~식~) 그래, 나도 너 말고는 그리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


돌아눕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대사 같은 말씀을 하시네."





마음이 편해지는 말을 아마도 '위로'라 부르지 싶다.

힘들고 지쳤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평생 한 명이라도 만날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다.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로 시작하는 아픈 충고는 쉽게 하지만,

"좀 쉬어...." 같은 위로의 말을 만나긴 정말 쉽지 않다.

물론, 입만 때면 "고객님 사랑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불편하셨어요. 이제 걱정마세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사랑하는 이로 부터 듣는 진정한 위로는 우리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의미를 준다. 이런 사람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처받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며 산다.

아마,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위로는 해주지 못할망정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사는 게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멈추고 싶진 않으니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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