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혐오'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 써 보는

주의!!! 정치 성향이 뚜렷한 글

by 벼랑끝

주의!!!

저는 2022년 6월 현재 정부와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정치혐오'라는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보니 현재로는 탈출을 포기한 상태다.

정치 관련 콘텐츠를 즐겨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진영 논리'에 빠졌다.

그래서 내쪽 진영에서 하는 말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시점은 내 편이 자꾸 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럴 때면, "아니 어떻게 이런 사람을?", 혹은 " 이런 당을 찍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사람들의 무지와 무관심을 욕했다.


정치 혐오의 결정적인 시작점은 '박원순 시장'이 돌아가셨을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일은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만난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이었다.

'조국 교수 가족'에 관한 일이 터졌을 때는 외국에 있다는 물리적 거리 때문인지

화는 났지만 크게 일상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주위에 정치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울그락불그락 하다 진정하곤 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돌아가셨을 때는 물리적 거리가 없어져서인지 모든 통증이

직접적으로 체감됐다. 당시는 정말 한국 사회가 미친 줄 알았다. 진영논리와 돈의 논리에

갇혀서 언론과 사람들이 모두 판단능력을 상실한 듯 보였다.


"판단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준다고?

이건 다 같이 죽자는 이야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그 뒤로 내가 놀란 것은 '이낙연'이 '박근혜' 사면 이야기를 꺼냈을 때다.

내겐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리로 들렸다.

"이거 미친 거 아냐?"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때만 해도 욕할 상대가 분명해서 지금처럼 혐오가 심하진 않았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문 대통령의

'박근혜 사면' 발표 때부터이다. 이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당연히

민주당 후보가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듣는 모든 방송의 내용이 그랬고

여당이 문제가 많아 보이긴 했지만 도저히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사면을 발표한 것이다.

나는 정말 큰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으잉? 이럴~~, 이건 뭥?"


뭔가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알았다.

"밀리고 있구나.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건가?"


그래도,

"에이~~, 아무리 한국 사회가 이상해도 설마 '윤 씨'가 대통령이 되겠어?"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미 사면 발표가 났으니 그동안 믿고 존경하고 사랑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마음을 어떤 쪽으로 던 정리해야만 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혼자 결론지었다.


나는 박근혜 사면 카드를 대통령이 꺼내 든 가장 큰 이유는 선거보다 그녀의 건강

때문이라 생각했다. 또한 많은 언론 발표가 그랬기에 그렇게 믿기로 했다.


"맞아, 아무리 그래도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서 죽으면 안 되지."

"암, 죽어도 나와서 죽어야지. 그날이 언젠지 참 기다려지네."

이런 생각을 했던 거다.


그런데 몇 달 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끝없는 멘붕에 빠져있던 어느 날(솔직히 지금도 그렇지만)

신문 일면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밝게 웃으며 '윤 씨'와 악수하는 그녀의 모습을 봤다.


"엇, 이거 뭐야."라는 생각 보다, "C8 속은 거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날은 나의 정치혐오가 세상에 드러난 날이고 내가 깊은 수렁으로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날이다. '민주당'이나 '관료'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싸잡아 욕을 했지만 문 대통령과

전 정부에 느낀 배신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 씨~~,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나는 박정희가 싫다. 사람들이 그의 공과 사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해도 그가 '장준하 선생'에게

했던 짓과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알고 난 후 그를 용서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모든 걸 차치하고, 그녀가 '세월호 사건' 때 보인 태도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그래서 나는 '이명박'도 싫지만 '박근혜'는 더 싫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도 그리 미련이 남는 편이 아닌데,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정치 혐오는 지난 정부에 대한 애정의 편린인 듯하다.

극한의 아쉬움이라고 할까.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된다고 하더니 갈수록 더 집착이 심해지는 부분이 있다.

그건 '정의'에 대한 집착이다. 내가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은 그들이 좋아서라기

보다 '불의'의 대척점에 서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저것들 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 주세요."

뭐, 이런 생각이었던 거다.


누군가와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 대화 이후 내 '정치 혐오병'이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 "네가 생각하는 게 정의라고 누가 말하디?"

나 : "객관적인 팩트로 볼 때 당연한 게 있잖아?"


누군가: "지랄도 가지가지하세요. 이 세상에 객관적 팩트가 어딨냐?"

나 : "야! 그래도 뭔가 인간사 지켜야 하는 선이라는 게 있는 거 아냐?"


누군가: "없어, 그런 거."

나 : "넌, 정말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하냐?"


누군가: "없어, 그런 거. 세상은 그냥 이긴 놈이 이긴 거야. 그거 왜에는 존재하지 않아."

나 : "그렇다면 인류사가 너무 절망적 아니냐?"


누군가: "그게 자연 섭리라니까. 원래 그런 거야. 그러니까 '정의'니 '양심'이니 '희생'이니

이딴 소리 좀 하지 마. 그거 다 위선이야. 이 사회는 원래 그래. 넌 아직도 어린애냐?

동화 속에 사냐고? 이 사회는 잡아먹고 잡아 먹히고 그러면서 사는 거야.

나 : "음~~"


누군가: "인정하기 싫지?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히틀러가 졌으니까 지금 나쁜 놈 된 거야,

프랑스나 영국이 아프리카에서 한 짓은 그것보다 못하냐?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아. 그런데

걔들은 이겼잖아. 박정희도 그래, 어쨌든 이겼잖아. 딸이 대통령도 됐고. 그러니까 구국의 영웅인

거야. 그걸 인정 안 하니까 네가 힘든 거야. 그니까 '정의?' 같은 소리 좀 작작해. 그건 사람들이

역사라는 개념 속에서 조작하는 거야. 애초에 없는 거라고 그래서 현실에서 안 보이는 거야.

그것도 아직 몰랐냐?"

나 : "그 말은 현실에는 '정의'가 아예 없다는 거네.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뭐 이런 건가?"


누군가: "전부터 네가 쓴 글 보고 진짜 말하고 싶었는데, 네가 지랄할까 봐 계속 참은 거야.

근데 지금 너 너무 심해. 조그만 일에도 자꾸 성질내고 비꼬고 이상하게 말하잖아.

너 아냐? 자꾸 선생질하는 거. 초등학생에게나 할 '정의' 같은 뻔한 소리 하면서."

나 : "그냥 정상적인 소리인 거지."


누군가: "그니까, 누가 그걸 너한테 정상이라고 했냐고. 그냥 네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도 네가 믿고 싶은 거만 믿고 있는 거잖아."

나 : 야! 너 술 마셨지!!"


누군가: "마셨지, 쪼금. 근데 술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

나 : "너 취한 거 같아. 다음에 이야기해."

누군가: "나 지금 안 취했어."

나 : "됐어, 다음에 해"


누군가: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진짜야. 선거 지나고 더 해.

너 회사에 반대쪽 사람이 더 많다고 했지 회사에서 생활은 제대로 되냐?"


나 : "그만하자, 술 깨고 이야기해. 내가 연락할 게."

누군가: "다, 너 위해서 하는 소리야. 알지?"

나 : "........."


한 명과 했던 대화는 아니다. 몇 명이 내게 했던 말을 각색한 것이다.

또한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왜곡이 있을 수도 있고,

내 속의 또 다른 자아가 많은 부분 끼어들었을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의 대화는 의외로 각종 게시판에서도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정치 콘텐츠는 멀리해도 딴지의 게시판은 한 번씩은 들여다보는데,

그럴 때마다 '배신', '혐오', '누명', '증오' 이런 단어들이 절로 떠오른다.


진영과 다른 소리를 하면 가차 없이 날아드는 똥덩어리 댓글들을 보면

누가 교육이라도 하는지 어쩜 그렇게 일관적으로 잔인하고 비열할까?

정말 토악질이 나올 정도이다.


덕분에 당분간 정치 혐오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그저 꽃 사진 찍고, 구경 다니고, 옛날이야기나 떠올리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좋은 문장 찾아서 글 쓰는 거에 익숙해지니 마음의 평화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이건 그냥 심연을 덮어놓은 종잇장 같은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곧 찢길 종잇장으로 파도를 덮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정치에서 신경 줄을 끊으니 정의롭고 양심적인 것이 찢기는 장면을 보지 않아도

돼서 사는 건 좀 편하다.


"네 신념이 '정의'라는 오만을 버려. 그리고 이긴 자의 편에서 '정의'를 봐. 그럼 다른 게 보여."

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맞는 거 같아 짜증이 난다.


젠장,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그 말대로 세상이 가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그 새끼들 다시는 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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